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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 PD 스쿨

'화차' '러브 픽션' '디스 민즈 워' 다 재밌네~

by 김민식pd 2012. 3. 15.
파업은 연출들에게 안식년이다. 매주 무언가를 만드는 대신, 매일 무언가를 즐기는 여유를 얻는다. 무엇보다 세상을 보는 시선이 달라지고 (카메라 뒤가 아니라, 카메라 앞에서) 낮아지고 (길바닥에 앉아있으면) 소박해진다. (무노동 무임금을 겪어보니^^)

평소 1년에 책 100권을 읽고, 영화 100편을 보는데, 올해는 장기간 파업과 정직 3개월 덕분에 더 많은 책과 영화를 볼 것 같다. 파업 끝나고 동료들이 일터에 복귀한 다음부터, 나는 정직 3개월이다. 입사하고 15년 내내, 일만 하다가, 나이 마흔 다섯에야 안식년을 얻었다. 회사가 어렵게 마련해준 기회니, 풍성하게 즐겨야지!

1. 변영주의 '화차'
이건 무조건 변영주의 '화차'다. 최근 본 영화 중 쵝오다!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도 좋았지만, 영화는 탁월하다. 미미 여사의 책은 '모방범'을 워낙 재미나게 본 터라, '화차'는 조금 아쉬웠다. 하지만 소설에서 아쉬웠던 부분을 영화는 꼼꼼히 채워낸다. 소설은 혼마 형사의 시점으로 끌고가는 미스터리인데, 영화는 이선균의 시점으로 끌고가는 멜로 느낌이 강했다. 칭송받아 마땅한 각색이다. 김민희의 연기 성장 역시 놀라웠다. 역시 진짜 배우는 좋은 역할을 만나야 그 진가를 알아볼 수 있다. 무조건 강추!



2. 하정우의 '러브 픽션'
러브 픽션과 화차가 반가운 이유는 전계수와 변영주 두 사람이 성큼 대중 곁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독특한 뮤지컬 코미디라는 '삼거리 극장'은 못 봤다. 찾아보려고 했더니 이미 극장에서 내린 다음이었기에. 이번 영화 '러브 픽션'은 오래 갈 것 같다. 하정우의 속마음을 짚어주기 위해 나오는 이병준의 등장은 낯설지만, 이 정도면 상업적으로 정말 잘 만든 영화다. 익숙한 90과 낯선 10의 만남. 찌질한 연애를 경험한 남자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90%의 뻔한 사랑 이야기에, 색다른 코미디 10%가 가미되어 상업적으로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왔다. 이 역시 강추!



3. '디스 민즈 워'
이 영화는 데이트 무비로 권하고 싶다. 액션 블록버스터를 보고 싶은 남자와 로맨틱 코미디를 보고 싶은 여자, 두가지 다 양보할 수 없을 때, 디스 민즈 워를 보시라. 사랑에서 양다리는 곡예지만, 영화에서 양다리는 가능하다. 양다리를 걸치는 리즈 위더스푼의 연기 역시 정말 귀엽고 사랑스럽다. 



#데이트 무비 추천 순위
연애의 숙성도에 따라 나누자면, 새내기 커플은 '디스 민즈 워'가 무난하고 안전하다. 안정권에 접어든 커플은 '화차'를 보시라. 만난지 얼마 안 된 사이라면 '화차'를 보고 나오면서 상대에게 의심의 눈길을 던질 수도 있다. ^^ '러브 픽션'은 커플 동반 관람으로는 조금 위험하다. 웃음을 터뜨리는 포인트에 따라 상대방이 찔릴 수도 있다. 무엇보다 나오면서 이런 질문은 절대 삼가하라. "그런데 왜 남자들은 저렇게 여자의 과거에 연연하는 거야?" 혹은 "자기도 학교 다닐 때 남자들한테 인기 많았어?" ^^

PD 스쿨 수강생 여러분께는 '화차' '러브 픽션' '디스 민즈 워' 순으로 권해드린다. 특히 연출 공부로는 '화차'가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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