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조합 집행부가 모여서 대책회의를 했습니다. 회사에서 MBC 파업을 이끌고 있는 집행부 전원을 업무 방해로 형사 고발해서, 경찰에서 세번째 출석 요구서가 날아왔거든요. 세번째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체포 영장이 발부되고, 체포될 경우 구속 영장이 신청된 답니다. 드디어 조합 집행부가 각오했던 최악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어요. 

얼마전 파업하느라 고생 많다며 누가 영화를 보여줬어요. '부러진 화살'. 영화를 보니, 파업 현장 경찰 진압 장면이 나오는데, 조합원들이 살벌하게 두들겨 맞더군요. 그러다 감방에 간 주인공이 다른 재소자들에게 험한 꼴도 막 당하고... 나오면서 그랬어요. "이 영화, 지금 나한테 보여준 저의가 뭐니?" ^^

아버님을 모시고 사는데, 아버지는 제가 조합 집행부 일하는 걸 모르십니다. 걱정하실까봐, 안 알렸거든요. 그래서 경찰에서 날아온 출석 요구서 겉봉을 보고 의아해하시기에 쑈를 했죠. "아, 지난번에 놀러갔다가 좀 밟았더니 과속 단속에 걸렸네. 에이, 재수없어." 어제는 아버지가 세번째로 날아온 편지를 보고 버럭 화를 내십니다. "운전 좀 살살 해, 이눔아! 한달에 과속 딱지만 세번째 끊기면 어떡하냐!" ㅠㅠ



회사에서 집행부 개인을 상대로 33억원의 손배소를 신청했답니다. 이게 집행되면, 곧 집에도 압류 딱지가 붙겠군요. 집달리가 들이닥치면, 아버지께 어떻게 변명을 해야할지 고민이에요. "죄송해요, 아버지. 속도 위반 범칙금 내는 걸 깜빡해서..." ^^   

지난 토요일 김진숙 님의 특강을 들었어요. 지난 여름 한진 중공업 크레인에서 고공농성할 때 '날라리 외부세력' 김여진 씨가 찾아와 써주고 간 글귀가 '웃으면서 함께 끝까지' 였답니다. 

맞아요. 웃으면서 싸워야 함께 싸울 수 있구요, 함께 싸워야 끝까지 싸울 수 있습니다. 

저는 코미디 피디, 타고난 광대랍니다. 끝까지 웃으면서 가겠습니다.

추신 1.
지난주 글에서 김태호 피디를 욕보인 숙박왕에게 빅엿을 준비했다 그랬죠?
2012/03/09 - [공짜로 즐기는 세상/2012 MBC 파업일지] - 숙박왕 김재철이 무한도전 '김태호' PD를 욕보인 이유?

그토록 아끼는 '무한도전'을 한 달 넘게 쉬면서까지 공정방송 회복을 위한 파업에 동참하는 김태호 피디가 '회사도 싫고 노조도 싫다'고 했다더라... 사장이 방문진에 가서 거짓 진술한 얘기를 듣고 속상해하는 태호에게 그랬죠. "너의 진심을 사장님께 제대로 표현할 기회가 하나 있지." "뭔데요, 형?" "다음주 화요일에 윤도현 밴드랑 방송 3사 조합원들이 같이 모여 뮤직 비디오를 찍거든? 그때 네가 출연해서 낙하산 퇴진을 위한 합창을 하는거야!" ㅋㅋㅋ 숙박왕의 엉뚱한 거짓말 덕분에, 김태호 피디는 팔자에 없는 뮤비 출연까지 하게 되었답니다. 오는 금요일 '방송사 낙하산 사장 동반 퇴임 축하쑈!'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star.ohmynews.com/NWS_Web/OhmyStar/at_pg.aspx?CNTN_CD=A0001708365

추신 2.
저희들 끝까지 즐겁게 싸울 겁니다. 오늘 '서늘한 간담회 2화'가 올라옵니다. 즐겨주시구요.
10아시아의 기사도 함께 읽어주세요! 저 이걸로 확실하게 파업 주동 인증한 겁니다!
절대 잡범 취급하기 없기에요~^^
http://10.asiae.co.kr/Articles/new_view.htm?a_id=2012031301164145483
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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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알 수 없는 사용자 2012.03.14 07:4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응원합니다! 이 말 밖에 할 수 없어 안타깝습니다. 매순간을 기억해 제 인생과 제 후배들에게 꼭 그 마음을 전하겠습니다.

  2. crystal 2012.03.14 07:5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주도세력인정!!!!!^^글읽다가마음이찡해집니다ㅠㅠ 그렇지만힘내십시요!!!!!웃으면서끝까지!!!

  3. 나비오 2012.03.14 08:3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놀라운 센스시네요 ^^
    내용과 다른, 집으로 날라온 과속 법칙금 우편^^;;

    피디님의 웃음 속에 승리의 희망을 발견합니다.
    때로는 약해 보이는 것이 거대한 것을 이기니까요
    그리고 지금이 바로 그때인것 같습니다.

  4. 2012.03.14 09:4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대들이 있어 다행입니다~~힘내세요~^^

  5. 위로의 방법을 모르겠습니다. 2012.03.14 11:1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저 무사히 모두 잘 지나가길 바랍니다. 잡범이라니요. ㅠㅠ 이번 파업의 가장 앞에서 저 뒤까지 잡범이 어딨겠어요. 내놓고 걸어 주신 많은 것들에 감사하고 있답니다. 그저 응원밖에 못해서 많이 죄송합니다. 부디 이기시길... 홧팅!

    • 김민식pd 2012.03.15 07:5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가장 앞에서, 가장 뒤까지, 잡범은 없다... 정말 감사한 말씀입니다. 모든 것을 걸고 나와준 동료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6. 아리솔 2012.03.14 14:5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힘내세요....그저 이 말밖에 해드릴수 없음이 안타깝습니다...
    웃으면서 함께 끝까지 싸우셔서 반드시 승리하십시오...
    mbc 화이팅 입니다

    • 김민식pd 2012.03.15 07:5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힘내라는 말 밖에 할 수 없다니요. 저희의 싸움을 외면하고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이렇게 찾아와서 격려해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입니다. 금요일 저녁 여의도 공원에 와서 같이 즐겨주세요! 그럼 더 바랄게 없습니다. ^^

  7. 아라레 2012.03.14 21:5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방송 잘 들었어요~~~~
    가압류 이야기 나오는부분에 막 저도 눈물 나올뻔..
    방송이 웃퍼요ㅋ(웃기면서 슬프다)
    1시간은 너무 아쉬워요..ㅋ

  8. 램프의요정 2012.03.15 01:5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런 방식으로 싸우리라 생각도 못했던 거예요. 가장 잘 다룰 수 있는 무기를 쓸 수 있다는 걸 증명한.. 호모사피엔스의 후손다운 싸움! 대화를 못한 네안데르탈일은 결국 멸종했으니.. 역사는 반복됩니다~

    • 김민식pd 2012.03.15 07:5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가장 잘 다루는 무기까지는 아니구요. 그냥 내가 좋아하는 것을 계속 할 뿐입니다. 재미난 이야기를 생산하는 것이 피디의 역할이니까요. ^^ 정직 3개월, 무언가에 집중하라는 하늘의 계시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