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해를 품은 달'이 종영을 앞두고 1주일 결방되었습니다. 많은 시청자들은 '해품달' 결방은 파업중인 노조의 잘못이라고 생각하실 것입니다. '시청자의 볼 권리를 담보로 저들이 싸움을 하는구나.' 드라마 피디인 제가 보기에, 지난주 '해품달'과 '무신'의 결방은 기적에 가까운 일입니다. 드라마국의 한 조연출이 노보에 기고한 글을 옮깁니다.) 



드라마국의 조연출입니다. 제게는 딸이 하나 있습니다
.  

이름은 김연아’. 김연아처럼 예쁘게 자라길 바라며 지었습니다. 딸 사진을 보며 사람들은 이야기 합니다. ‘어떻게 니 딸이 이렇게 예쁠수가 있니? 기적 같다야’. 저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조합'과 연대의 힘이라고.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 또한 연대와 조합의 힘입니다. 가족도 모른채 하며 작품만 하던 드라마PD들이 그 힘만을 믿고 자식보다 더 귀하게 여기던 작품을 버리고 뭉쳤습니다. 얼마나 견딜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이 상황만 해도 기적입니다.

 

드라마국 선배들은 참 바보같습니다. 카메라 9대로 500명 인원을 촬영하는 그들이, 연말정산서류는 암호화된 바티칸의 문서보듯 어려워합니다. 주식이 폭락하든 정권이 바뀌든, 당장 내일 방송분만 걱정합니다. 아침에 교통사고가 나고도, 오후에는 촬영장으로 나갑니다. ‘그렇게도 작품이 중요하냐. 그렇게 어떻게 사냐?’ 라고 묻는 말에는 그저 웃을 뿐입니다. 그러던 선배들이 방송역사상 기록적인 진정 바보 같은 일을 결정했습니다. 해품달,무신 스페셜...

 

드라마국 조연출 5, 공동연출 5년을 합치면 10년입니다. 강산이 변한다는 그 10년이 지나 아주 운이 좋으면 자신의 이름을 연출 첫 자락에 올리고 일을 할 기회가 주어집니다. 경제논리에 어긋나는 단막은 꿈일 뿐입니다. 자신의 색깔을 보여주고, 진짜 연출로 성장할 준비기간은 없습니다. 홀로 살아남아 증명해야 합니다. 다음 기회가 올꺼라는 기대 따위는 아무도 하지 않습니다. 1군 라인업, 1회 첫 타석에 홈런을 치지 않으면 바로 2군행입니다. 그렇게 다가온 기회를, 다신 오지 않을 기회를 포기해야 합니다. 그저 작품포기가 아닌 생존의 포기입니다. 정말 바보 같은 일입니다. 뭘 믿고 그러는 걸까요?

 

공영방송에 들어왔으나 드라마제작현장은 공영과는 거리가 멉니다. 독해지는 법을 배웁니다. 자본주의 문화산업의 첨병으로 우리는 문화방송의 문화가 아닌 방송을 담당하며 돈을 벌어오는 일벌일 뿐이라고 취급받으며 살아갑니다. 그래도 꾹 참습니다. 언젠가는 제대로 드라마 한번 만들어보겠다. 무슨 예술가가 파업이냐. 어떤 모진 풍파가 불어도 언젠가는 한번 작품을 해보이겠다. 나는 감독이니까. 그러던 선배들이 작품을 버렸습니다.

드라마피디도 공정방송을 바라는 MBC의 일원이라며.

 

조연출 5년차, 곧 선배들과 같은 고민을 하게됩니다.

이미 누구도 책임져 주지 못할 복잡한 자본주의의 이해관계 아래, 또 다시 모니터 앞에서

죄인처럼 앉아 양심의 북을 찢으며, ‘찍고있게 되는 상황 앞에 설 수 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주의 기적은 의미가 있습니다.

다음주째는 둘째가 나옵니다. 이름은 김윤아입니다.

이번 선배들의 기적을 보며 이번에도 조합과 연대의 기적을 꿈꿉니다.

(제 두 딸, 민지와 민서랍니다. 2012/01/17 - [공짜 PD 스쿨] - 사랑하는 민지에게
후배의 글을 읽고 느꼈어요.
'나한테서 어떻게 이런 이쁜 아이들이 나왔을까?'
모든 아빠들이 느끼는 대견함이구나~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도, 다 누군가에게 사랑받는 아이랍니다.
스스로를 소중하게 여기시며, 오늘 하루도 즐겁게, 힘!)
 

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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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나비오 2012.03.13 12:1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쁜 따님들을 두셨군요^^
    피디님 글을 읽고 방송에 계신 분들에 대한 편견을 많이
    내려 놓습니다. ^^::

    • 김민식pd 2012.03.14 07:4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이쁜 딸들은, 저보다 마님 공이 큽니다. ^^ 감사합니다. 나비오님이 방송에서 이전에 겪은 일을 보며, 고민을 했답니다. 언론의 역할은 참 중요하구나. 많은 사람들에게 우리도 모르는 새 상처줄수도 있구나. 이번에 파업을 겪으며 기자들도 많이 보고 배우고 느낍니다. 약자의 입장에서 자신의 소리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할 때의 설움을... 그런 점에서 파업은 언론 노동자들의 큰 배움터랍니다.

  2. 징징이 2012.03.13 13:3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파업을 지지하는 시민의 입장에서 드라마 pd님들이 정말 큰일 하셨구나 싶었어요. 다시 돌아가신 이유도 이해하니 건강하게 국민의 방송 마봉춘으로 돌아오기만을 기다릴 뿐입니다. 다른 방송으로 안 가고 케이블 보면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저만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도 그런 분들 많으니 부디 마봉춘으로 돌아와주시기만 하면 됩니다. 힘 내시길.. 글 잘 읽었습니다~

  3. 알 수 없는 사용자 2012.03.13 14:3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힘내세요.
    생존권을 포기하고 지키려는 것, 그 진심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응원합니다.

  4. 포트무디 2012.03.16 13:5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빠가 새로산 차가 반파가 나는 교통사고가 났을때도 바로 병원으로 못가고 촬영장으로 가서 방송분을 찍고나서 병원으로 실려들어갔던 일이 엊그제 같은데... 목숨을 갉아먹어가며 드라마 만든다고 하며 하루에 두시간도 못자고 드라마 만들던게 엊그제 같은데.. 그렇게 드라마를 사랑하고 MBC를 사랑하는데... 그 드라마를 접고 하는 파업... 정말 마음이 너무 아프다... 화이팅!! 저들에게 이 간절함이 꼭 전해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