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국의 조연출입니다. 제게는 딸이 하나 있습니다.
이름은 김‘연아’. 김연아처럼 예쁘게 자라길 바라며 지었습니다. 딸 사진을 보며 사람들은 이야기 합니다. ‘어떻게 니 딸이 이렇게 예쁠수가 있니? 기적 같다야’. 저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조합'과 ‘연대’의 힘이라고.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 또한 연대와 조합의 힘입니다. 가족도 모른채 하며 작품만 하던 드라마PD들이 그 힘만을 믿고 자식보다 더 귀하게 여기던 ‘작품’을 버리고 뭉쳤습니다. 얼마나 견딜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이 상황만 해도 ‘기적’입니다.
드라마국 선배들은 참 바보같습니다. 카메라 9대로 500명 인원을 촬영하는 그들이, 연말정산서류는 암호화된 바티칸의 문서보듯 어려워합니다. 주식이 폭락하든 정권이 바뀌든, 당장 내일 방송분만 걱정합니다. 아침에 교통사고가 나고도, 오후에는 촬영장으로 나갑니다. ‘그렇게도 작품이 중요하냐. 그렇게 어떻게 사냐?’ 라고 묻는 말에는 그저 웃을 뿐입니다. 그러던 선배들이 방송역사상 기록적인 진정 ‘바보 같은 일’을 결정했습니다. 해품달,무신 스페셜...
드라마국 조연출 5년, 공동연출 5년을 합치면 10년입니다. 강산이 변한다는 그 10년이 지나 아주 운이 좋으면 자신의 이름을 연출 첫 자락에 올리고 일을 할 기회가 주어집니다. 경제논리에 어긋나는 단막은 꿈일 뿐입니다. 자신의 색깔을 보여주고, 진짜 연출로 성장할 준비기간은 없습니다. 홀로 살아남아 증명해야 합니다. 다음 기회가 올꺼라는 기대 따위는 아무도 하지 않습니다. 첫 1군 라인업, 1회 첫 타석에 홈런을 치지 않으면 바로 2군행입니다. 그렇게 다가온 기회를, 다신 오지 않을 기회를 포기해야 합니다. 그저 ‘작품’의 포기가 아닌 ‘생존’의 포기입니다. 정말 바보 같은 일입니다. 뭘 믿고 그러는 걸까요?
공영방송에 들어왔으나 드라마제작현장은 ‘공영’과는 거리가 멉니다. 독해지는 법을 배웁니다. ‘자본주의 문화산업의 첨병’으로 우리는 문화방송의 ‘문화’가 아닌 ‘방송’을 담당하며 돈을 벌어오는 일벌일 뿐이라고 취급받으며 살아갑니다. 그래도 꾹 참습니다. 언젠가는 제대로 드라마 한번 만들어보겠다. 무슨 예술가가 파업이냐. 어떤 모진 풍파가 불어도 언젠가는 한번 작품을 해보이겠다. 나는 ‘감독’이니까. 그러던 선배들이 작품을 버렸습니다.
드라마피디도 ‘공정’방송을 바라는 MBC의 일원이라며.
조연출 5년차, 곧 선배들과 같은 고민을 하게됩니다.
이미 누구도 책임져 주지 못할 복잡한 자본주의의 이해관계 아래, 또 다시 모니터 앞에서
죄인처럼 앉아 양심의 북을 찢으며, ‘찍고’ 있게 되는 상황 앞에 설 수 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주의 ‘기적’은 의미가 있습니다.
다음주째는 둘째가 나옵니다. 이름은 김‘윤아’입니다.
이번 선배들의 ‘기적’을 보며 이번에도 ‘조합과 연대의 기적’을 꿈꿉니다.
(제 두 딸, 민지와 민서랍니다. 2012/01/17 - [공짜 PD 스쿨] - 사랑하는 민지에게
후배의 글을 읽고 느꼈어요.
'나한테서 어떻게 이런 이쁜 아이들이 나왔을까?'
모든 아빠들이 느끼는 대견함이구나~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도, 다 누군가에게 사랑받는 아이랍니다.
스스로를 소중하게 여기시며, 오늘 하루도 즐겁게,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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