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회사 앞에서 드라마의 한 부장님을 만났더니, 하시는 말씀.
"민식아. 난 네가 평소 드라마 만드는 걸 보면서 아직 연출력이 부족하다고 느꼈는데, 얼마전 네가 만든 'MBC 프리덤'을 보고 너를 다시 보게 되었다. '이 놈, 연출이 그새 많이 늘었구나' 하고."

드라마가 아니라 파업 홍보 영상으로 연출력을 인정받는 드라마 피디... 이건 아니잖아?

평소 날라리 딴따라인 내게 억지로 부위원장직을 맡기면서 주위에서 한 이야기.
"너처럼 노조 활동과는 거리가 먼 딴따라가 부위원장을 해야 균형이 잡히지."
그러다 파업 시작하니 내가 최전선에 서야 한다며 부추기면서 하는 말.
"너같은 딴따라가 나서야 조합원들도 따라오지. '오죽하면 딴따라가 전면에 나섰겠냐'며."

의식 수준이나 성실함이 아니라, 날라리로 유명해서 뽑힌 노조 부위원장... 이건 아니잖아? 

세계 일주 여행 자금 마련을 목표로, 몇년 전부터 아내 몰래 모아오던 비자금 통장이 있다. 그런데 지난 주 회사에서 집행부를 상대로 30억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내 명의의 통장이 가압류 대상이 된다 하여, 부랴부랴 통장을 깼다. 만기를 1년 남겨두고 깨는 판에 이자 4% 짜리였는데 0.3% 밖에 못 받았다. 더 억울한건 이 참에 아내에게 비자금도 들통났다는 거. 

젠장, 돈 잃고, 구박 받고... 이건 아니잖아?

블로그 한지, 1년이 다 되어간다. 매일 공짜 피디 스쿨, 공짜 여행 스쿨, 열심히 취재다니고, 아침 일찍 일어나 글을 썼는데, 내내 반응없다가, MBC 파업 시작하고 찾는 이가 늘었다. 내 드라마 얘기할 땐 하루 500명 오던 블로그가, 해품달 결방 얘기하니까 하루 방문객 7000명을 넘겼다.

작품으로 뜨는 드라마 블로그가 아니라 결방으로 뜨는 파업 홍보 블로그... 이건 아니잖아? 

공짜 피디 스쿨을 위해, 블로그 운영법, 유튜브 제작법, 팟캐스트 소개 등등 소셜 미디어를 연구해왔다. 그런데 정작 피디스쿨보다 파업 홍보로 블로그가 뜰 줄은 몰랐다. 티스토리 블로그는 파업 시작하고 조회수 10만을 넘겼고, 직접 연출/출연한 립덥 뮤비 'MBC 프리덤'은 MBC 파업에 대한 뜨거운 지지에 힘입어 누적 조회수 40만을 바라본다. @free2world 트위터를 시작한 것도 파업 홍보가 계기이고, 이제는 숙박왕 김재철 뒷담화, '서늘한 간담회'라는 팟캐스트까지 만들게 되었으니... 

찌질한 중년의 삶이란 이런 것이다. 목표는 이루지 못하고, 엉뚱한 결과만 생긴다.
 
인생은 아이러니다. 
목표에 너무 집착하지 마시라.
이루지 못하면, 노력한 만큼 실망도 크다.
그냥 세상이 가져오는 운명을 겸허하게 받아들이자.
다 내가 지은 인연이니, 결과도 기꺼이 받아들일 것이다.
무엇을 이루기보다 그냥 지금 이 순간 내게 주어진 최선을 다 할 뿐이다.

MBC 파업 41일차입니다.
마봉춘 노동조합의 싸움을 지지하는 여러분의 성원에 힘입어, 오늘도 달립니다.



질기고 독하고 당당하게!

(상기 이미지는 KBS 새노조 홈피에서 무단 도용했음을 알립니다.^^
낙하산과의 전쟁, 출연 김재철 김인규 배석규. "아직 살아있네?"
http://kbsunion.net/493 KBS 새노조의 싸움도 많이 응원해주세요~) 
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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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나비오 2012.03.10 10:2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랑 똑같은 삶의 목표를 가지고 계시네요
    세계 일주 (전 큰 배 타고 가는 게 목표랍니다. ㅋㅋ 좀더 럭셔리한가요?)

    피디님 오늘 글을 보니
    예전 프랑스 플럼빌리지에 거할 때
    틱낫한 스님이 아침에 한 말이 기억나네요

    Today is new day!

    인생이 New하기에 살만한 것 같아요..

    그리고 금요일날 여의도 꼭 갈게요. 카메라 들고 ㅋㅋㅋ

    • 김민식pd 2012.03.10 21:2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와우, 나비오님은 꼭 한번 만나서 서로의 버킷 리스트를 한번 비교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쿨한 무위도식과 공짜로 즐기는 세상도 웬지 통하는데, 사실 플럼 빌리지는 꼭 한번 들르고 싶은 머스트 두 리스트 중 하나거든요. 금요일날 뵐게요~^^

  2. 2012.03.10 12:2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 김민식pd 2012.03.10 21:1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와우! 반갑습니다. 블로그가 이렇게 국제적인 인연도 맺어주는군요. 전 기자님의 활약상은 요즘 눈이 부실 정도지요. 파업이 아니라면 보통 2달에 한번씩 싱가폴에 가족 만나러 갑니다. 4월에 방문이 예정되어 있으니 가면 연락드리겠습니다. 말씀만 들어도 참 반갑고 고마운 인연입니다. 감사합니다!

  3. 이상화 2012.03.11 13:0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PD님

    시사에는 혹시 새글 있나 요즘도 자주 들어가서 보고 있다죠


    요새 피디님은 완전 유명인사가 되셨죠 ^^;

    (뭐 농담아닌 농담이지만 ^^;)

    요새 참 이런저런 일들로 힘드실텐데

    뭐 제가 그 일에 관해서 피디님가 왈가 왈부 하지 않아도

    아니 하지 못해도

    이유 불문 하고 피디님을 응원하는 한 사람이 있다는걸

    이렇게 알리기 위해서 왔습니다




    갑자기 여담이지만


    저도 이번 2월에 인도에 배낭여행으로 다녀 왔답니다

    시간이 많이 없어서 2주간 주요도시만 보고 네팔은 못가봤지만

    피디님의 여행기를 보면 네팔도 꼭 가보고 싶네요

    히말라야 트레킹 꼭 해보고 싶어요~~~




    그리고 또 여담이지만


    예전 시사 정모를 했던 기억이 아직도 너무 좋게 남아있어서

    지금도 정모 안하나 이런 생각을 자주 합니다 ^^;

    예전에 시사에 글 썼듯이

    10주년 기념 정모를 바라는 1인중 한명이죠~~





    요즘 방송국의 시끄러운 소식들을 계속 접하고

    거기다 피디님의 소식을 접하면서

    그냥 피디님에게 응원의 글 남기고 싶어서 이렇게 왔습니다

    그냥 힘내시라는 말 밖에는 못드리지만

    이런 응원도 자그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피디님 힘내세요~~~



    • 김민식pd 2012.03.13 06:3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맞다 시트콤 사랑 10주년 기념 정모! 까먹고 있었어요. 시트콤 사랑도 요즘은 자주 못챙기고... 파업 끝나고 조금 마음의 여유가 생기면 추진하겠습니다!

  4. 박건웅 2012.03.11 15:1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김피디님께서 mbc프리덤을 만드셨군요,,역시..^^
    신선한 투쟁이라고 주위에서 평이 자자합니다.ㅎ
    하루빨리 재철이 몰아내고 공영방송 지켜내면 좋겠군요.다시한번 응원합니다..힘내세요

  5.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012.03.11 18:1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에서.... 딴따라 피디는 투쟁속에서 성장한다~로,,,,,,,,,,, ㅋ

  6. 금오산 2012.03.13 18:1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mbc프리덤... 원음 좀 배포해주세요~ 벨소리로 쓰고 싶습니다.. ㅎㅎ

    힘내시구요~ 응원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