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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 PD 스쿨/딴따라 글쓰기 교실

어버이날 깜짝 선물

by 김민식pd 2024. 5. 17.

5월 8일, 어버이날 깜짝 선물이 날아왔어요. 얼마 전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어요. <매일 아침 써봤니?> 16쇄 제작에 들어간다고요. 항상 새로 찍은 책이 나오면 저자에게 한 부씩 보내주시는데요. 마침 출판사로 온 독자들의 편지가 있어 함께 보내주시겠다고 하시더라고요. 책과 함께 온 건 7통의 손편지였어요. 

‘김민식 작가님 안녕하세요. 6년 전 2018년 여름날 작가님의 강의를 듣고 블로그 시작해서 현재는 블로그 써야 한다, 글쓰기 해야 한다, 블로그 글쓰기 코칭 수업을 하고 있는 바오밥입니다.’

수업에서 제 책 <매일 아침 써봤니?>를 독자들과 함께 읽고 저자에게 손편지 쓰기를 제안하셨대요. 그래서 전국 각지에 있는 독자분들이 출판사로 편지를 보내주셨다고요. 하필 그 편지가 제게 도착한 게 5월 8일 어버이날이었어요. 


가만히 생각해봤어요. 이 기막힌 우연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순간, 제가 놓치고 있던 대목을 깨달았어요. 저는 자신이 두 딸의 아빠라고만 생각했지, 다른 아이들이 있다는 걸 잊고 있었어요. 바로 7권의 책입니다. <공짜로 즐기는 세상>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 <매일 아침 써봤니?> <내 모든 습관은 여행에서 만들어졌다> <나는 질 때마다 이기는 법을 배웠다> <외로움 수업> <말하기의 태도>(강원국 작가님과 공저).

2005년에 나온 최재천 교수님의 책 <당신의 인생을 이모작하라>를 읽으며 고령화 사회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봤습니다. 모든 생물은 생존과 번식을 목표로 하루하루 살아갑니다. 어떤 생물은 번식이 끝나자마자 생을 마감합니다. 연어는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 산란한 후 지쳐서 죽습니다. 그렇게 죽은 어미의 사체에서 얻은 영양분으로 치어들이 자라납니다. 이것이 고귀한 생명의 순환입니다.

어떤 곤충은 교미 행위가 끝나자마자 죽습니다. 암컷의 뱃속에 수정란이 생겼어요. 이 아이들을 키우기 위해서는 영양분이 필요한데요. 가장 가까운 양분은 어디에 있어요? 바로 등 뒤에 있습니다. 그래서 수컷을 잡아먹지요. 수컷은 번식이라는 소명을 다했으므로 기꺼이 자신의 몸을 먹이로 내놓습니다. 

번식이 끝나면 죽는 건 사람도 예외가 아니었어요. 수십 만 년 동안 지구상에 살았던 인류의 평균 수명은 대략 20세에서 30세 사이였습니다. 가까운 조선 시대만 해도 평균 수명은 35세 정도였어요. 그때쯤이면 번식을 마치거든요. 자녀 세대를 낳고 아이가 자라서 다음 세대를 생산할 수 있는 나이가 되면 부모 세대는 수명이 다했어요. 그게 생물의 역사입니다.

이제 그 역사에서 예외적인 존재가 출현했어요. 바로 고령화 시대의 인간입니다. 특히 번식이 끝난 후, 나이 60이 넘어 다시 30년을 삽니다. 이전 선조들의 한 세대를 한번 더 살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이죠. 나이 60 넘어 번식을 할 수는 없습니다. 이럴 땐 무엇을 해야 할까요? 인생 이모작에 공을 기울여야 합니다. 인생을 다시 한번 산다는 각오로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거죠.

책 한 권을 쓸 때마다 1년 이상의 시간을 들입니다. 어쩌면 10개월의 임신 과정을 거쳐 낳는 아기처럼 제게는 책 한 권이 자식인 거죠. 감히 임신과 출산에 비유하기는 어렵지만, 남자인 저로서는 생물학적 출산이 불가능하니, 그나마 책 출판이 가장 출산에 가까운 경험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안타깝게도 첫 책은 나오고 얼마 되지 않아 세상에서 사라졌어요. 지금은 절판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가 맏이입니다. 역시 첫째가 제일 효자에요. 아니, 실은 제가 나은 일곱 자식 모두 다 효자입니다. 이 아이들은 자기가 번 돈을 전부 제게 보내주거든요. ‘아버지, 이번 달에 나온 인세이옵니다. 용돈으로 쓰시어요.’

5월 8일에 삼성 인력개발원에서 <영어 성적 D+에서 시작한 영어 마스터의 비밀>이라는 제목의 강의를 했습니다. 이것도 맏이가 효도한 겁니다. 정작 아비인 저는 MBC를 나와 불러주는 곳이 없는데, 제 아이인 책이 세상 곳곳을 돌아다니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납니다. ‘책을 쓴 이분이 저희 아버지인데요. 지금은 놀고 계시거든요? 혹 좋은 강의 기회 없을까요?’ 그 책을 읽은 삼성 그룹 연수 담당자가 제게 연락을 주셨어요. 승진자 대상 글로벌 연수에서 영어 학습법 강의를 부탁한다고요. 역시 첫째가 효자네요. 

둘째 자식인 <매일 아침 써봤니?>도 부지런히 다니며 블로거로 사는 저의 일상을 많은 분들에게 알리고 있습니다. 그 책을 읽은 분들이 블로그에 리뷰를 올려주시기도 하고요. <바오밥 독서 커뮤니티>를 진행하시는 김현희 선생님, 그리고 손편지를 주신 독자 여러분, 정말 고맙습니다. 언젠가 여러분도 블로그 글을 모아 책을 내고 그렇게 낸 책들이 여러분께 효도하는 날이 오기를 소망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아이를 키울 때, 나중에 늙어서 용돈 받고 의지하고 싶어 키우나요? 그냥 아이를 낳고 기르는 즐거움 때문이잖아요? 책도 그래요. 요즘 저는 내년에 나올 <짠돌이의 경제 공부> 원고를 더 충실히 다듬기 위해 매일 책을 읽고 글을 쓰고 또 궁리를 합니다. '미래의 나를 부자로 만드는 방법은 무엇일까?'  

여덟 번째 자식도 인세며, 강연 기회로 효도하기를 바라지만요. 일단은 그 아이의 모습을 상상하며 계속 제 머릿속에서 키워가는 이 재미도 좋아요. 여러분, 육아의 기쁨도 좋지만, 노후에는 꼭 글쓰기와 책 내기, 창작의 즐거움도 누리며 사시길 소망합니다. 고령화 시대에 최고의 인생 이모작은 작가입니다. 

모두가 글을 쓰며 책을 출판(출산?)하며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독자는 저자가 되어야 합니다. 평생 책을 읽으며 살았다면, 노후에는 책을 쓰며 살아야 합니다. 책의 세상은 그렇게 더 풍성해질 것입니다.

편지 보내주신 여러분, 글을 읽으며 매 순간 감동이었어요. 책을 쓴 보람을 맛보게 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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