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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 PD 스쿨/딴따라 글쓰기 교실

자서전을 써봅시다.

by 김민식pd 2023. 11. 27.

피디로 일하며 매일 한 편씩 블로그에 글을 올리다 작가로 전업하게 되었습니다. <매일 아침 써봤니?>라는 책을 내고, 도서관에 글쓰기 특강을 다니는데요. 2023 대한민국 독서대전에서 열린 행사 ‘나를 이야기하는 무대’를 위해 시민들이 직접 4주간 강연 원고를 작성하는 강의도 했어요. 수업 참가자들이 무대에 올라 수백명의 관중들 앞에서 자신의 삶을 스토리텔링 강연으로 발표하는 모습은 감동이었습니다. 나의 경험을 이야기로 만들어 누군가에게 전하는 건 특별한 경험입니다. 그걸 도와주는 책 한 권이 있어요.

<그렇게 인생은 이야기가 된다> (제임스 R. 해거티 지음, 정유선 옮김, 인플루엔셜)

《월스트리트 저널》에는 세상을 떠난 이들의 부고 기사만을 전담해서 쓰는 ‘부고 전문기자’가 있습니다. 지난 7년간 800여 명의 부고를 써온 제임스 R. 해거티(James R. Hagerty)가 바로 그 주인공이지요. 그가 쓴 부고 기사의 주인은 꼭 대중의 사랑을 받은 유명인만은 아니에요.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사람의 삶을 부고로 소개하며 인생의 굴곡진 여정을 마치 파노라마처럼 보여줍니다. 

방송인 이금희 선생님은 추천사에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서툴더라도 자신의 생애를 직접 글로 적어봅시다. 나의 이야기를 마음먹고 정리하여 쓰기 시작하는 그 날부터 내 삶도 달라지지 않을까요? 추억이 되살아나고 삶에 대한 통찰을 발견하게 될 테니까요. 무엇보다 당신의 글은 가족과 친구에게 가장 소중한 선물이 될 겁니다.”

갑자기 상을 당한 경우, 장례식에 가보면, 고인의 영정사진이 무척 낯설 때가 있습니다. ‘고인이 저 사진이 자신의 영정사진이 되는 걸 별로 원하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고인의 매력이 잘 표현된 사진을 만날 때도 있는데요. 알고 보니 생전에 직접 찍고 골라둔 사진이더라고요. 영정사진 고르기, 남은 사람들에게 숙제처럼 남겨두지 말고요. 미리미리 내가 골라둔 사진으로 준비해도 좋을 것 같아요. 부고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내 삶의 이야기를 다른 사람이 정리하는 것보다 나 자신이 직접 써보는 건 어떨까요? 나에 대해 가장 잘 아는 건 나 자신이니까요. 

인생의 어느 시기에 이르면 많은 사람이 자신의 기억을 글로 남기려고 마음먹지만, 대다수가 실제로 실천하지는 못합니다. 글을 써서 인생을 정리하는 일이 다른 일보다 덜 시급하고 하찮게 보여서일 수도 있지요. 이 책에서는 문학적 재능 없이도 적당한 시간을 들여 글을 쓰는 법을 알려줍니다.
 
저자는 누군가의 인생 이야기를 쓰기 전에 3가지 질문을 던진답니다.
1. 인생에 무엇을 이루고자 했는가?
2. 그 이유는 무엇인가?
3. 목표를 이루었는가?
우리는 흔히 사람의 직책이나 직위로 사람을 표현하려고 하는데요. 진짜 한 사람을 정의할 수 있는 건 그 사람의 꿈과 목표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부고에 반드시 들어가야 할 필수사항을 저자는 이렇게 소개합니다.
정확한 출생일 : 정확한 생년월일은 동명이인을 구별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태어난 순서 : 형제자매 중 몇째였는지 적습니다.
정확한 사망일 : 직접 부고를 쓴다면, 나중에 채워 넣도록 비워둡니다.
이름에 얽힌 사연 : 부모님이 왜 그 이름을 지어 주었느지 이유를 설명해보는 거지요.
태어난 곳과 자란 곳 : 주변 환경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있으면 더 좋습니다.
부모님의 이름과 직업 : 아버지가 세일즈맨이었다면 누구에게 무엇을 팔았는지, 어머니가 철강회사를 다녔다면 최고 경영자였는지 혹은 용강로 작업자였는지 업무 성격을 정확히 기록합니다.
가족의 형태 : 부모님이 이혼했거나 한 분이 일찍 돌아가셨다면 그 일이 본인과 가족에게 미친 영향을 설명해봅니다.
종교의 유무 : 종교가 삶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면, 인생 이야기에서도 상당 부분을 차지하겠지요.
삶에 큰 영향을 준 요인들 : 삶을 이끌어준 인물이나 철학, 책을 소개하고 이유를 적어봅니다.
이외에도, 초년의 관심사와 직업, 배우자나 연인을 만나게 된 사연, 자녀의 성명과 출생일, 학업적 성취, 군 복무 경험, 사회생활, 외부 활동, 취미, 수집품, 별난 생각, 불만거리, 기이한 버릇, 가장 재밌었던 추억이 인생 이야기의 모든 소재가 될 수 있습니다. 

얼굴이 또렷이 나온 사진을 적어도 한 장은 부고에 넣어야 하는데, 사진은 많이 넣을수록 좋습니다. 가급적이면 내가 죽은 뒤 가족이나 친구가 사진을 고르도록 맡기지 맙시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사진을 고를지도 모르니 말이지요.

반면 굳이 넣지 않아도 되는 글도 있습니다. 헌사나 자랑이요. 특히 자질구레한 상은 빼기를 권한답니다. 중요한 것은 수상 목록의 길이가 아니에요. 공직 임명 이력이나 클럽 가입 목록도 뺍니다.

미국에는 자신의 부고를 직접 작성하는 법을 알려주는 단기 강좌도 있답니다. 사람들이 살아있을 때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쓰면서 즐거움을 찾을 수 있다면 정말 멋지지 않을까요? 가족이나 친구에게 부고 작성을 맡기지는 마세요. 아무리 좋은 의도를 가지고 부고 작성을 맡더라도 우리의 소중한 추억이나 성취를 망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자신이 직접 쓴 글을 남겨야 합니다.

내 삶을 한 편의 글로 정리한다면 어떤 글을 쓸 것인가? 그 고민이 오늘의 나를 돌아보고 내일을 준비하는데 있어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멋진 삶, 멋진 이야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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