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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의 경제 공부

내 평생 최고의 재테크 조언

by 김민식pd 2024. 1. 15.

요즘 저는 회사 동료들을 만나면 빨리 퇴사하라고 권합니다. 조금이라도 젊을 때 하루 24시간을 온전히 내 것으로 누려보라고요. 100세 시대에는 인생 이모작이 중요한데요.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힘이 있는 50대에 노후의 직업을 준비하는 편이 좋습니다. 

얼마 전, 지역 도서관 강의에 갔다가 쉰둘의 나이에 조기 퇴직을 선택하고, 지금은 책을 읽고 여행을 다니며 글을 쓴다고 했어요. 평생 급여의 절반을 저축한 덕분에 50대 초반에 퇴사하고 여유로운 노후를 대비할 수 있다고 했더니, 어떤 분이 손을 들고 질문을 하시더라고요. “그건 피디님이 MBC같이 좋은 직장을 다니고 고액의 연봉을 받았으니 가능한 이야기 아닐까요?”

사람들은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돈을 많이 버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부자가 되는 데 있어 중요한 건 돈을 버는 것보다 모으는 것입니다. 돈을 많이 버는 건 내 뜻대로 되지 않아요. 돈을 많이 벌고 싶다고 더 많이 벌 수 있나요? 그렇지 않아요. 내 뜻대로 할 수 있는 건 뭐죠? 내 수중에 들어온 돈을 아끼고 모으는 것. 오직 그것만이 가능합니다.

1987년 대학 진학을 위해 서울에 올라와 처음 느낀 건 상대적 박탈감이었어요. 제 고향 울산은 공업 도시입니다. 주위에서 가장 많이 보는 이들은 공장 노동자들과 직장인들이에요. 비슷비슷한 월급쟁이들이니 돈이 많고 적고 별 차이가 없어요. 그런데 서울에 올라오니 압구정 오렌지족이 있더군요. 나랑 같은 20대인데 외제 차를 타고 고급 브랜드 옷만 입는 친구들. TV 드라마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사는 사람이 진짜 있더라고요. 맞벌이 가정에서 자라며 한 번도 내가 가난하다고 생각한 적은 없는데요, 서울에 오니 상대적 빈곤이 뭔지 알겠더군요.

하숙비를 아끼기 위해 입주 과외도 해봤고요. 대학 동아리방에서 먹고 자는 생활을 한 적도 있어요. 조금이라도 싼 방을 구하려고 다락방에서 3명이 함께 생활한 적도 있고요. 그 시절 저의 목표는 서울에 내 방 한 칸을 마련하는 것이었어요. 어떻게 하면 돈을 모을 수 있을까? 저는 목표가 생기면 일단 도서관으로 갑니다. 돈을 쉽게 모으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도 있을 테니까요.

그 시절에 읽은 책에 이런 글이 나왔어요. “부자가 되는 방법은 간단하다. 버는 것보다 쓰는 게 적으면 된다. 돈을 벌면 무조건 저축부터 해라. 소득의 일정 비율을 꼬박꼬박 저축하면 언젠가 당신은 부자가 된다. 더 빨리 부자가 되고 싶다면 그 비율을 높이면 된다.” 저자가 이상적인 목표치로 제시한 숫자가 50%였어요. 그날 저는 결심했어요. 남은 평생 소득의 절반을 저축하는 사람으로 살자고.

제가 처음 돈을 번 건 1987년 대학생 1학년 때 해 본 입주 과외였어요. 월급은 10만 원이었지만 먹여주고 재워주니 하숙비를 아낄 수 있어 좋았지요. 다만 고등학생 남자애랑 한 방에서 생활하며 같이 먹고 자는 건 좀 힘들었어요. 졸지에 다시 고3 수험생이 된 기분이었어요.

어느 날 방을 청소하시던 주인아주머니가 저를 부르셨어요. “학생 이게 뭐야?” 적금 통장이었어요. 매달 월급 받은 다음 날, 은행에 가서 5만 원씩 꼬박꼬박 적금을 부었어요. 책에서 수입의 절반을 저축하라는 이야기를 들었기에 그대로 실천하고 있다고 했더니 아주머니가 황당한 표정으로 저를 보셨어요. “10만 원 월급에서 5만 원씩 적금을 붓는다고? 학생, 보기보다 독하네.”

대학생 시절, 초등생 대상으로 영어 과외도 하고, 88올림픽 때 체조경기장에서 매점 알바도 하며 꾸준히 돈을 벌었습니다. 아르바이트로 번 돈을 절반씩 저축한 덕분에 졸업하던 해 여름방학에는 유럽 배낭여행도 다녀왔어요. 평생 처음으로 가본 배낭여행이 정말 즐거웠어요.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결심했지요. ‘이 재미난 여행, 죽을 때까지 매년 해보자.’ 1992년에 결심하고, 코로나가 터진 2020년까지 매년 해외여행을 다녔어요. 여행이 독서와 함께 제 삶에 큰 낙이 되었지요.

대학을 졸업하고 영업 사원으로 일했어요. 첫 월급부터 꼬박꼬박 절반을 저축했고요. 2년이 지난 어느 날 갑자기 동시통역사라는 직업에 도전하고 싶어졌어요. 2년 동안 월급의 절반을 저축했으니 1년 연봉이 모였어요. 2년간 급여의 절반만 갖고도 생활했으니, 그 돈이면 수입이 없어도 2년 정도는 버틸 수 있겠다는 자신이 생겼어요. 사표를 내고 통역대학원 입시반에 다니기 시작했어요. 2년 정도 통대 입시를 준비하고, 돈이 다 떨어지면 그때 새로운 살 길을 찾아보자, 싶었는데, 운좋게도 6개월 만에 덜컥 합격했어요. 영어책 한 권을 외웠을 뿐인데, 인생이 바뀌었네요. 

그때 예금한 돈이 없었다면, 회사를 그만둘 엄두가 안 났을 거예요. 영업이 아무리 힘들어도 버티며 회사에 다녀야 했겠지요. 돈은 위기의 순간, 나를 살리는 구세주이자, 새로운 꿈을 찾도록 도와주는 은인이에요. 그날 이후, 저는 남은 평생 꾸준히 소득의 절반을 저축했어요. 힘들 때는 돈이 든든한 뒷배가 되어주고, 또 새로운 길을 찾도록 도와주는 은인이니까요. 1992년 첫 직장에 들어간 후, 2020년 퇴직할 때까지 30년 가까이 월급의 절반을 저축하고 남은 돈으로 생활했어요.

돈을 모으기 위해, 술 담배 커피는 멀리하고 골프처럼 비싼 취미는 접었습니다. 오직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고, 자전거로 출퇴근하고, 주말에는 산을 타며 지냈지요. 취미 생활에 돈을 쓰지 않아요. 돈을 쓰지 않고도 세상을 즐기는 사람은 돈을 벌지 않고도 살 수 있어요. 돈을 벌기 위해 스트레스를 받을 이유가 없지요. 어느 순간, 이런 깨달음을 사람들과 나눠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그게 13년 전 <공짜로 즐기는 세상> 블로그를 만든 계기가 되었습니다. 

“부자가 되는 길은 간단하다. 수입보다 지출이 적으면 된다. 월급의 절반을 저축하고, 남은 돈으로 생활하라. 그럼 당신은 더 빨리 부자가 될 수 있다.” 

30년 전에 읽은 그 책, 제목도 저자도 기억이 나지 않지만, 제게는 경제적 자유를 선물해준 은인입니다. 절반은 이상적 수치입니다. 중요한 건, 모을 수 있는 한, 최대한의 돈을 저축해보세요. 당신에게 최고의 친구가 되어줄 것입니다.

<짠돌이의 경제 공부> 다음 시간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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