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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의 경제 공부

짠돌이의 경제 공부

by 김민식pd 2024. 1. 8.

2020년 12월 31일, 24년을 다닌 MBC에서 명예퇴직했습니다. 회사에서 받은 퇴직금을 일시불로 받는 것보다 나중에 연금으로 받는 게 세제상 혜택이 있다기에 IRP 퇴직 연금에 가입하려고 은행을 찾아갔습니다. 증권투자신탁 상품이 있고, 저축은행 정기예금 상품이 있더군요. 증권투자신탁의 경우, 수익률이 30%가 넘는 상품이 많았어요. 1억을 넣어두면 3천만 원이 불어나는 상품이라니! 문득 2020년 코로나가 터지고, 쏟아져나온 주식 관련 책들의 제목이 뇌리를 스쳤습니다. ‘노후 대비를 위해서는 주식에 투자하라!’ 저는 평생 주식투자를 해 본 적이 없어요. 늦었지만 퇴직금이라도 주식에 좀 넣어야겠네요. 이제 월급이라는 고정 수입이 사라졌으니 투자수익이라도 노려봐야지요.

당시 수익률이 좋은 상품을 꼼꼼하게 비교해서 1억 넘는 돈을 주식펀드형 상품에 넣었습니다. 그리고 6개월 후, 수익률은 마이너스 30%를 기록합니다. 퇴직금 3천만 원이 허공에 날아갔어요. 퇴사했으니 백만 원 벌기도 어려운데 3천만 원을 날리니 허탈합니다. 그나마 성격이 소심해서 저축은행 상품에 나누어 넣은 돈이 있어 손실이 적은 편입니다. 만약 퇴직금 전부를 펀드에 넣었다면 피눈물 날 뻔했어요. 

2021년 1월 퇴직금 입금 금액은 205,405,000원, 2억 원이 넘는데요. 2024년 1월 1일 현재 평가액은 171,048,000원, 1억 7천만 원 정도입니다. 운용수익 – 32,000,000원. 마이너스 3천2백만 원. 수익률은 마이너스 16퍼센트를 기록중이네요. 그나마 지난 2년 동안 조금 올라간 게 이 정도입니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을까요?

2020년, 코로나가 터지고 각국 정부는 양적 완화 조치에 들어갑니다. 막대한 양의 돈이 시중에 풀리고요. 돈의 양이 늘었다는 것은 화폐 가치는 내려가고 자산의 가치는 반대로 올라간다는 뜻이지요. 부동산, 주식, 암호 화폐 등의 가격이 폭등했습니다. 퇴직금을 들고 은행에 갔을 때, 주식펀드의 지난 6개월 평균 수익률이 플러스 30%였어요.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아, 6개월 전에 이 상품에 가입했더라면 앉아서 수천만 원을 벌었겠구나!’ 나중에 깨달았지요. ‘6개월 동안 플러스 30% 수익을 내는 상품은 다시 6개월 동안 마이너스 30% 손실이 나기도 하는구나.’

경제 공부가 부족했음을 실감했습니다. 평생 짠돌이로 살면서 돈을 모으는 데 최선을 다했지만, 마지막 순간 나의 욕망을 다스리는 데 실패하면서 큰 손실을 보았어요. 서점으로 향했습니다. 다시 공부가 필요한 순간입니다. 100세 시대, 이제 남은 노후의 관건은 평생 모은 자산을 어떻게 잘 지키느냐에 달려있어요. 2021년 봄 서점에 진열된 종합 베스트셀러 상위권에는 경제 경영 재테크 관련 서적들이 많았어요. 코로나로 인한 자산 인플레 시절이었잖아요. 주식, 부동산, 암호 화폐를 다루는 책들이 쏟아져 나왔어요. 빚을 내서라도 투자를 하라고 권유하는 책도 있었어요. 문득 그런 생각을 했어요. 과연 이 조언이 시간이 지난 후에도 가치를 발휘할 수 있을까? 2년이 지나지 않아 미국 연준에서 금리 인상을 시작하고요, 빚을 내어 투자한 사람들은 자산 가격은 내려가고 이자는 늘어나면서 심하게 고생하고 있어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평생 돈을 공부해야 합니다. 경제의 작동 원리를 알아야 돈 문제로 고생하지 않고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어요. 경제에 있어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은 잠깐 반짝하고 뜨는 조언에 귀를 기울여 평생 모은 자산을 쏟아붓는 일입니다. 평생 모은 돈을 한방에 털어 넣는 투자 못지않게 위험한 것은 미래소득을 미리 털어 넣는 겁니다. 코로나 시절 유행했던 영끌 투자가 그래요. 최대한 빚을 끌어다 쓰고 남은 평생 갚아가겠다는 방식. 둘 다 위험하지만 저는 후자가 좀 더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모은 돈을 날리면 0에서 다시 시작하면 되는데, 미래소득까지 끌어다 투자했다가 손실을 보면, 긴 시간 마이너스의 영역에서 헤매야 하거든요. 과도한 빚은 삶을 황폐하게 만듭니다.

경제 공부를 다시 시작하며 3가지 힘을 가진 책을 찾고 싶어요. 

첫째, 시간의 힘을 견디는 스테디셀러. 반짝 시류에 영합하는 책은, 당시에는 좋은 조언처럼 느껴져도 시간이 지나면 후회만 남기는 선택이 될 수 있어요. 수십 년의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유효한 조언을 들려주는 그런 책을 찾고 싶습니다.

둘째, 객관적 식견의 힘을 가진 베스트셀러. 주식이나 부동산 등 특정 분야의 전문가들이 쓴 책은 때로는 너무 편향적입니다. 그런 조언을 따라가다 자산 쏠림 현상이 일어날 수 있고요, 그 분야의 시장이 하락장을 만나면, 애써 모은 돈을 날릴 수도 있어요. 자본 시장 전체를 보는 객관적인 안목을 기르고 다양한 종목에 자산을 배분한 포트폴리오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셋째, 긍정의 힘을 길러주는 책. 우리는 늘 부정적인 정보에 솔깃합니다. ‘노후파산을 막으려면 자산 얼마는 있어야 한다.’ ‘인플레이션을 방어하려면 연간 자산수익률이 몇 % 이상이 되어야 한다.’ 그런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우리의 마음은 불안해지고요, 투자자가 자신의 불안을 다스리지 못하면 수익을 올리기 쉽지 않습니다. 돈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공유하면서도 불안을 자극하기보다, 긍정적인 태도를 길러주는 책을 찾고 싶습니다.

퇴직 연금 마이너스 3천만 원을 기록 중인 계좌를 보며 다시 결심합니다. '2024년 한 해, 경제 공부를 열심히 해야겠구나. 내 소중한 자산도 지키고, 든든한 노후를 챙기며,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책에서 찾아야겠다.'

짠돌이의 경제 공부, 다시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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