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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여행예찬/은퇴자의 세계일주

일본 니가타 방랑

by 김민식pd 2023. 12. 20.

짝수달마다 해외 여행을 다니고, 홀수달에는 국내 여행을 다닙니다. 지난 4월에 규슈 올레길을 걷고 여행기를 올린 적이 있지요. 그즈음 페이스북에서 김봉석 작가님이 올리신 사진에서 제가 묵었던 료칸 교토야가 나온 걸 봤어요. 김봉석 작가님도 다케오 온천 올레길을 걸으신 거죠. 
 
저는 김봉석 작가님의 오랜 팬입니다. 제 블로그에서 ‘김봉석’이라고 검색하면 수많은 리뷰가 뜹니다. 김봉석 작가님을 좋아하는 이유는 취향이 저랑 비슷하기 때문이에요. 씨네 21에서 영화평론가로 일하실 때부터 저는 김봉석 작가님이 재미있다고 하는 영화는 다 재미있었고요, <하드보일드는 나의 힘>이란 책에서 추천해주신 소설도 다 재미있었거든요. 규슈 올레길을 김봉석 작가님이랑 같이 걸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 김봉석 작가님이 글을 올리셨어요.

‘일본방랑 2 : 설국의 그곳, 니가타의 협곡과 온천에 함께 가요.
12월 9일(토)에서 12일(화), 니가타.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묵으며 <설국>을 썼던 에치고유자와의 타카한료칸에 묵고, 일본 3대 협곡인 키요쓰 협곡을 보러 갑니다.  <설국>의 현장을 느끼며 온천욕을 하고, 키요쓰 협곡의 터널에 조성된 예술품을 보고, 니가타의 모든 사케를 맛볼 수 있는 폰슈칸과 니가타의 근대건축 사이토별장 등을 갑니다. 겨울바다도. 이번 방랑의 컨셉은 느긋하게 온천과 자연과 미식을 즐기자, 입니다.
‘일본 방랑’은 혼자 다니기는 귀찮고 힘들고, 패키지로는 안 갈 장소들을 유유자적 돌아다니는 여행입니다. 저와 일본어 통번역가 김해진 님이 가고 싶은 곳의 여행 코스를 만들어서, 함께 가고 싶은 분이 참여하는 정도의 가벼운 여행. 이번에도 최대 8명 정도 함께 갑니다. 없으면 그냥 개인 여행……
니가타까지의 항공은 각자 해결하시고, 니가타 공항에서 만나고 헤어지는 일정입니다.‘ 

우와아앙! 세상에나, 세상에나! 내가 흠모하는 김봉석 작가님이랑 문학기행이라고라! 얼른 김봉석 작가님께 페이스북에 댓글로 참여 의사를 밝히고 비행기 티켓을 예약했어요. 


2023년 12월 9일 10시에 대한항공 비행기를 타고 니가타로 날아갑니다. 

저 아래 보이는 섬은 대마도일까요?

12시에 도착했어요. 작은 도시의 국제공항이라 그런지 입국장에는 우리 밖에 없었어요. 수속도 간단하게 끝이 났고요. 공항 직원들이 무척 친절하셨어요. 

공항에서 니가타역 가는 셔틀버스를 탔어요. 같이 가는 일행 중에 일본어를 잘 하시는 분이 계셨어요. 친구분들이랑 일본어 독해 공부하는 모임도 있다고요. 반가운 마음에 어설픈 일본어로 말을 걸었어요. 고맙게도 말을 잘 받아주셔서 회화 연습을 할 수 있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윤 선생님! 


1시에 니가타 역에 도착했는데요. 기차 시간까지 시간 여유가 있어 잠시 자유시간을 즐깁니다. 

역 근처 쇼핑가에서 빅 카메라 매장을 둘러봤어요. 

일본에 처음 간 건 1996년인데요. 그때 신주꾸에 있는 빅 카메라 매장을 무척 신기해하며 둘러봤던 기억이 나네요. 

물가가 무척 쌉니다. 음료가 대부분 1천 원대. 한국의 편의점에서는 2천 원이 넘어가는 데 말이지요.

일본에 와서 물가가 싸다고 느끼는 날이 올 줄은 몰랐어요.

기차를 탔어요. 김봉석 작가님 옆자리에 나란히 앉아 수다를 떨면서 가요. 
버블 시대 호황이 끝나고 일본은 장기 불황에 빠졌는데요. 지난 30년간 성장한 3가지 일본 기업이 있대요. 유니클로, 천엔샵, 대부업체. 셋 다 불황의 지표지요.

요즘 한국에서도 어딜 가나 다이소 매장이 늘어나는데요, 저성장 국면에 들어선 신호가 아닌가 싶네요. 

기차 차창 밖 눈 쌓인 봉우리가 보입니다!

3시에 에치고유자와역에 도착하니 료칸에서 송영버스가 나오네요.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노벨문학상 수상작 <설국>을 집필한 료칸, 다카한에 3시 30분에 체크인했고요.

4인 1실, 다다미방에서 같이 자는데요. 저는 김봉석 작가님 바로 옆자리에서 잡니다. 남자랑 자는데 왜 이렇게 설레는 걸까요? ^^

다들 온천욕하러 가는데, 저는 혼자 동네 산책을 나갑니다. 이번 여행이 좋은 게, 자유시간이 많아요. 각자 자신의 취향대로 여행을 즐기는 거죠.

저 멀리 갈라 스노우 리조트 기차역이 보입니다. 동경에서 퇴근한 직장인이 신칸센을 타고 와 여기서 내리면 바로 스키 슬로프에 올라 갈 수 있다고요.

에치고유자와는 일본 스키의 발상지입니다. 

100년 전 사람들이 스키를 탔던 곳이에요. 그때는 리프트가 없어서 스키 장비를 들고 걸어서 산에 올라갔대요. 

동네에 사람이 전혀 안 보입니다. 여기도 지역 소멸의 영향을 받는 걸까요?

그날 저녁, 다카한에서 김봉석 작가님과 한 컷 찍었습니다.

평생 저는 책 속에서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을 쫓아다녔고요. 이제 은퇴 후, 그 작가들의 강연장을 쫓아다니거나 여행지를 찾아다닙니다. 인생은 결국 내가 좋아하는 취향을 하나씩 모으고, 그 취향의 끝에서 만난 인연들과 즐거운 추억을 만들어가는 게 아닐까요?

본격적인 설국 문학 기행기는 다음 편에 올릴게요.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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