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강의를 자주 다닙니다. 강사로 일하며 느끼는 힘든 점은요, 사람들의 집중력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게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전 세계 모든 곳에서,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집중하는 능력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미국의 10대들은 한 가지 일에 65초 이상 집중하지 못하고요. 직장인들의 평균 집중 시간은 단 3분에 불과합니다. 산만해지는 이유가 스마트폰과 같은 디지털 기기 탓이라고 생각하지요? 원인은 더 크고 다양합니다.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집중력 문제가 사회적 변화가 가져온 유행병이라고 진단하는 책이 있습니다.
<도둑맞은 집중력 : 집중력 위기의 시대, 삶의 주도권을 되찾는 법> (요한 하리 저/김하현 역/어크로스)
저자는 집중력을 빼앗아가는 도둑들을 ‘너무 많아서 문제인 것들’과 ‘너무 적어서 문제인 것들’로 나눕니다. 멀티태스킹, 만성적인 스트레스, IT 기업들의 심리 조작, 이런 건 너무 많아서 문제고, 수면 시간과 책 읽기, 영양가 있는 음식은 너무 적어서 문제라고요.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사망 원인 중 하나가 무엇인지 아세요? 바로 부주의한 운전입니다. 유타 대학의 한 인지 신경과학자가 실험 참가자들에게 운전 시뮬레이터를 작동하게 하고 이들이 핸드폰 문자 수신을 할 때 얼마나 안전하게 운전하는지를 관찰했는데요. 그 결과 참가자들의 운전 능력이 손상되는 정도는 술을 마셨을 때와 “매우 유사”한 것으로 드러났다고요. 지속적인 주의 산만은 취할 때까지 술을 마시는 것만큼이나 길 위에서의 집중력에 나쁜 영향을 미칩니다. 오늘날 자동차 사고 다섯 건 중 약 한 건이 부주의한 운전 때문에 발생합니다. 운전과 휴대폰 사용을 동시에 하는 멀티태스킹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갑니다.
제가 욕심이 많아서요. 한때는 자전거 타고 회사 출근하면서 영어 오디오북을 들었거든요. 출근과 운동과 공부 세 가지를 동시에 한 거죠. 요즘은 자전거 탈 때 이어폰을 잘 쓰지 않습니다. 사고 위험이 높아집니다. 자전거를 탈 때는 전방 주시하고 귀로는 주변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그럴 때 자전거를 타는 즐거움은 더 커집니다. 멀티태스킹은 효율을 높이는 게 아니라, 오히려 집중력을 떨어뜨립니다.
우리 뇌는 동시에 한두 개의 생각밖에 하지 못합니다. 수십 만 년 동안 수렵채집인으로 살아온 우리의 뇌는 무척 단순합니다. 멀티태스킹이란 개념이 생긴 건 최근의 일입니다. 1960년대에 컴퓨터 과학자들이 프로세서가 여러 개라서 동시에 두 가지, 혹은 그 이상의 작업을 처리할 수 있는 기계를 발명했고요. 그러한 기계의 성능에 ‘멀티태스킹’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이 개념을 가져와 인간에게 적용한 거죠. 여러분, 멀티태스킹은 기계가 하는 거지, 사람에게 적용할 수 있는 개념이 아닙니다.
한 가지 일에 몰입할 때, 우리는 몰입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습니다. 몰입하기 위해 필요한 3가지 조건이 있어요.
첫째, 명확하게 정의된 하나의 목표입니다. 한 가지 목표를 추구하겠다고 마음먹고, 그러는 동안 다른 목표는 옆에 치워둬야 해요. 15분 동안 아이에게 책을 읽어줄 거야. 그러면 그동안은 다른 일은 하지 않아야 합니다. 10분 동안 스쿼트를 할 거야. 그러면 그동안은 휴대폰을 보지 않아야 합니다. 한 번에 두 개 이상의 일을 하려 하는 사람은 절대 몰입 상태에 이를 수 없습니다.
둘째, 자신에게 의미 있는 일을 해야 합니다. 개구리는 자신이 먹을 수 있는 파리를 자신이 먹을 수 없는 돌보다 훨씬 많이 쳐다볼 겁니다. 개구리에게 파리는 유의미하고 돌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지요. 뇌는 자신에게 중요한 일에 집중하도록 만들어졌어요. 어떤 상황에서든 내게 의미 있는 일에는 집중하는 게 더 쉽습니다.
셋째, 능력의 한계에 가깝지만 능력을 벗어나지는 않는 일을 하는 겁니다. 선택한 목표가 너무 손쉬우면 우리는 자동 조종 모드에 돌입합니다. 반면 목표가 너무 어려우면 초조해지고 평상심을 잃어서 몰입에 빠져들지 못해요. 저는 책을 고를 때, 너무 쉬우면 시시하고요, 너무 어려우면 질립니다. 적당히 제게 지적 자극을 주는 책을 읽을 때 몰입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습니다.
현대인들에게 집중력이 줄어드는 또 하나의 이유는 부족한 수면 시간입니다. 우리가 잠을 자는 동안 뇌척수액이 낮 동안 머릿속에 쌓인 독성 단백질을 청소합니다. 하지만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면 기억력이 20퍼센트에서 30퍼센트 감소하며, 이 시간이 길어지면 술에 취한 것만큼 인지 능력이 손상됩니다. 숙면을 취하셔야 집중력이 올라갑니다.
일을 하다 집중력이 떨어지면, “당 떨어진다”라고 말하며 짧고 굵게 집중하기 위해 설탕과 탄수화물이 잔뜩 든 간식을 먹기도 합니다. 그러면 우리 몸에선 혈당이 치솟았다가 급격히 떨어지는 ‘롤러코스터’ 현상이 발생합니다. 자동차에다 우주선 로켓 연료를 넣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부족한 수면과 과도한 영양은 집중력을 빼앗아가는 또 하나의 이유입니다.
아이들의 집중력을 키워주기 위해 뭘 해야 할까요? 아이들이 놀 수 있는 시간을 주어야 합니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활동은 놀이입니다. 놀이를 통해 아이들은 첫째, 창의력과 상상력을 키우고요. 둘째, 타인과 상호작용하고 어울리는 방법을 배우고요. 셋째, 즐거움과 기쁨을 경험하며 살아있다는 느낌을 배웁니다.
저명한 사회심리학자인 조너선 하이트 교수는 어린이와 10대 사이에서 불안이 크게 증가한 이유 중 하나가 놀이의 박탈이라고 주장합니다. 어린이는 놀 때 예기치 못한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을 습득합니다. 이러한 기회가 줄어들면 어른이 되어서도 자신이 유능하다는 생각을 하기 힘들고요. 불안해집니다. 사람이 불안할 때는 집중력이 나빠집니다.
전 세계 성취도 평가표에서 항상 높은 평가를 받는 나라가 핀란드인데요. 핀란드의 아이들은 일곱 살이 되기 전까지 아예 학교에 가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그때까지 그냥 놉니다. 7세에서 16세 사이의 아이들은 오전 9시에 학교에 도착하고 오후 2시에 하교합니다. 숙제는 거의 없고,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시험도 거의 없어요. 핀란드 아이들의 삶에는 자유로운 놀이가 있습니다. 법적으로 핀란드의 교사들은 45분 수업할 때마다 15분의 자유 놀이 시간을 줘야 합니다. 그 결과, 핀란드인은 세계에서 읽고 쓰는 능력과 산술 능력이 가장 뛰어나고 가장 행복한 사람들 중 하나입니다.
오늘날 어른들은 어린이와 10대들이 집중에 어려움을 겪는 것처럼 보일 때 우월감을 느끼며 말을 거듭니다. “요즘 세대를 봐! 우리가 얘네보다 낫지? 쟤네는 왜 우리처럼 못 할까?” 어린이에게는 욕구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욕구를 충족시키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어른인 우리의 책임입니다. 우리는 대체로 아이들의 욕구를 채워주지 않습니다. 자유롭게 놀지 못하게 하고, 전자기기 화면으로 소통하는 것 외에는 별로 할 게 없는 집 안에 아이들을 가두고, 우리의 학교 제도는 대개 아이들을 무감각하고 지루하게 합니다. 아이들이 집중하는 법을 배우지 못하는 것은 아이들의 잘못이 아닙니다. 그건 우리가 아이들을 위해 만든 이 세상의 잘못입니다.
여러분이 화분을 하나 샀고, 그 식물을 잘 키우고 싶다면 어떻게 할까요? 햇빛과 물, 적절한 영양분이 있는 흙처럼 특정 조건을 마련해주겠지요. 그리고 식물을 훼손하거나 죽일 수 있는 것들로부터 식물을 보호하려 할 겁니다. 식물을 짓밟을 수 있는 다른 사람들의 발, 해충, 병에서 식물을 멀리 떨어뜨려 놓을 거예요.
깊이 집중하는 능력은 식물과 같습니다. 우리의 집중력이 잘 자라려면 특정 조건이 필요합니다. 아이들에게는 놀이가, 성인에게는 몰입이 필요하고, 책을 읽고, 자신이 집중하고 싶은 유의미한 활동을 찾고, 적절한 운동을 하고, 잘 자고, 뇌가 건강하게 발달할 수 있도록 영양가 있는 음식을 먹고, 안정감을 느껴야 합니다. 우리의 집중력을 방해하는 것들은 차단해야 합니다. 너무 빨리 무언가를 하려는 욕심, 멀티태스킹, 지나친 자극, 우리를 중독시키는 IT 기술, 스트레스, 탈진, 지나치게 자극적인 가공식품 등.
모쪼록 여러분의 집중력이 무럭무럭 자라나 살면서 성취하고 싶은 일을 다 이루고 사시길 바랍니다. 모든 중대한 과업은 집중하지 않고서는 이룰 수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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