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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

스트레스는 성생활의 적이다

by 김민식pd 2023. 7. 3.

현대인들은 과도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삽니다. 원래 스트레스는 수렵채집을 하며 살아가는 원시인들이 생존 확률을 높이기 위한 자연스러운 반응이었어요. 지난 금요일에 소개한 책, <남자는 어떻게 일어서는가>에서 비뇨기과 의사인 고제익 저자는 스트레스는 성생활의 적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생존을 위협받는 상황이 되면 번식은 뒷전이 되거든요. 

한 원시인이 숲에서 곰과 마주쳤습니다. 죽을 고비에 처한 원시인은 상황 판단을 시작합니다. 자신에게 곰을 이길 무기가 있는지, 곰의 덩치는 과연 살아남을 만한 가능성이 있는 정도인지, 도망간다면 어디로 가야 할지, 과연 자신이 곰보다 빠를 것인지를 빛의 속도로 생각합니다. 싸울 것인지 도망칠 것인지를 순식간에 결정해야 합니다. 이럴 때 자율신경 중에서 교감신경이 원시인의 몸을 지배합니다. 

갑자기 동공이 확장되면서 같은 눈알로도 더 넓은 시야가 확보됩니다. 빠른 판단력이 필요한 머리와 강한 근력이 필요한 근육으로 더 많은 피를 보내기 위해 혈압을 올립니다. 심장박동과 호흡을 빠르게 만들어 산소와 영양분을 더욱 신속하게 신체에 공급합니다. 교감신경의 도움으로 원시인은 민첩하게 움직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곰을 마주한 우리의 원시인 옆엔 어린 아들과 아내가 같이 있습니다. 마침 그의 오른손에는 잘 드는 돌도끼가 쥐어져 있습니다. 가족 모두를 이끌고 곰으로부터 안전하게 도망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원시인은 죽을힘을 다해 싸우기로 작정합니다. 그는 인간의 교감신경과 운동신경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동원해 곰을 공격했고, 얼빠진 곰은 어쩌다 재수 없이 도끼에 머리를 맞고 피를 흘리며 옆으로 쓰러집니다. 

몸에 상처가 좀 생기긴 했지만 원시인은 무사히 가족을 지키고 곰 고기도 얻는 횡재를 누리게 되었습니다. 안전한 동굴로 가서 불을 피워 식구들과 함께 곰 고기로 배를 채웁니다. 이때부터 그의 자율신경체계는 부교감신경으로 넘어갑니다. 머리와 운동 근육으로 몰렸던 혈액은 장으로 이동해 소화를 돕고 영양분을 흡수합니다. 배도 부르고 안전도 확보한 그의 동공은 서서히 축소되어 눈으로 들어오는 빛의 양을 줄입니다. 머리에서 빠져나간 혈액은 졸음을 불러오고 졸음은 잠으로 연결됩니다. 달콤한 잠은 그의 지친 심장과 근육과 신경 소모를 다시 충전해줄 것입니다.

그때 그의 아내가 원시인의 어깨를 흔들어 깨우며 아들이 잠들었음을 알려줍니다. 곰을 때려잡고 가족을 무사히 지킨 남편을 자랑스럽게 바라보며 야릇한 눈빛을 보냅니다. 원시인은 죽을 듯이 피곤했지만 고민합니다. ‘그냥 잘까? 아니면 하고 잘까?’ 사실 내일 당장 더 큰 곰에게 물려 죽어도 이상할 바 없는 게 그의 인생이었습니다. 결국 그는 하나라도 더 많은 유전자를 세상에 남기고 싶다는 원초적 본능에 따릅니다.

스트레스의 정의는 ‘신체에 가해진 어떤 외부 자극에 대하여 신체가 수행하는 일반적이고 비특정적인 반응’입니다. 여기서 외부 자극이란 신체에 위협을 가하는 신체적 또는 심리적 상황을 말합니다. 앞선 이야기에서 곰의 등장은 원시인에게 큰 스트레스를 일으킵니다. 원시인은 자신도 모르게 교감신경을 발동시켰고 상황에 맞게 향상된 신체 기능으로 위기를 모면했습니다. 

곰을 때려잡고 위기에서 벗어난 원시인은 동굴에 들어와 안정을 취하면서 부교감신경을 불러들입니다. 영양분을 흡수하기 위해 내장으로 다량의 피를 보냈습니다. 휴식이 필요할 깨 졸음을 부르는 갖가지 장치를 활성화시켰습니다. 부교감신경이 활성화된 상태에서 아내가 보낸 그린 라이트는 원시인을 성적으로 흥분시켰고, 그가 자손을 퍼트리는 일에 집중하도록 만듭니다. 이것이 인간이 자율신경계를 이용해 살아남고, 번식하고, 휴식하는 방법입니다.

문제는 현대인의 삶은 원시인과는 많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음식도 충분하고 잠잘 곳도 안전한데다 곰이나 호랑이가 나타나 사람들을 갑자기 물어가지도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생활 속에서 높은 강도의 스트레스를 끊임없이 받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보면 우크라이나 전쟁 소식이 들려옵니다. ‘아, 또 곡물 가격이 인상되어 식당 물가가 오르겠네.’ 일론 머스크가 뭐라고 또 실언을 했는지 갑자기 암호화폐 가격이 요동을 칩니다. 미국 연준이 금리를 올렸는데, 왜 이번 달에 내가 내야 할 주택 담보 대출 이자가 오르는 걸까요? 

세계화와 정보화는 우리에게 끊임없이 불안을 자극합니다. 우리의 삶은 지구 반대편의 변화에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습니다. 한국 주식시장이 끝나면 미국장이 문을 열고, 외환과 비트코인은 하루 종일 쉬지 않고 변동합니다. 우리의 자산 가치가 가진 양에 관계없이 쉬지 않고 변화합니다. 이렇듯 전 재산의 가치를 좌우하는 일들이 연일 사방에서 쏟아집니다. 달려드는 뱀을 물리치고 곰이 사는 동굴을 조심스럽게 지나는 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끊임없이 그리고 돌발적으로 변화하는 세계에 우리는 늘 긴장 속에서 살아가야 합니다.


세상을 바꿀 수는 없습니다. 세계화와 정보화라는 도도한 흐름은 개인이 막는다고 막을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다만 스트레스를 피하기 위해 줄일 수 있는 건 있습니다. 바로 미디어에 대한 과도한 노출입니다. 미디어가 사람의 시선을 끌기 위해 사용하는 수단 중 가장 흔한 것이 성욕, 식욕, 과시욕입니다. 여러 곳에서 수없이 쏟아지는 광고들을 보면 대부분이 이 셋 중 하나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미디어를 보게 만드는 또 하나의 강력한 유인책이 있습니다. 바로 불안입니다. 인간은 누구나 생존 본능이 있기에, 불안을 자극하면 반응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사람들의 분노를 자극하는 뉴스가 쏟아져나오고 그 과정에서 우리의 교감신경은 혹사당합니다. 미디어를 소비하는 대신, 걷거나 책을 읽고 명상을 하세요. 교감신경을 잠재우고 부교감신경을 소환하는 거죠. 부교감신경이 활성화되면 혈액을 장기로 보내 소화를 촉진합니다. 근육을 이완시키고 긴장을 풀어 몸을 쉬게 합니다. 심박을 떨어뜨려 안정을 취하게 하고 잠을 자면서 낮 동안 혹사시킨 몸을 회복시킵니다. 사랑을 나누는데에도 교감 신경 안정화가 필수입니다. 스트레스가 발기부전의 큰 요인이거든요.

뉴스를 볼 때마다 화가 난다면, 뉴스 시청을 줄여야 할 시간입니다. LOVE & PEACE. 

모쪼록 사랑과 마음의 평화가 함께 하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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