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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

중국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by 김민식pd 2023. 6. 23.

중국의 대학생들이 필수 과목으로 배우는 수업이 3개 있답니다. 
1. 마르크스주의 개론
2. 모택동 사상
3. 등소평 이론

공산주의 국가는 역시 다르네요. 2020년도에 새로 생긴 과목도 있어요. 
4. 시진핑 개론

시진핑을 모택동과 등소평과 같은 반열에 올려놓으려는 교육 당국의 속셈이 엿보이지요. 중국의 대학생들은 이런 반응을 보인답니다. “아직 살아있는 사람에 대해 배우라고?” 죽은 사람에 대해서는 역사적인 평가가 가능합니다. 하지만 아직 살아있는 권력자에 대해 공부하는 건... 우상화의 느낌이 좀 있지 않나요? 지금의 중국 상황에 대해 조금 더 알고 싶은 마음에 찾아 읽은 책이 있습니다.

<차이나 쇼크, 한국의 선택 : 왜 지금 중국이 문제인가?> (한청훤 저 / 사이드웨이)

명예퇴직을 신청한 후, 퇴직연금으로 펀드 투자를 할 때, 저는 중국 증시에 투자하는 펀드를 선택했어요. 2020년 하반기부터 전 세계적으로 유동성이 풀리며 세계 증시가 대세 상승하는 상황에서, 코로나 방역에 상대적으로 성공한 중국의 증시에 기대를 걸었던 거지요. 그런데 시진핑 정권이 갑자기 공동부유 구호를 외치며 민간기업들을 괴롭힌 결과, 중국 기업들의 주식이 폭락합니다. 엥, 이건 또 무슨 일이지? 알리바바의 마윈 등, 잘나가는 중국의 기업가들이 공산당 정부의 시책에 비판적인 의견을 피력하자 본때를 보여준 거지요. 아, 시장주의 경제를 도입한 것 같지만, 여전히 중국은 일당독재 공산국가구나, 하는 걸 뼈저리게 느꼈어요. 권력에 밉보이면, 자본가도 가차 없이 손 볼 수 있는 나라.

요소수 사태와 중국 주식 폭락 사태를 통해 중국에서 일어나는 일이 우리의 경제상황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걸 느꼈는데요. ‘중국이라는 나라는, 지금 대한민국을 향한 하나의 ‘쇼크’와도 같다. 중국이 과시하는 위협과 팽창의 움직임은 마치 거대한 해일(海溢)처럼 우리에게 몰아닥치는 중이다. 중국은 시진핑 집권 이후 명백하게 ‘중화 제국의 귀환’을 꿈꾸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2022년 가을 제20차 당대회에서 시진핑 주석은 3연임을 최종 확정했습니다. 중국 공산당 역사상 3연임을 한 사람은, 모택동, 등소평, 시진핑 딱 세 사람뿐인데요. 모택동은 국민당과의 싸움에서 이겨 중국 대륙을 통일한 공산당의 영웅이고요, 모택동은 개방 정책을 통해 가난한 중국의 경제 발전을 이끌었지요. 시진핑은? 빠른 경제성장 덕분에 중국이 예전의 자존심을 되찾긴 했지만, 딱히 커다란 업적을 남긴 것 같지는 않아요. 그가 노릴 수 있는 업적은 대만 수복입니다. 저자는 5년 내,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말합니다.

중국이 자신감을 갖고 세계 무대 전면에 나서게 된 것은, 역설적이게도 미국의 위기 탓입니다. 2차 세계대전의 직접적 원인이 된 1929년 대공황 사태 이후 최악의 경제위기로 평가되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말이지요. 

‘일단 글로벌 금융위기로 위기의 진원지였던 미국의 위신은 크게 흔들렸다. 그리고 미국이 1980년대 이후 전 지구를 대상으로 주창하며 세계를 풍미했던 신자유주의의 이념적 유행이 끝나는 계기가 된다. 2008년의 금융위기는 한 국가 내에서도 세계화가 얼마나 이중적으로 작동하는지를, 세계화가 낳은 (주로 소수 부유층인) 수혜자와 (주로 다수 저소득층인) 피해자의 실체를 노골적으로 드러냄으로써 향후 미국의 트럼프, 영국의 브렉시트, 유럽의 극우 정당 부상 등 글로벌 포퓰리즘의 시발점이 된다.’

위기에는 영웅이 필요한 법, 중국은 이때 ‘세계 경제의 구원자’로 등장합니다. 미국은 양당 정치 체제라 위기가 터지면 약간 허둥지둥하는 면이 있어요. 민주당과 공화당이 의회에서 서로 니탓이니 내탓이니 싸우랴, 양적 팽창을 하니 마니, 세금을 쓰니 마니 가지고 한창 싸우거든요. 그때 일당독재라 기민한 대처가 가능한 중국 정부가 나섭니다. 2008년 11월 초, 당시 사상 최대 규모인 총 4조 위안(약 780조 원)의 재정 정책과 적극적 금융완화 정책을 발표합니다. 
  
2009년 봄, G20 정상회의 개최국 영국의 당시 외무장관은 중국에 대해 “후세의 역사가들은 2009년 중국이 글로벌 자본주의를 안정시키는 데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한 역할을 했음을 보게 될 것”이라며 “1989년 이후 자본주의가 중국을 구했다면, 2009년 이후에는 반대로 중국이 자본주의를 구했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라는 표현으로 중국과 후진타오 국가 주석을 극찬했습니다. 

금융위기가 미국의 신자유주의가 내포한 약점을 만방에 드러냈고요. 트럼프가 집권하면서, ‘이제 미국은 더 이상 세계의 경찰 노릇을 하느라 돈을 쓰지 않겠노라’고 선포합니다. 주한 미군 철수 이야기도 그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고요. 동네에서 짱먹던 형이 물러나 쉬겠다고 하면 새로운 주먹이 등장하지요. '그래? 그럼 내가 한번 대장 노릇을 해볼까?' 그게 지금의 중국입니다. 물러나겠다고 했던 짱도 누가 자신의 자리를 차지하는 건 또 못 봅니다. '어, 잠깐. 생각해보니까 그냥 친구들이랑 계속 노는 게 낫겠네.' 이게 미중 갈등의 현국면입니다.

중국이 동북아 지역의 강자로 부상하는 걸 가장 두려워하는 나라는 어디일까요? 바로 일본입니다. 중국이 서방 열강들에 치어 고생하던 1900년대 초반 중국을 침략하고 난징학살까지 일으켰던 일본. 중국 입장에서는 어쩌면 영국 같은 유럽의 강대국보다 일본이 더 미울지 몰라요. ‘내가 아편 탓에 잠시 정신이 혼미했을 때 내 집에 와서 나한테 칼빵 놓은 옆집 꼬마가 있었지?’

그래서 일본은 미국의 힘을 빌어 국방 동맹을 맺으려고 하고요. 한국을 여기에 끌어들이려 합니다. 한미일 동맹. 한국은 어떨까요? 저는 이제 한국이 좀 더 영리한 선택을 해야 할 때라 생각합니다. 일본이 한국을 아쉬워하는 것처럼 중국도 한국을 아쉬워합니다. 이제 우리는 좀 더 튕겨도 될 것 같아요. 일본과 중국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는 거지요. 우리의 국력도 이제는 커졌거든요.

대만을 중심에 두고 미국과 대치하는 과정에서, 중국을 둘러싼 주요 플레이어들이 미국이 구축하는 반중 포위 전선에 속속 합류하고 있어요. 일본은 이미 확고하게 미국에 줄을 섰고, 호주는 미국, 영국과 함께 아예 반중 군사 동맹을 맺었으며, 지역 강대국인 인도 또한 중국과의 국경 분쟁 후 중국 견제를 위해 미국과 손을 잡았습니다. 중국은 현재 한국 정도의 경제력과 군사력, 그리고 대외 영향력을 가진 국가까지 공식적으로 반중 전선에 참여할까 전전긍긍하고 있어요. 이런 상황에서는 중국을 자극하지 않고, 지금의 경제적 협력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일본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한국이 주도권을 쥘 수 있어요. 일본은 지역 내 외교에 있어 크나큰 약점을 안고 있습니다. 과거사 청산이 자신들의 발목을 붙잡고 있는데도, 1960년대 독일과 같은 과감한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지요. 2차 대전의 적이었던 독일과 프랑스는 지금 유럽 연합에서 둘도 없는 우방입니다. 한청훤 저자는 이렇게 말해요.

‘정치적 리더십이 훨씬 더 명확하게 발휘될 수 있고, 점점 상승하는 국가적 위상으로 자신감에 찬 한국이 오랜 기간 하강하며 자신의 국가적 운명에 좌절해 가는 일본에 비해서 관계 개선을 위한 광폭 행보를 할 여지를 더 많이 가지고 있지 않을까? 나는 한일 관계의 미래에 있어 주도권은 일본보다 오히려 한국에 더 있다고 생각하고, 한일 관계를 동맹으로 이끌 키도 한국이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동아시아에서 가장 모범적으로 자유민주주의를 국민 스스로 쟁취하여 실현하고 발전시킨 경험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는 그 어느 나라보다 민주주의와 평화 같은 가치에 기반해 지역 공동체를 설득할 호소력과 자격을 가진 것이다. 만약 미국이 미래 어느 시점에서 동아시아에서 철수하여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중국의 비전, 한일 간 파트너십의 비전, 이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어느 쪽이 더 매력 있을지 결과는 자명할 것이다. 양국이 함께 시야를 과거가 아닌 이러한 미래 쪽으로 돌릴 수 있다면, 한국과 일본이 동아시아의 프랑스와 독일이 되지 못할 이유가 어디 있을까 싶다.’

이 책 읽으며 참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중국의 행보에서 이해가 잘 가지 않았던 것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요. 우리에게 주어진 도전과 과제가 무엇인지 고민하게 되었어요. 항상 느끼지만, 이렇게 방대한 지식을 담은 책을 간략하게 소개하기에는 제 내공이 너무 부족하네요. 더 궁금한 내용은 책으로 찾아보셔도 좋아요. 이 책을 제게 추천해준 MBC 윤석호 피디( <외로움 수업>에서 소개했던 저의 독서 친구)에게 새삼 고마움을 느낍니다.

책을 읽으며 평화와 번영으로 가는 길을 모색하고 싶습니다. 지난 수십년 동안 우리는 세계화와 정보화라는 도전을 잘 견디고 이겨내고 심지어 잘 활용한 덕분에 경제대국과 문화강국이 되었어요. 이제는 지역 내 안보를 책임지는 리더의 역할 또한 잘 수행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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