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에 난생 처음으로 마라톤 하프 코스를 뛰었습니다. 작년 11월 호수 마라톤 대회 5KM단축 코스를 뛴 게 첫 경험이었구요, 너무 재밌어서 12월에 10킬로를 뛰었구, 이번 2월에 21킬로 하프 코스를 신청했습니다. 나이 마흔 다섯에 마라톤을 시작하고 3개월 만에 하프 코스에 도전하자니 엄두는 안 났습니다. 과연 완주를 할 수 있을까? 날씨가 추워 연습도 못했구, 특히 파업 때문에 체력 관리도 제대로 못했습니다. 지난 일요일의 마라톤 대회, 승산은 없었습니다.

승산이 없었지만, 저는 즐거운 목표를 세웠습니다. 이번 대회의 목표는 꼴찌가 되는 것이다. 
'가장 먼저 출발해서 가장 나중에 들어오는 주자가 되자.'

무슨 그따위 목표가 다 있냐구요? 저는 그날 'MB 낙하산 김재철은 퇴진하라'는 구호가 등에 적힌 조끼를 입고 뛰었습니다. 제가 마라톤에 나서며 세운 목표는 하나입니다. 내 등에 새겨진 '김재철 퇴진', 그 문구를 가장 많은 사람에게 보이자. 그 방법은? 가장 앞 줄에서 출발해서 차례차례 추월당해 꼴찌가 되는 것입니다. 그럼 하프 코스를 뛰는 모든 사람은 제 등의 글귀를 읽고 저를 지나칠 테니까요. 태어나서 처음으로 꼴찌를 목표로 달렸습니다. 그리고 달리는 내내 즐거웠습니다. 저를 지나치시는 분들의 격려와 응원을 업고 달렸으니까요.

(손에는 21킬로 완주 메달~ㅋㅋㅋ)

MBC 총파업을 시작한 후, 이렇게 묻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번 파업에 승산이 있나요? 파업이 장기화되면 무노동 무임금에서 오는 경제적 타격이 큰데, 집행부는 어떤 대책을 가지고 계신가요? 김재철 사장이 지난번 '39일 파업'때처럼 도망다니기만 하면 결국 뉴스와 프로그램 경쟁력만 망가져서 파업에 동참한 기자와 피디들만 피해입는것 아닌가요?"

어떤 드라마를 연출 할 때, '이번 작품 성공할 자신 있습니까?'라고 제작발표회에서 물어오면, 이렇게 대답합니다. '만들면서 저 자신 즐길 자신이 있습니다.' 그 누구도 성공을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안전한 길만 선택해서 살면... 인생, 참 재미없습니다.

'이번 파업에 승산이 있느냐?'고 묻는다면,
'승산은 몰라도 즐겁게 싸울 자신은 있다!'고 답합니다. 

저희들의 파업은 즐거운 싸움입니다. 매일 매일의 집회는 버라이어티 야외 공연이자 특별 강연의 연속입니다. 정연주 사장님의 재미난 이야기도 들었구요, '브로콜리 너마저'의 특별 공연도 봤구요, 무엇보다, 불세출의 공연 연출가 탁현민 교수가 연출하는 최고의 토크 콘서트가 준비중입니다. 출연진 한번 봐주세요! 김제동, 나꼼수, 김미화, 이은미, 이한철, 강풀... 등등.... 흥겨운 파업 응원단이 총출동했습니다.

이렇게 멋진 분들 모셔놓고 저희만 놀 수 있나요? 여러분도 초대합니다!  


'으라차차 MBC!' 사전 예약 신청 접수는 오늘 정오에 시작합니다.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포스터를 클릭하면 MBC 노조 홈페이지, 신청 접수란으로 이동합니다~~~ 응원, 감사합니다!
 
(강풀 님이 그려주신 포스터, 깨알같은 재미를 찾는 맛이 있어요! 강풀 작가님께도 감사를~)
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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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Jane 2012.02.09 05:0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고맙습니다. 잘 보고 갑니다. MBC파업을 적극 지지합니다. 이번엔 꼭 이겨서 우리의 마봉춘으로 다시 돌아와주세요!

  2. crystal 2012.02.09 07:4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날씨도추운데마라톤완주축하드립니다^^*항상좋은과정이좋은결과만가져오는건아니라해도최선을다한다면후회는없겠지요?^^피디님말씀처럼즐기면서최선을다한다면비록당장눈에보이지는않는다해도분명아무것도하지않는것과는다를거에여콘서트꼭참석하고싶었는데아쉽게그날지방가게되었네요 좋은공연시간들되었으면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