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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

우리 모두 강사가 됩시다.

by 김민식pd 2023. 1. 18.

제 평생의 꿈을 딱 한마디로 정리하면, 말을 더 잘하는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학창 시절에는 말을 더 잘하면 연애를 할 수 있을 것 같았고요. 영업사원 시절에는 말을 잘해야 실적을 올릴 수 있을 것 같았어요. 피디가 되니 캐스팅도, 연출 지시도 다 말로 하는 일이더군요. 강원국 선생님이 말 잘하는 법의 교본을 펴내셨습니다.

<결국은 말입니다> (강원국 지음 / 더클)

어려서 연애할 때는 더 멋지게 말하고 싶고요, 커서 일할 때는 남보다 더 거창하게 말하고 싶었어요. 우리는 평생 말하기로 경쟁하며 살죠. 윗사람에게 잘 보이기 위해 말을 하고, 남보다 능력이 뛰어나 보이려고 말을 하고요. 기업에서, 청와대에서 회장님과 대통령을 보필하며 연설보좌관으로 살아온 강원국 선생님은 2012년부터 경쟁 대열에서 벗어납니다. 남을 이기기 위해 말할 필요가 사라졌지요. <대통령의 글쓰기>로 저자가 된 선생님은 이제는 남과 다르게 말해야 한다고 깨닫습니다. 

‘강의 시장에 쉰 살 넘어 뛰어든 입장에서, 같은 말을 놓고 같은 방식으로 말해선 승산이 없었다. 그때부터 남과 다르게 말하려고 노력했다. 다행히 세상은 획일화된 줄 세우기가 아니라 각각의 개성을 인정해주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무엇이 달라야 하는가. 콘텐츠와 스타일이 달라야 한다. 남과 말하는 내용을 달리하고, 전하는 방식을 차별화해야 한다. 다른 내용을 다르게 말하면 경쟁하지 않아도 된다. 남과 다를 수만 있다면 무주공산에서 승자독식을 누릴 수 있다.’ 

2012년! 공교롭게도 선생님과 제가 강의 시장에 뛰어든 시기가 겹치네요. 저도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강의를 시작했습니다. 170일간 MBC 파업을 하면서 우리가 왜 싸우는지, 시민들에게 알려야 하는 입장이었어요. 그때 노동조합 대의원 교육을 찾아다니며 강의를 했어요. 파업 조합원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고요. 우리 싸움의 당위성을 알렸지요. 회사에서 저의 그런 갸륵한 정성을 어여삐 보셨는지, 정직 6개월이라는 시간을 선물해주셨어요. 징계 기간 동안 마음 편하게 전교조 선생님들 연수나 노동조합 교육장을 찾아다니며 사장님의 업적에 대해 칭송(?)을 늘어놓았습니다. 그때 제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시는 분들을 만나 강연이라는 업에 대해 새롭게 눈을 뜨게 되었어요.

강연과 강의는 어떻게 다를까요? 강원국 선생님은 이렇게 정의하십니다.

‘강연과 강의는 차이가 있다. 강의는 지식과 정보 전달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고, 강연은 설득과 공감을 목표로 한다.
나는 강의의 본질은 동기 부여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동기 부여는 누군가의 경험을 들을 때, 그런 경험을 자신도 하고 싶을 때, 나아가 그런 경험을 한 사람을 닮고 싶을 때 가장 활발하게 일어난다고 본다. 이론이나 지식을 듣고 실습하는 것으로 동기 부여가 잘 되는 사람도 있지만, 보통은 남의 경험이 의욕을 불러일으키고 행동의 변화를 가져다준다.’

(123쪽)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를 쓰고, 학교에 강의를 다닙니다.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지는 않아요. 다만 저는 영어 공부가 왜 필요한지, 영어를 공부한 후 내 삶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공부는 스스로 할 때 가장 효과가 큽니다. 저는 혼자서도 공부하고 싶은 마음을 내게 하는 것이 제 강연의 목적이라 생각합니다.



‘경험을 말하는 것은 개인의 경험을 사회 자산으로 만드는 일이기도 하다. 개인의 경험은 삶의 자본이다. 경험은 드러내고 말할수록 불어나 모두의 자산이 된다.
그런 점에서 나는 누구나 강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강의를 듣는 사람이 한 명이건 두 명이건 개의치 말고, 특히 가시밭길을 걸으며 고생한 분들이 더 많이 말해야 한다.
나의 경험을 음미하고 반추하며 성찰하는 삶, 그런 경험을 더 쌓기 위해 시도하고 도전하는 삶, 그리고 그 열매를 공유하는 사람이 아름답다.’

(127쪽)

100세 시대, 세컨드 커리어에 대해 고민하는 이들에게 제가 들려드리고 싶은 이야기입니다. 노후에는 누구나 강사가 되어야 합니다. 강사가 되기 위한 조건은 무엇일까요? 저는 3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지금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좋아해야 합니다. 
좋아하지 않으면 잘 할 수 없고, 잘 하지 않으면, 남에게 그 일에 대해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퍼스트 커리어에 최선을 다해야 강사라는 세컨드 커리어가 열립니다. 최선을 다해도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제가 그랬어요. 드라마 피디로 살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직장 생활 말년에는 시련이 많았어요. 괜찮아요. 최선을 다한 사람의 실패담에도 배울 점이 있어요. 좋은 강연의 소재가 됩니다. 어느 분야의 최고가 아니어도, 최선을 다한 사람은 강사가 될 수 있습니다.

둘째, 남이 하는 강의를 자꾸 들어봐야 합니다.
저는 도서관 저자 특강을 쫓아다니는 게 취미였어요.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에 출연하고 깨달았어요. ‘아, 다른 사람의 강연을 듣는 걸 즐기는 분들이 참 많구나.’ 재미로 남이 하는 강의를 자꾸 들어봐야, 강의를 잘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알 수 있습니다. 오프라인 강의를 신청해서 들어도 좋고요. 유튜브에 올라온 강의를 들어도 좋아요. 강사가 되기 전에 청중으로 살아봅시다.

셋째, 내 삶의 경험을 글로 써야 합니다.
글쓰기 강의, 영어 공부법 강의, 진로 특강, 도서관 인문학 특강, 노동조합 강의, 저는 온갖 주제로 다양한 강의를 합니다. 비결은 다작입니다. 10년간 블로그에 매일 한 편씩, 3000편의 글을 썼습니다. 다양한 주제에 대해 책을 읽고 글을 쓰며 말하기의 소재가 풍성해졌어요. 말을 잘 하려면 글부터 써야 합니다. 글을 써야 생각이 정리되고요. 논리정연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쓴 글을 모아 책을 냅니다. 한 권의 책을 쓴 사람은 한 시간 동안 강연할 수 있는 이야기거리가 머릿속에 들어있어요. 강의 섭외를 하는 입장에서 책을 쓴 저자를 선호하기 마련입니다.

말을 잘하는 사람은 인생을 더 풍성하게 살 수 있어요. 노후에 강사로 살고 싶은 분은 강원국 선생님의 신간을 꼭 읽어보세요. 글쓰기와 말하기 최고수의 무림비급이 여기에 있습니다.


<결국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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