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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

새로운 작가를 만난다는 건

by 김민식pd 2022. 11. 9.


지난번에 올린 리뷰에서 이어집니다.

https://free2world.tistory.com/2923

 

슬픈 세입자의 일기

짠돌이로 사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것, 공짜지요. 책벌레인 제가 더 좋아하는 것? 공짜로 읽는 책입니다. 특히 좋아하는 것은 무료 전자책입니다. 휴대폰에 저장해두었다가 어디서든 심심할 때

free2world.tistory.com

 

<인생 마치 비트코인> (염기원 / 은행나무)

염기원 작가님의 소설을 읽다보면, 슬픈 통찰 속에 버무려진 톡쏘는 웃음이 많아요. 책을 읽다말고 자꾸 곱씹어봅니다. 소설 주인공 세입자가 작가라는 꿈에 중독된 사람이라면, 화자는 도박 중독자입니다. 주식을 하다 돈을 잃고 손을 뗍니다. 

'주식을 그만두며 깨달은 건 내가 밑천도, 일정한 수익도 없는 주제에 가치투자라는 우아한 단어에 현혹됐다는 현실 인식이었다. 주식이란 성공한 사람에게는 투자고, 실패한 사람에게는 도박이었다. 게다가 중독은 도박보다 강하다. 여의도 증권가에 "도박을 끊게 하려면 마약을 가르쳐라. 마약을 끊게 하려면 주식을 가르쳐라"는 오래된 농담이 있을 정도다.'  

(132쪽)

중독은 중독으로 치료하라는 말이 있습니다. 마흔에 드라마 피디가 되어 밤을 새우며 일하는 건 너무 힘이 들었어요. 이러다 죽을 것 같았습니다. 과로사는 드라마 제작 현장에서 드문 일이 아니거든요. 나이 60이 넘어서도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하다 작가로의 전업을 꿈꾸게 되었습니다. 회사 생활을 하며 글쓰기를 병행하는 건 쉽지 않았어요. 무언가 더하고 싶을 때 저는 이전의 삶에서 하나를 덜어냅니다. 그게 저녁 술자리였어요. 동창회나 부서 회식에 가는 대신 일찍 잠자리에 들고 새벽에 일어나 블로그에 글쓰는 습관을 만들었습니다. 읽은 책에 대해 리뷰를 쓰면서, 활자중독인 저 자신을 쓰기 중독자로 바꾸어갔어요. <한국소설이 좋아서>1권을 보고 반가웠던 건 재미난 소설이 많이 소개된다는 점이었고요. <한국소설이 좋아서>2권에 참여하며 기뻤던 것은 제가 읽는 사람에서 쓰는 사람이 되었다는 점이었어요. 10년간 블로그를 통해 매일 글쓰기를 한 덕분이지요. 



<인생 마치 비트코인>의 저자의 말에서 염기원 작가님은 이렇게 말해요.

'이 소설은 화해에 대한 이야기다. 화해하는 데 먼저 필요한 건 소통이다. 그래야 이해와 공감으로 이어진다. 어린 나이에 고향을 떠나 서울로 온 화자는 오래도록 고립된 생활을 이어왔다. 그에게도 소통과 화해의 기회가 반복되어 주어진다. 하지만 익숙하지 않아 늘 서툴다.'

세입자의 첫인상에 '게을러보인다'라고 썼던 화자가 치열했던 삶의 흔적을 쫓아가는 이야기입니다. 망자에 대한 자신의 오해에 대해 사과하고 화해를 청하는 글입니다.  

​'화해와 소통, 이해와 공감...' 이게 참 어렵습니다. 

블로그로 10년 넘게 소통하다보니 주제넘게 많은 글을 썼습니다. 그러다 보니 제 글로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줄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 화해를 청하기가 참 어렵더군요. 죄송한 마음에 고독을 선택하고 칩거하며 지내기도 하는데요. 외로움은 괴로움이 됩니다. 그 괴로움을 잊으려고 책을 찾습니다. 제가 잘 모르는 일들에 대해 이해하고, 제가 잘 모르는 입장에서 살아가는 이들에게 공감하기 위해 책을 읽습니다. 제게 있어 소통의 가장 쉬운 방식이 독서입니다. 타인의 생각을 글로 받아들이기는 그나마 수월한데, 그렇게 읽은 저자의 글을 다시 내 방식으로 되새기는 건 쉽지 않습니다. 혹 저자의 뜻을 잘못 전달할까 전전긍긍하지요.

부끄럽기도 하고, 겁도 많이 나지만....... 제가 읽은 책을 저만의 방식으로 리뷰로 풀어냅니다.

그게 사랑이니까요. 상처를 줄 수도 있고, 받을 수도 있어 두렵지만, 좋아하는 마음은 어떻게든 표현해야 하니까요.

'전작인 <구디 얀다르크>에 이어 무거운 현실을 사는 청춘의 구원을 다뤘다. 작가가 텍스트 이면에 숨긴 것들을 찾는 건 내 오랜 독서 습관이고, 소설을 좋아했던 이유다. 다시 읽으면 새로운 것이 보이는 글을 쓰는 작가가 되고 싶었기에 나 역시 글마다 다양한 질문을 던진다.'

<한국 소설이 좋아서> 2권에 <구디 얀다르크>의 리뷰를 쓰기 위해 책을 다시 찾아 읽었어요. 그랬더니 다시 새롭게 보이는 지점들이 있었어요. 염기원 작가님의 작품 세계를 짧은 리뷰로 담기에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모쪼록 여러분이 직접 소설로 만나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새로운 작가를 만나 새롭게 사랑에 빠지는 일은 정말 멋진 일이니까요.

장강명 작가님이 만드는 온라인 독서 모임이 있어요. '그믐'이라고. 그 공간에서 염기원 작가님과 온라인 대화를 나눴습니다. 이번 리뷰는 그 대화를 바탕으로 썼고요. 작가와 독자가 만나는 공간, 그믐에 대해 알고 싶으시다면 아래 링크를 보셔도 좋아요~

https://www.gmeum.com/meet/158

 

<한국 소설이 좋아서 2> 염기원 소설가와의 온라인 대화

반갑습니다. 염기원입니다. 장편소설 『구디 얀다르크』와 『인생 마치 비트코인』을 썼습니다. 진지한 얘기도 좋고, 가볍고 즐거운 수다도 좋습니다. :)

www.gmeu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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