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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여행예찬/은퇴자의 세계일주

짠돌이 취향 저격, 다낭 여행

by 김민식pd 2022. 11. 16.

대한항공에서 파일럿으로 일하는 친구가 있어요. 봄에 만났을 때, 해외여행이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는 이야기를 나누었는데요. 문득 궁금해서 물어봤어요. 

"그동안 전세계를 비행하며 다녔는데, 은퇴 후 찾고 싶은 곳이 있나요?"

"저는요, 은퇴하면 다낭에서 한 달 살기 하는 게 꿈입니다."

"에?"

세계를 누빈 파일럿이라면, 뉴욕이나 파리, 남미를 동경할 줄 알았는데, 가까운 베트남의 도시를 이야기하니 의외였어요.

"다낭은요, 물가도 싸고요. 음식도 맛있고요. 그냥 푹 쉬다 오기 딱 좋은 곳이지요."

그 얘기를 듣고 다낭 항공편을 예약했어요. 

2022년 9월 29일부터 10월 9일까지, 11일간 다녀온 베트남 다낭 배낭 여행기를 연재합니다.

29일 공항에 도착한 후, 숙소로 이동했어요. 숙소 근처에 있는 다낭의 미케 비치. 미국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6대 해변 중 하나랍니다.

가기 전에 검색해보니, 다낭에는 서핑 렌탈샵도 있어요. 

9월 말인데도 많이 덥습니다. 낮에는 한여름 땡볕이에요. 서퍼들은커녕 피서객도 없었어요. 6대 해변이라는데 너무 한산한 걸? 

다음 날 오전 6시, 해뜨자마자 산책 나갔어요. 동남아 여행할 때는, 아침 일찍 일어나 날이 선선할 때 다녀요.

미케 해변에는 사람들이 이미 가득하네요. 낮에는 오히려 한가하고요. 이른 아침에 붐빕니다. 

선선한 바닷가에 모여 춤을 추는 사람도 있고요. 

바다에 들어가 새벽 수영을 즐기는 이들도 많아요. 모래사장에서는 팔굽혀펴기를 하거나 요가 자세로 운동하는 사람도 있고요. 

공놀이를 하는 사람도 있는데요. 둥글게 모여 서서 발로 차거나 헤딩으로 공을 돌립니다. 그러다 공을 못 받거나, 엉뚱한 쪽으로 찬 사람은 술래가 되어 가운데 무릎꿇고 앉아 있어요. 다음에 실수한 사람이 나와야, 교대하고 나올 수 있어요. 해변에서 하기 좋은 간단한 운동이네요. 꼭 80년대 대학생들이 하던 우유팩차기 같아요. 운동하고, 수영하고, 요가하고 다 할 수 있는 걸 보니, 미케 해변은 다낭 주민들의 무료 헬스장인가 봐요. 

미캐 해변의 인피니티 풀.

저처럼 싼 숙소를 이용하는 사람에겐 그림의 떡이지요. 뭐, 언젠가는 이런 리조트를 이용할 날도 오겠지요?

해변 산책을 하다 오행산으로 가는데요. 소들이 길을 가고 있어요. 여기가 인도(India)도 아니고... ^^

애고, 오토바이 사고가 났나보네요.

다낭의 교차로에는 신호등이 없어요. 오토바이들끼리 달리다 부딪히기도 해요. 다낭에서 걷기 여행할 때 가장 난감한 건 보행자 신호가 따로 없어 줄지어 달리는 오토바이들 사이를 뚫고 차도를 건너야 한다는 거죠. 베트남에는 오토바이가 정말 많은데요. 

'2014년 정부 조사에 따르면 자동차를 소유한 가구는 도시 전체 가구의 1.8%에 불과하지만 오토바이를 소유한 가구는 115.3%에 달한다. 즉 가구당 1대 이상의 오토바이를 소유하고 있다는 소리다.(이 많은 오토바이가 아침 출근길에 모두 거리로 쏟아져 나 온다고 상상해보라!)'  

<세계 문화 여행 - 베트남> (제프리 머레이 저/정용숙 역)

저는 외국 여행 갈 때, '세계 문화 여행'을 예스24 북클럽에서 전자책으로 대여해 읽습니다. 외국에 갈 때는 그 나라에 대해 공부를 조금 하는 편이 좋습니다. 사정을 알아야 이해하기 쉽고요, 이해하면 여행이 더 즐겁습니다.

오전 7시 30분. 오행산에 도착했어요. 미케 해변의 숙소에서 걸어서 오니 1시간 반 정도 걸리는군요. 입장료는 우리 돈 2천원. 동양철학에서 세상을 구성하는 다섯 요소 오행 (목, 화, 토, 금, 수)을 나타낸다고 하여 오행산이라 부른다고요. 

산을 오르면 담태사 Chùa Tam Thai가 있어요. 대리석 동굴도 주위에 있는데요.

‘아득한 하늘’이라는 뜻의 현공 동굴 Động Huyền Không. 바닥이 젖어 있어 미끄럽습니다.

동굴의 천정에 난 구멍으로 햇살이 쏟아집니다.

오행산을 오를 때, 계단이 많고요. 우기에는 비가 많이 내려 미끄럽습니다. 동남아 여행 올 때, 샌들 차림으로 다니시는 분들이 많은데요. 저는 항상 운동화를 신고 다닙니다. 샌들은 미끄러지기 쉬워 위험해요. 나이 들어서는 낙상 사고를 조심해야 합니다. 뼈가 부러지면 잘 안 붙어요.

오전 8시가 넘어가니 슬슬 더워집니다. 숙소로 돌아가려고 버스 정류장에 왔더니 안내판이 도로에 누워있네요. 다낭은 10월에도 태풍 피해가 있어요. 

다낭의 시내 버스. 요금은 5,000동. 너무 비싸다고요? 우리 돈으로 300원입니다. ^^

오전 9시 숙소에 도착했어요. 이제는 휴식의 시간. 

혼자 배낭여행을 다닐 때도 저는 트윈룸을 잡습니다. (싱글룸과 가격 차이가 크지 않을 때.) 침대 하나만 쓰고 남은 하나는 짐을 늘어놓는 용도로 씁니다. 침대 위에 갈아입을 옷들과 생활용품을 정리해두면 배낭을 일일이 뒤질 필요가 없어요. 해변에서 도보 5분 거리의 호텔인데요. 1박 요금이 17,000원. 베트남 물가, 싸서 좋네요.

미리 사다놓은 시원하고 달디 단 열대 과일을 꺼내 먹습니다. 수박 한 쪽, 1000원. 망고 하나 2000원. 몽키 바나나 한 송이 2000원.

열대 지방의 과일은 어쩜 이리 싸고 달까요? 열대에서는 비도 많고, 햇볕도 강하니 식물이 번창합니다. 나무마다 열매가 주렁주렁 달려요. 식물이 자라기에 천혜의 조건이죠. 그러다보니 생존과 번식 경쟁이 치열합니다. 식물의 번식은 자식을 부모로부터 멀리 떨어뜨리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울창한 나무 아래 떨어진 씨앗은 부모의 그늘에 가려 그대로 죽습니다. 조금이라도 부모의 곁에서 벗어나 햇볕을 보기 위해 동물들의 힘을 빌립니다. 맛있는 과육으로 씨를 둘러 싸 동물들을 유인합니다. 울창한 열대우림에서 자라는 나무일수록 더 맛있는 과일로 동물을 유혹하다보니 달디 단 쪽으로 진화한 게 아닐까요?

비록 엄마 아빠는 이곳에 자리를 잡고 움직이지 않고 평생을 살아야 하지만 자식들은 더 좋은 환경으로 보내기 위해 식물도 엄청 노력하는구나. 그 결과가 달디 단 과육으로 나타나는 구나.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베트남에 왔으니 점심은 쌀국수로 먹습니다. 현지 식당 메뉴판에 한글 설명이 있네요. 다낭은 요즘 한국인 여행자들이 정말 많이 찾는 곳이거든요. 

"좋은데요!" 드라마 촬영할 때 제 특유의 컷사인입니다. 한 컷을 찍으면 항상 '좋은데요!'하고 외치니 <이별이 떠났다>에 출연한 배우 이성재씨가 저 모자를 선물해줬어요. 

다낭 여행 다니며 매일 외치고 싶었어요. "좋은데요!" 

다낭 공항에 도착했을 때, 내 이름이 적힌 팻말을 든 호텔 직원이 공항에서 나를 반겼어요. 그리스 여행하며 단 한번도 택시를 타 본 적이 없습니다. 물가가 너무 비싸서. 무조건 전철역이나 버스 터미널 근처 숙소를 잡고 배낭을 메고 걸어다녔습니다. 베트남에서는 호사를 부릴 수 있어요. 다낭 공항에서 미케 비치 근처 숙소까지 대중교통 이동이 어렵습니다. 택시나 그랩(동남아의 우버 같은 차량 공유 서비스)을 이용하는데요. 호텔에서 온 메일을 보니 우리돈 1만원에 공항에서 호텔까지 픽업 서비스를 제공한다고요. 숙박비 결제할 때 같이 계산하니 미리 공항에서 환전할 필요도 없고요.

저렴한 물가 덕분에 짠돌이도 마음 편안하게 여행 다닐 수 있는 곳, 바로 다낭입니다. 

9월 30일 다낭에서 보낸 하루 경비는요.

입장료 2,000원.

쌀국수 4,000원.

저녁 2,000원.

과일 3,000원.

빙수 3,000원.

숙박 17,000원.

총합 31,000원.

다낭 여행하며, 물가가 한국의 대략 3분의 1 정도라고 느꼈어요. 제주도 하루 경비는 8~9만원 선이거든요? 숙박 50,000원. 밥값 3만원. (한 끼에 대략 1만원에서 1만5천원 정도.) 기타 경비 1~2만원. 다낭이 확실히 저렴하긴 하네요. 다만 왕복항공권은 50만원 선이니 더 드는 편이지요. 

수입이 줄어드는 노후에는 동남아 여행을 즐기고 싶어요. 그러려면 미리 다녀봐야 해요. 젊어서 힘이 있고, 여력이 있을 때 미리 다녀둬야 나중에도 마음 편히 올 수 있으니까요. 

짠돌이 다낭 배낭여행,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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