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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

왕년의 문학소년, 노년의 문학청년

by 김민식pd 2022. 9. 19.

지난번에 소개한 <책 한번 써봅시다>(장강명/한겨레출판)에 보면 이런 글이 나옵니다.

'에세이를 잘 쓰기 위해 가장 중요한 자질이 뭘까. 나는 '삶을 사랑하는 태도'라고 생각한다. 무언가를 사랑하면 그 대상을 유심히 헤아리게 된다. 그에 대해 할 말이 많아진다. 좋은 에세이에는 그렇게 삶에 대한 남다른 관찰과 애정이 담긴다.'

(124쪽)

블로그를 하는 자세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나와 남을 긍정하고 배려하는 일이에요. 우선 나의 하루를 돌아봅니다. 내가 읽은 책, 내가 간 여행지, 내가 본 영화, 그 속에서 내가 깨달은 점은 무엇인지 살펴봅니다. 나의 삶을 긍정하고요. 그렇게 해서 얻은 소재를 블로그 글에 녹여냅니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길 간절한 마음이 있어야 글을 쓸 수 있어요.

'어떤 면에서는 에세이를 쓰는 것 자체가 그 훈련이다. 삶을 사랑하는 태도를 지녀야 좋은 에세이를 쓸 수 있지만, 동시에 에세이를 쓸수록 삶을 사랑하는 자세를 몸에 익히게 된다. 그래서 나는 모든 사람들이 에세이를 쓰는 사회를 꿈꾼다.' 

(125쪽)

정부에서 발표한 치매 예방을 위한 3가지 권장 사항이 있어요. 첫째, 일주일에 3번 이상 걷기, 둘째, 생선과 채소 골고루  먹기, 셋째, 부지런히 읽고 쓰기입니다. 장강명 작가님은 뇌에도 일종의 근육이 있다고 말하십니다. 에세이를 쓰는 건 그 근육을 키우는 훈련이라고요. 사색을 자주 할수록 사색하는 힘이 커지고, 에세이를 쓸수록 나만의 철학이 영글어갑니다. 

이 좋은 글쓰기, 누가 하면 더 좋을까요? 바로 은퇴를 앞두거나 육아나 집안일로부터 부담이 줄어드는 50대가 하면 더 좋습니다. 

'요즘 50, 60대가 책 한 권 쓸 수 있는 체력이나 열정이 모자랄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이 겪은 한국 현대사는 흥미진진할 것이고, 살아오면서 쌓은 경륜도 얕지 않을 것이다. 그 경험과 통찰을 책으로 나눠 주기 바라고 있다. 우리 출판계, 문학계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254쪽)

4선 의원을 지낸 신기남 전 의원이 얼마 전 <두브로니크에서 만난 사람>이라는 소설을 내셨답니다. 정치를 그만두고 소설가로 제2의 인생을 사시겠다고요. "어렸을 때부터 문학이 꿈이었다. 40년만에 꿈을 이뤘다"고 하시는 신기남 선생님은 1952년생입니다.

저 역시 어렸을 때 문학소년을 꿈꾸었지요. 국문과나 영문과에 진학하는 게 꿈이었지만, 아버지의 반대로 포기했지요. 나이 쉰 다섯, 못다 이룬 꿈을 아쉬워만 하기는 너무 이른 나이에요. 왕년에 문학소년, 노년에는 문학 청년으로 살고 싶어요. 기나긴 노후라는 시간 동안, 꾸준히 책을 읽고 글을 쓰렵니다.


끝으로 글쓰기가 두려운 분들을 위해 공유하고 싶은 글. 

'형편없는 책을 발표해서 사람들의 비웃음거리가 될까 봐 무서워서 책을 쓰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이런 분께는 세 가지 선택이 있다. 첫째, 책을 쓰지 않고 계속 후회하며 사는 것. 둘째, 졸작을 내고 후회하는 것. 셋째, 멋진 책을 쓰고 후회하지 않는 것.

물론 멋진 책을 쓰는 게 제일 좋다. 그리고 형편없는 작품을 내고 괜히 썼다며 후회하는 것과 책을 아예 쓰지 않고 후회하는 것, 둘 중에서는 졸작을 내고 후회하는 편이 낫다. 졸작을 써도 실력과 경험이 쌓이고, '다음 책'이라는 기회가 또 있기 때문이다.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아무것도 남지 않고, 아무 기회도 없다.'

(61쪽) 

비록 쉽지 않은 길이고, 힘든 고비도 많지만, 글쓰는 순간은 늘 행복합니다.

여러분의 책쓰기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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