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에 짝사랑을 고백하는 글 한 편을 블로그에 썼어요. 제목이 대놓고 '장강명이 좋아서'예요. 장강명 작가님에 대한 저의 애정을 고백하는 글에서, <한국 소설이 좋아서 (장강명 기획/50인 공저)>라는 무료 전자책을 소개했어요.
'한국 소설을 소개하는 50인의 리뷰를 모은 책인데요. 누가누가 더 재미난 소설을 찾아내나, 누가누가 더 맛깔난 글로 독자를 유혹하나. 글쟁이들의 진검승부를 보는 재미가 있어요. 흥미진진한 한 판 대결입니다. 이 멋진 향연을 공짜로 즐기다니 황송할 지경인데요, 이 책이 무료로 나온 사연이 있어요.
장강명 작가는 공모전 당선작인 소설 <댓글부대>로 '오늘의 작가상'을 또 받았는데요. 한 작품으로 상금을 두 번 받기 민망했다네요. 상금을 의미있는 작업에 쓰기 위해 내놓습니다. 그리고 재미난 한국 소설을 소개하는 서평을 모읍니다. 50명의 작가, 독서가, 서평가들에게 원고를 받아 모은 것이 이 무료 전자책입니다.'
https://free2world.tistory.com/1315
저는 공짜를 좋아합니다. 마트에 가면 1+1 상품을 무조건 고릅니다. 하나를 사면, 하나가 공짜가 된 것 같은 착각? 제가 한 작품으로 문학상을 두 번 타고 그래서 상금을 1+1으로 받았다면, '이게 왠 횡재수냐!'를 외치고 좋아하고 말 것 같아요. 그런데 장강명 작가님은 그 돈을 내놓습니다. 아, 이런 멋진 자세는 좀 배워야하는데... 감히 제가 범점할 수 없는 경지이므로, 그냥 멀리서 흠모하기만 합니다.
제가 즐겨 읽는 무료 전자책 중에는 <채널 예스>라는 잡지가 있어요. 예스24에서 만드는 잡지인데요. 좋은 책을 소개하는 리뷰와 저자 인터뷰들로, 읽을 거리가 풍성합니다. 장강명 작가님이 잡지에 연재도 하시는데요. 어느날 <한국 소설이 좋아서 2>의 제작 소식이 올라옵니다. 이번에도 같은 작품으로 상금을 두 번 받으신걸까요?
'한 책으로 영화 판권을 두 번 팔게 됐다. 어느 영화사가 구매한 판권을 다른 제작사가 웃돈을 주고 가져갔다. 그 과정에서 내 몫이 또 생겼다. 그런 일이 가능한지 미처 몰랐다. 어쨌든 그렇게 생긴 돈으로 『한국 소설이 좋아서 2』를 만들기로 했다. 이번에는 장편소설을 대상으로 할 계획이다.'
그냥 무료 전자책을 만들어 배포하고 말게 아니라, 온라인 독서 플랫폼까지 만들어 책 읽는 사람들의 커뮤니티를 꾸미겠다는 생각까지 하십니다.
'『한국 소설이 좋아서 2』와 독서 플랫폼을 아내와 대학 동기와 개발자 청년들과 함께 준비하고 있다. 내년 5월이나 6월쯤 공개할 수 있을까? 사이트 이름은 ‘그믐’이라고 지었다. 아직도 책을 읽는 독자들, 바로 우리들이 문명의 그믐달 같은 존재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사라지면 암흑이 찾아온다.'
https://ch.yes24.com/Article/View/46489
2021년 12월호에 실린 칼럼을 보고 생각했어요. '아, 이분의 멋짐은 끝을 모르겠구나...'
예전에 도서관 문화 행사에서 섭외가 온 적이 있어요. 평소 제 블로그를 눈여겨 보시던 도서관 관장님이 제가 장강명 작가의 오랜 팬인 걸 알고 장강명 작가와의 대화 시간에 저를 사회자로 섭외하신 거죠. 아, 좋아서 미쳐 팔딱 뛸 지경이었어요. ^^ 좋아하면, 좋아한다고 자꾸 말해야 해요. 그래야 내가 좋아하는 대상과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도 생기거든요. 좋아한다고 말 안 하면, 몰라요. 좋아한다고 자꾸 떠들고 다니면 주위에서 이어주기도 하십니당. ^^ 도서관에서 뵙고 작가님과 연락처를 교환했어요. 그런데요. 올해 초 메일이 한 통 왔어요.
'김민식 PD님, 안녕하세요. 장강명입니다.
잘 지내셨지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이렇게 메일을 드리는 이유는 원고 청탁을 드리기 위해서인데요. 제가 6년 전에 『한국 소설이 좋아서』라는 무료 전자책을 사비로 만들어 배포한 적이 있습니다.
http://www.yes24.com/Product/Goods/35241280
이번에 또 여윳돈이 생겨서, 아내와 함께 『한국 소설이 좋아서 2』를 만들려고 해요. 이번에는 필자를 30명으로 줄이되 『한국 소설이 좋아서 1』에서 하지 못했던 다른 작업들을 시도해보려고 합니다. 작품 소개에서 그치지 않고 실제 독서 활동으로 이어지도록 작가와 온-오프라인 만남 자리를 마련하는 일 등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혹시 『한국 소설이 좋아서 2』 필자가 되어주실 수 있으실지요.'
아, 이건요, 마치... 오랜 세월, 한 사람을 향한 연모의 정을 담아 공개 구애 편지를 썼는데, 그 답장을 받은 기분이었어요. 그런데요. 덜컥 겁이 났어요. 감히 나 따위가 이런 훌륭한 기획에 함께 해도 되는 걸까? 평소 짝사랑하던 사람이 갑자기 말을 걸어 오니까, 얼어버리는 느낌? '제가요, 그렇게 글을 잘 쓰는 편이 아니라서요...' 하고 달아나버릴까... 하는 마음이 있었어요.
그때, 블로그에 들어왔어요. 제가 10년 간 꾸준히 블로그에 올린 독서 일기 중 한국 소설에 대한 리뷰를 하나하나 읽어봤어요. 아쉬운 글도 많아요. 아, 정말 즐겁게 읽은 책인데, 내공이 부족해서 책의 재미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구나. 다시 써보고 싶어졌어요. 이번에는 진지하게, 더 열심히!
누군가를 짝사랑할 때 두 가지 자세가 필요해요. 하나는 자신감, 또 하나는 욕심. 저 사람도 멋지지만, 나도 못지않게 괜찮은 사람이라는 자신감이 있어야 관계가 가능해지고요. 나는 저 사람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욕심이 있어야 가까워질 수 있습니다. 장강명 작가님의 원고 청탁을 받고 부담스러웠어요. 하지만 제가 쓴 블로그 독서일기를 보며 자신감이 조금 생겼어요. 나름 꽤 읽었더라고요. 저는 회사에서 유배지로 발령났을 때도 드라마 원작이 될 소설을 찾아 헤맸거든요. 욕심도 생겼지요. 다시 쓰면 이것보다는 더 잘 쓸 수 있겠다. 그래서 원고 청탁에 응했습니다.
어쩌면 자신감과 욕심은 한몸입니다. 저는 무언가 잘 하고 싶다는 욕심이 들면, 매일 꾸준히 같은 일을 반복하며 습관을 만듭니다. 매일 반복하는 일을 기록합니다. 나중에 자신감이 부족할 때, 그 기록을 들여다보면 용기가 생기거든요.
얼마 전 장강명 작가님의 페이스북에서 '그믐' 첫 모임 공지를 보고 반가웠어요. 아, 작가와 온-오프라인 만남, 진짜 하시는구나! 독자와 저자를 연결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장강명 님이 직접 사회를 맡고 자리까지 마련하셨구나.
<다리 위 차차> 북토크 장면. 왼쪽부터 재수 작가, 윤필 작가, 그리고 장강명 작가.
이날 행사는 정말 즐거웠어요.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책을 만든 사람들의 이야기에 경청하는 시간. 오랜 시간 짝사랑하고 흠모해온 사람을 만나는 그런 멋진 자리였어요. 뒷풀이 시간에는 장강명 작가님이 쏘신 피자와 맥주를 마시며 즐거운 수다를 이어갔는데요. 정말 즐거운 자리였어요. '그믐' 앞으로도 함께 하고 싶은 공간입니다.
'아직도 책을 읽는 독자들, 바로 우리들이 문명의 그믐달 같은 존재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사라지면 암흑이 찾아온다.'
장강명 작가님이 만드신 독서 온라인 플랫폼, 그믐의 주소를 공유합니다.
우리, 그믐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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