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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로 즐기는 세상

오토바이와 부딪혔어요

by 김민식pd 2022. 6. 27.

자전거를 타고 가다 배달 오토바이와 부딪혀 사고가 났어요. 저녁 8시에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가는 길. 갑자기 샛길에서 오토바이가 튀어나왔어요. 당시 차도에는 차가 없었어요. 밤인데 대로에 헤드라이트가 비치지 않으니, 오는 차가 없을 때 차도로 들어가려고 오토바이가 급가속을 했어요. 자전거에는 헤드라이트가 없죠. 라이더가 저는 보지도 못하고 달리다 그대로 들이받았어요.

오토바이에 치어 공중으로 붕 떠오른 순간, 머리에 스친 생각.

'아, 평생 술 담배 커피를 멀리하고 운동하고 단식하고 애를 쓴 결과가 고작 이것이란 말인가?'

쿵하고 떨어졌어요. 멍하니 누워서 밤하늘만 봅니다. '이렇게 허망하게 가는 건가?' 다행히 헬멧을 쓰고 있어 머리는 다치지 않았어요. 의식이 또렷합니다. 휴대폰으로 촬영을 하는 사람도 보이네요. 이대로 119를 불러 구급차를 타고 병원에 실려가겠지요.

앳된 얼굴의 청년이 달려와요. 그 표정을 보는 순간, '어라? 저런 표정을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데?' 영화 <록키>의 한 장면이 떠올라요.


권투 시합 중, 록키가 다운됩니다. 코치랑 연인이 링 옆으로 달려와요.
"일어나, 록키! 어서 일어나! 넌 일어날 수 있어!"

배달 청년이 제 몸을 부여잡고 묻습니다.
"아저씨, 괜찮으세요?"
그 눈에 담긴 간절한 소망을 읽었어요.
'아, 아저씨, 제발 아무 일도 아닌 듯, 훌훌 털고 일어나주세요. 괜찮다고 해주세요.'
그 친구의 애절한 눈빛이 내 마음을 움직였어요. 그래, 이제는 몸을 움직여봐야겠어요. 누워서 악수를 청하듯 손을 내밀었어요. 20대 청년이 의아한 표정으로 봅니다.

"나 좀 일으켜 세워봐요."
청년의 손을 잡고 일어났어요. 일어날 수 있는 걸 보니, 중상은 아니네요. 뼈가 부러진 곳도 없고, 찢어져 피가 흐르는 곳도 없어요. 당장 병원에 실려갈 부상은 아닌가 봐요. 절뚝거리며 걸음을 옮겨 보았어요. 걸을만 하네요. 배달 가느라 급한 청년은 보내주었어요.
"저기요, 밤에는 운전 조심하세요."

저는 절뚝거리며 자전거를 끌고 집으로 돌아왔어요. 그날 밤, 밤새 잠을 못 잤어요. 사지가 아프니, 돌아눕지도 못하고 자다가 나도 모르게 몸을 뒤척이다 악! 하고 깼어요. 병원에 가서 초음파 검사를 받아보니, 허벅지 근육 아래에 혈종이 생겨 신경을 누르니 계속 아픈거라고요. 주사기로 고인 피를 뽑아냈어요. 13cc 정도 나오네요. 근육이완제랑 소염진통제를 처방 받아 계속 약을 복용했어요.

3주 정도 지났는데 무릎에 멍이 생겨요. '어라? 다친 부위는 허벅지가 아니었나? 무릎에도 출혈이 있었나?' 의사 선생님께 여쭤보니, 허벅지 혈관이 터지면 그 피가 중력의 영향으로 아래로 내려와 무릎에 피멍이 들기도 한다고요. 다행이네요. 무릎 관절을 다친 건 아니라서.

미리 약속한 강의 스케줄을 소화했어요. 전철 타고 다니는 게 힘드네요. 평지를 걷는 건 그나마 괜찮은데요. 체중이 실리는 탓에 계단을 내려가는 게 힘들어요. 몇번이나 넘어질뻔 했어요. 이젠 전철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를 찾아 다닙니다. 아니, 전철보다 버스를 더 애용해요. 전철은 계단이 너무 많더라고요. 

어려서는 자전거 타다 다쳐도 금세 나았는데, 나이 50이 넘어가니 쉽게 아물지 않네요. 통증이 오래 갑니다. 자전거는 도로의 약자예요. 차도를 달려야하는데, 차랑 부딪히든 오토바이랑 부딪히든 다치는 건 자전거 쪽이죠.  평생 자전거를 타고 여행을 다니고 이동을 했는데요. 이젠 그만 둬야하나봐요. 당분간 탁구나 줌바도 못하고요. 이렇게 또 즐거움이 하나 둘 사라지네요. 이게 나이 들어가는 과정이겠지요.

가까운 거리를 빠르게 이동하기 위해 자전거를 즐겨 타는데요.

더 멀리 가기 위해, 더 천천히 가야겠어요.

자전거 대신 걸어서 다니려고요. 

인생에서 시련과 좌절은 상수입니다.
내가 아무리 조심해도 튀어나오는 배달 오토바이까지 피하기는 쉽지 않지요.

시간이 지나니 고통은 줄어들고, 상처는 조금씩 아물어갑니다.

시간이 치유해주지 않는 고통은 없나봐요. 

언젠가는 오토바이 사고 후일담도 웃으면서 이야기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소망합니다.

언제 어디서든 차 조심하시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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