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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

중위권 아이를 위한 조언

by 김민식pd 2022. 3. 30.

드라마 피디로 일하면서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를 썼습니다. 영어교육학을 전공한 것도 아니고, 영어 학원 강사도 아니지만, 영어를 공부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꼭 책을 쓰고 싶었어요. 영어를 잘 하기 위해서는 어려서 영어를 배워야 한다는 세간의 믿음이 너무 안타까웠기 때문입니다. 조기 유학의 기회를 마련해주지 못한 부모는 아이의 경쟁력을 망가뜨린 죄인일까요? 어린 시절 기회를 놓쳤으니, 평생 영어랑 담쌓고 살아야 할까요? 저는 스무 살이 넘어 혼자 영어를 공부해 외대 통역대학원에 입학했습니다. 그때 얻은 깨달음이 있어요. ‘노력하면 나도 할 수 있다.’ 그 자신감 덕분에 MBC 피디 공채에 도전할 수 있었어요. 교육의 목표는 아이에게 성취감과 도전의식을 깨워주는 것 아닐까요?
유튜브 강의를 녹화하다 부모교육 전문가 박재원 소장님을 만났습니다. 사교육 1번지 대치동에서 컨설턴트로 일하며 ‘박보살’이라는 별명을 얻는 소장님이 이번에 새 책을 내셨어요.

<중위권 학부모를 위한 공부 진로 진학> (박재원, 신여윤, 추유선 지음 / 선스토리)

부모교육을 가면 선생님은 물어보신대요. “여러분 중에서 혹 아이가 너무 마음에 안 들어 다른 집 아이와 바꾸고 싶은 분 있으신가요?” 손을 드는 사람은 없지요. 몇몇 분이 웃을 때 선생님은 정색하면서 말합니다.
 
“지금 우리는 매우 중요한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여러분에게 아이는 유일무이한 존재입니다. 과연 누가 여러분을 대신할 수 있단 말입니까? 주변 이야기에 흔들리지 마세요. 자신을 믿고 가도 될 만큼 여러분들은 이미 훌륭한 부모가 맞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늘 흔들리지요. 특히 아이의 성적이 욕심만큼 나오지 않을 때 더 불안합니다. 아이는 어떨까요? 더 힘들지 않을까요?

‘시험공부가 상대적으로 유리한 상위권 성적의 학생은 공부하는 과정에서 다소 불쾌한 감정을 느끼더라도 좋은 성적이라는 보상이 따라주기 때문에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노력에 비해 실망스러운 성적을 받게 되는 대부분의 중위권 학생은 공부하는 순간에 부정적인 감정이 일어나면 대부분 집중력을 잃게 되고 자신도 모르게 딴짓하게 됩니다. 
“너, 언제까지 그럴 거야? 이제 정신 차릴 때도 된 거 같은데 아직도 공부 안 할래?”
“정신 똑바로 차리고 집중해도 어려울 판에 한가하게 딴짓하는 네가 정말 한심하다!” 
이렇게 중위권에 놓인 아이의 안타까운 마음은 아랑곳하지 않고 엄마 감정에만 충실한 발언으로 아이 마음에 또 상처를 주지 않나요? 모든 결과의 책임을 아이에게 떠넘기지는 않으시나요? 순간적으로 후련함을 느끼는 것에 그치고, 그 대가로 아이가 공부와 점점 멀어지게 만들지는 않나요? 상위권 아이들처럼 쉽게 좋은 성적으로 보상받지 못하는 중위권 학생들의 마음이 공부로부터 멀어지지 않게 하려면 그 어떤 노력보다도 공부하는 순간에 편안한 감정, 만족감을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선생님은 부모님들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경제적으로 여유 있게 살고 싶지 않은 분 있으신가요? 없죠? 두 번째,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지 않은 분, 있으세요? 없죠. 그런데 다들 그렇게 사십니까? 마음대로 안 되죠? 아이들 공부는 어떨까요?”
그렇죠, 어른들이 돈을 버는 것도, 건강을 지키는 것도 뜻대로 안 되는데, 아직 경험도 없고 나이도 어린 아이들 성적이 마음먹은 대로 되기야 하겠습니까? 교육 상담을 하며 선생님은 많은 아이를 만났는데요. 공부를 포기한 아이들부터 가출해서 오토바이로 배달하는 아이들까지 별의별 아이들을 다 만나봤는데, 모든 아이가 진심으로 공부를 잘하고 싶어 한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마음대로 안 되는 거죠. 마음대로 안 되는 상황에서, 누군가가 그 마음을 인정해주거나 깊이 이해하면 정말 고맙겠죠. 그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이 부모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부모가 중위권 아이의 약점을 보완하는 방법으로 선택하는 것이 사교육입니다. 하지만 부모가 반드시 알아야 할 중요한 사실이 있습니다. 돈 값을 해야 하는 사교육은 대부분 실적 입증에 유리한 상위권 학생 위주로 운영된다는 점입니다. 진도를 나가는 속도는 물론, 수업 방식과 평가 그리고 자습을 관리하는 방식 모두 상위권 학생에 적합하게 설계되고 운영되기 때문에 중위권은 자칫 들러리로 전락하기 쉽습니다. 잘 따라가는 상위권 친구와 그렇지 못한 자신을 비교하면서 자괴감에 빠지거나 자신감을 잃는 학생을 많이 봐왔습니다.

사교육은 중위권 성적의 자녀를 둔 부모에게 특히 매력적입니다. 아이를 맡겨주면 상위권으로 만들겠다는 약속에 많은 부모가 희망을 걸고 투자합니다. 하지만 시험공부와 성적 경쟁에 유리한 학생에게나 통하는 사교육은 중위권에게는 취약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사교육 업체는 효과를 입증하기 어려운 중위권은 뒷전이고 상위권에게 집중하여 입시 성공사례를 만들어내는 전략을 구사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속사정을 알기 어려운 중위권 학생의 부모들은 애꿎은 아이만 타박합니다. 같은 학원에 다니면서 상위권이 된 아이들과 끊임없이 비교하기 시작하면 부모와 아이 사이는 엉망이 됩니다. 대치동 사교육 현장에서 수없이 확인한 안타까운 현실은 끊이지 않는 부모와 아이 사이의 갈등입니다. 부모가 투자한 만큼, 기대한 만큼 성적이 나오지 않는 아이를 부모는 불만이 가득한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실망스런 아이의 성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기 때문에 부모들은 아이가 하는 짓이 대부분 마음에 안 듭니다.’ 

어린 시절, 저는 부부교사로 일하는 부모님 슬하에서 자라며 많이 힘들었습니다. 특히 아버지는 늘 저를 다른 학생들과 비교하며 지치게 하셨죠. 집에서 기가 죽어 지내니 학교에서는 따돌림을 받았고요. 수학이 젬병인 저를 억지로 이과로 보내고 공대로 진학시킨 아버님에 대한 원망이 컸어요. '너도 마음만 먹으면 1등이 될 수 있어.'라는 말은 늘 저를 힘들게 했지요. 다행히 나이 스물에 영어책 한 권을 외우고 나서 비로소 공부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어요. 나 자신만의 학습법을 찾아낸 거죠. 이제 저는 힘든 시절이 와도 기다릴 줄 압니다. '언젠가는 이 고난과 시련에 대한 답도 책에서 찾아낼 것이다.'  

한국식 시험공부에 유리한 아이가 있고 불리한 아이도 있다면, 우리 사회의 관심과 배려가 더욱 필요한 아이들은 후자입니다. 상위권 학습법을 흉내 내다 ‘수포자’가 되고 ‘영포자’가 되는 게 아니라, 중위권 아이들에게 딱 맞는 학습법을 함께 고민해줄 선생님과 부모님이 필요합니다. 박재원 소장님은 자신감을 잃어가는 중위권 학생들에게 배려와 응원으로 성공의 경험을 안겨주자고 말씀하십니다.

소수의 아이들이 빛나는 성과를 올리는 학원보다

다수의 아이들이 뒤처지지 않는 학교를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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