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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

나이 50, 다르게 살고 싶어서

by 김민식pd 2022. 3. 23.

연세대학교에서 피아노를, 한양대 대학원에서 연극을 전공한 분이 있는데요. 막상 나이 50이 넘어가니 일자리를 구하기 쉽지 않아요. 높은 학력이 외려 발목을 잡습니다. '예술 하시던 분이라 이런 험한 일 못하실 것 같은데요...' 번번이 구직에 실패하자 최종 학력을 '고졸'이라고 고쳐 쓰고 미화원으로 취직합니다. 그 분이 자신의 경험에 대해 책을 내셨어요.

<딱 일 년만 청소하겠습니다 : 오십이 되면 다르게 살고 싶어서> (최성연 저 / 위즈덤하우스)

저자는 어려서부터 다재다능했기에 다양한 일을 하며 살아왔어요. 하지만 나이 50이 되고 보니 여전히 인생은 뜻대로 잘 풀리지 않아요. 지금까지 한번도 안 해본 일을 시도하면, 삶이 달라지지 않을까? 평생 해 온 예술 활동에 ‘넌 딱 여기까지’라고 금을 긋고, 일 년 동안 몸을 써서 청소일을 하기로 결정합니다. 학벌을 속여가며 (남들은 다 높일 때, 이 분은 일부러 낮춥니다.) 어렵사리 구직에 성공하기까지의 과정, 환경 미화 일을 하면서 겪은 웃픈 에피소드들, 청소 노동자로 세상을 쓸고 닦으며 이야기들이 이어집니다. 좋았던 대목 중 하나, 몸을 쓰는 일의 보람에 대한 글입니다.


'영업 사원이 고객 다섯 명을 만난다고 다섯 번 모두 판매가 이루어진다는 보장은 없지만, 청소노동자가 변기 다섯 개를 닦으면 변기 다섯 개가 모두 깨끗해진다. 이렇게 명확한 일이 또 어디 있을까? 나에게는 이 점이 청소일의 가장 큰 매력이었다.'

저는 집에서는 안경을 끼지 않고 생활합니다. 노안이 와서 가까운 거리는 안경을 끼지 않는 게 편하거든요. 하지만 청소기를 돌릴 땐 다릅니다. 안경을 껴야 바닥의 티끌이나 머리카락이 눈에 띕니다. 지저분한 바닥을 청소기로 밀며 바닥이 싹 깨끗해질 때, 쾌감이 있어요. 노동의 결과가 눈으로 보이기에 보람이 있지요. 호텔 청소하시는 분이 그러더군요. 호텔의 상품은 '깨끗한 방'입니다. 손님이 퇴실한 후, 방을 청소하는 건 새로운 상품을 제조하는 일이지요. '나의 노동으로 새로운 상품을 만든다.' 호텔에서 청소하시는 분이 자신의 업을 이렇게 정의하는 걸 보고 감탄했어요.



'변기 다섯 개를 닦으면 정확히 변기 다섯 개가 깨끗해지는 건 맞다. 하지만 아주 잠깐이다. 힘들여 솔로 문지르고 수건으로 닦아서 반짝반짝 윤이 나도록 청소하자마자 누군가 들어가서 온통 배설물로 도배를 해 놓고 가 버린다. 로비 바닥은 더하다. 그 드넓은 곳을 얼룩과 먼지 하나 없이 말끔히 닦고 뒤돌아서면, 금세 누군가의 흙 발자국이 도장처럼 선명하게 찍혀 있을 때가 허다했다.

어느 순간 나는 자가당착에 빠졌다. 내가 아트센터를 청소하는 이유는 사람들이 이곳을 찾기 때문이고 또 더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도록 하기 위해서인데, 청소를 열심히 하면 할수록 사람들이 오는 게 싫어졌다. 내가 청소해 놓은 곳은 아무도 건드리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생겼다. 깨끗이 청소를 하고 나면 로비에 들어서는 사람은 다 밉상이고, 화장실로 향하는 사람은 괜히 얄미웠다. 

그렇게 한동안 혼자서 아무 죄도 없는 사람들을 미워하다가 문득 정신을 차렸다. 엉뚱한 데에 집착하고 있는 내 모습이 보였다. ‘청소는 사물을 깨끗하게 하는 일이 아니라 사람에게 봉사하는 일인데…….’ 내가 변기를 닦는 건 변기를 위해서가 아니라 사람을 위해서라는 사실을 나는 다시금 상기했다. 새하얗게 빛나는 세면대를 보며 뿌듯해할 것이 아니라, 급한 볼일을 보러 들어가는 사람들, 더러워진 손을 씻고 나오는 사람들을 보며 뿌듯해하자고 그렇게 마음을 쓰자고 거듭 나 자신을 타일렀다.'

드라마 촬영 현장에서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으면 조연출이나 스태프에게 분풀이를 할 때가 있는데요. 지나고나면 무척 부끄러워집니다. 제가 드라마를 만드는 건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서예요. 내 눈에 보이지 않는 시청자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 바로 내 옆에 있는 스태프들에게 괴로움을 주는 건 주객전도가 아닐까요. '현장이 즐거워야 방송도 즐겁다.' 나름의 연출 철학인데, 실천이 쉽지는 않았어요. 버럭버럭 속에서 화가 올라올 때도 있거든요. 책을 읽으며 마음을 다스리는 이유가 거기에 있어요. 내가 얼마나 약한 사람인지 아니까... 얼마나 부족한 사람인지 아니까... 책을 읽어 조금이라도 더 훌륭한 생각을 접하며 살고 싶습니다.

오늘의 질문 : 움직이기 귀찮을 때 몸을 움직이는 비결은 무엇인가?

책에는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마음을 담아야만 몸도 제대로 움직인다

오랫동안 청소 노동을 했던 미화원 언니들은 이미 마음을 써서 일하는 법을 터득하고 있었다. 몸으로 하는 일에 마음을 함께 쓰지 않으면 일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걸 몸소 겪으며 깨달았을 것이다. 언니들은 청소를 ‘한다’기 보다는 ‘해 준다’고 여긴다. 공간과 그 공간을 사용하는 사람들을 돌본다는 마음이 있다. 배운 것도 없고 기술도 없으니 청소밖에 더 하겠냐는 푸념으로 무겁게 몸을 일으키는 게 아니라, “으이구, 내가 안 치워 주면 꼴이 뭐가 되겠어?” 하며 냉큼 일어선다.'

마음이 움직이지 않으면, 몸이 따라주지 않습니다.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는 것보다 괴로운 것도 없죠. 이럴 땐 정신승리가 필요합니다. 정신승리는 때로는 하기 싫어하는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그 마음을 상대로 이기는 것입니다. '내가 아니면 누가 하겠어?' 업의 본질이란 무엇일까요? 일을 한다는 것은 세상을 조금이라도 바꿔놓는 것입니다. 나의 노력으로 조금씩 바뀌어가는 세상을 인지하는 것, 그 속에 일의 보람이 있지 않을까요?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 삶의 태도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는 책입니다.

나이 50이 넘어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모든 이들을 응원합니다.

 

ps. 오늘은 수요일, 꼬꼬독 새로 업로드 되는 날~

https://youtu.be/F947KF3iD1o

아프니까 청춘이다? No!
아프니까 노년이고, 아프니까 중년이다!

최악의 상황이 오기 전,
우리 몸이 나에게 보내는 위험 신호 통증!

나이가 들수록 겉으로 티 내기는 힘들지만
아픈 곳은 점점 늘어가는 중년들과 노년들을 위한 
간단한 해결방법을 제시해 줄 도서!
‘8초 만에 통증 리셋!’

나이가 들수록 우리가 아플 수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그렇게 생겨나는 통증들을 간단하게 해결할 방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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