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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

여행 가고 싶은 날 읽는 책

by 김민식pd 2022. 2. 23.

저는 여행을 참 좋아합니다. 코로나가 터지기 전까진 매년 한 차례 이상 여행을 다닌 헤비 중독자지요. 그런 제가 요즘 해외 여행을 못 가서 좀이 쑤십니다. 퇴사도 하고 시간도 많은데 코로나 때문에...ㅠㅠ 그나마 블로그에 올려둔 예전 여행기를 보면서 아쉬움을 달래요. 탄자니아 여행기, 터키 여행기를 읽다 보면 그 시절의 추억이 되살아나 즐겁습니다. 다른 사람이 쓴 여행기를 읽는 것도 재미있어요. 최근 즐겁게 읽은 여행기는...

<오늘 하루 나혼자 일본 여행> (박혜진 / 책읽는 고양이)

이 책의 컨셉은 일본으로 혼자 떠나는 당일치기 여행입니다. '엥? 해외여행인데 당일치기가 가능해?' 네, 책을 보니 가능하더라고요. 책이란 이래서 좋아요. 누군가 먼저 해보고 노하우를 알려주니까요.  

이를테면 작가가 책에서 소개한 가고시마 여행 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항공권 제주항공/이스타항공

인천 오전 6시 50분 출발 - 가고시마 오전 8시 35분 도착

가고시마 오후 5시 30분 출발 - 인천 오후 7시 35분 도착

동선 및 일정

가고시마 공항 0840 - 공항버스 55분 - 고속선터미널 0935 - 도보 - 가고시마항 1000 -  페리 15분 - 사쿠라지마항 1015 - 도보 - 용암해안공원 족욕탕 1030 - 도보 - 아일랜드 뷰 버스 정류장 1110 - 버스 5분 - 가라스지마 전망대 - 버스 2분 - 아카지마 전망광장 - 버스 15분 - 유노하라 전망대 - 버스 10분 - 아일랜드 뷰 버스 정류장 1210 - 도보 - 식당 1220 도보 - 사쿠라지항 1330 - 페리 15분 - 가고시마항 / 자전거 대여 1400 - 자전거 관광 - 덴몬칸 / 자전거 반납 1430 - 도보 - 카페 1440 - 덴몬칸 공항버스 정류장 1515 - 공항버스 50분 - 가고시마 공항 1605

항공권 9만원

교통비 3500엔

식비 2750엔

총 소요경비 15만원 

와우! 당일치기 일본 여행이 가능하네요, 진짜? 

제목이 모든 걸 말해요. 오늘 떠난다. 맞아요. 여행에 내일은 없어요. 지금 당장 떠날 수 있을 때 가야해요. 하루라도 일단 간다. 그렇죠. 일년에 한 번 오는 여름 휴가를 기다리거나 방학을 기다릴 필요없이 하루만 짬이 나면 가는 겁니다. 아침에 출근하듯이 쓱 나가서 여행을 다니고 돌아오는 거죠. 숙박을 하지 않으니 짐도 단출하고, 경비도 저렴해요. 

혼자 간다. 이게 제일 중요해요. 동행을 구할 필요 없이 혼자 갑니다. 일정을 맞출 필요가 없어요. 제가요, 영화광이걸랑요. 혼자 영화 보러 다닙니다. 극장에 혼자 가는 걸 보고 누가 그러더군요. "어떻게 영화를 혼자 봐요?" "영화를 진짜 좋아하면요, 혼자서도 봐요." 여행도 마찬가지에요. 진짜 좋아하면 혼자서도 다녀요. 오늘 하루 나혼자 여행 다니기에 일본은 최고의 여행지이죠. 가깝고 안전하니까요. 당일치기 여행의 미덕을 작가님은 이렇게 설명합니다.

'업무에 지장을 주지 않고, 상사나 동료 눈치도 보지 않으며, 가족에게 미안하지 않을 정도의 휴가를 쓴다면? 결국 '하루' 휴가가 답이다. 다음날 바로 출근하기 때문에 자리를 비우는 동안 생긴 문제도 늦지 않게 처리할 수 있다. 게다가 가족이나 남편에게 미안해할 필요도 없다. 야근이나 회식으로 조금 늦는다고 생각하면 되니까.'

(56쪽)

제가요. 바닷가 산책을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공항철도를 타고 인천 무의도를 갑니다. 당일치기로 다녀오는 바닷길 여행이니까요. 자전거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도 마찬가지예요. 춘천까지 하루면 갈 수 있어요. (물론 갈 때는 자전거로, 올 때는 기차로 옵니다. 자전거는 춘천역에 묶어두고 다음에 다시 가서 가져 오지요.) 회사를 다니면서도 주말마다 서울둘레길을 걸었어요. 남들은 산티아고를 꿈꿀 때, 저는 그냥 서울둘레길을 걷습니다.  

'여행을 통해 한 가지 깨달은 것이 있다. 여행보다 중요한 건 '일상'이라는 것이다. 퇴사해야 할 수 있는 세계일주, 긴 휴가를 얻어야 할 수 있는 한 달 살기, 1년에 겨우 한 번 있는 여름 휴가. 가끔 이렇게 먼 미래의 여행을 꿈꾸는 게 무슨 의미일까 생각하곤 한다. 아득히 먼 그날을 위해 지금은 참고 버티면 될까?

일상과 등진 여행은 일상을 행복하게 할 수 없다. 여행을 기다리는 것보다 오늘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여행할 날보다 버텨야 할 일상이 훨씬 길기 때문이다. 일상에 쌓인 독은 그때그때 빼줘야 한다.'

(4쪽)

이 책을 읽고 나니 가고 싶은 일본의 도시가 많아졌어요. 그리고 작은 소망이 생겼어요. 작가님이 당일치기로 다녀온 곳을 3박4일씩 다녀오고 싶어요. 3박4일 제주 여행을 다니며 보니, 저는 이틀을 온전하게, 여유롭게 쓰는 일정이 좋더라고요.

여행기를 읽으며, 코로나가 물러나는 그날을 조신하게 기다립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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