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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

기술 발전이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어줄까?

by 김민식pd 2022. 2. 18.

예능 피디로 일하던 시절, 기술 발전이 달갑지는 않았어요.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예능 프로그램 화면 구성은 단순했어요. 자막도 거의 쓰지 않았죠. 가수가 등장하면 출연자의 이름과 노래 제목을 알려주는 정도? 90년대 후반, 토크쇼에서 대화의 맥락을 짚어주는 자막이 나오기 시작하고요. CG 그래픽이 발전하면서 자막에 애니메이션 효과가 추가되었어요. 이제 자막을 의뢰하는 게 예능 피디의 일이 되고, 수십만명이 보는 화면에 글을 쓰느라 머리를 쥐어짜야 해요. 재치있고 재미있는 자막을 쓰는 게 피디의 노동이 되었지요. 거기다 카메라 기술도 발달해요. 비디오 카메라의 경량화 소형화가 이루어지며 예능 프로그램에 동원되는 카메라 대수가 수십대로 늘었어요. 예전에는 1대로 찍었거든요. 총 촬영분량이 4~50분이었는데요. 요즘은 CCTV 포함 수십대의 카메라가 동원되고 영상을 모니터하고 편집하는 피디에게 노동 강도는 더 세졌어요. 그래서 저는 방송 기술의 발전이 달갑지만은 않았어요. ^^

기술이 발전하면 일자리는 사라지고, 사람들은 외로워지고, 환경은 파괴되고, 불균형은 심화된다고 하는 사람도 있는데요. 새로운 문명의 태동은 인간의 삶을 분명 더 나은 것으로 바꿔준다는 긍정의 메시지를 전하는 책이 있어요. 

<휴먼 3.0 : 미래 사회를 지배할 새로운 인류의 탄생> (피터 노왁 / 김유미 / 새로운 현재)

전작 <섹스, 폭탄, 그리고 햄버거>에서 현대 과학기술의 역사를 다룬 저자는 이제 과학기술이 바꾸어놓을 미래를 조망합니다. 챕터의 제목들이 의미심장해요. 

1장 진화 : 생물학과 테크놀로지의 경계가 사라진다

2장 경제 : 21세기 마지막에는 모두 부자가 된다

3장 건강 : 생존은 더 이상 문제가 아니다 

4장 직업 : 수백만 개의 구글이 등장한다

5장 예술 : 소비자가 아닌 거대한 생산자로

6장 관계 : 불륜은 증가하고 섹스는 감소한다

7장 정체성 : 자아를 형성하는 공간이 사라진다

8장 종교 : 기술발전으로 종교가 소멸한다

21세기 마지막에는 모두가 부자가 된다니, 그때까지 살아남는 게 관건인가요? ^^ 기술발전이 가져올 미래의 변화에 대해 각 분야에 걸쳐 꼼꼼히 발전상을 소개하는 책인데요. 

오늘의 질문 : 그래서 우리는 기술 발전의 결과, 더 행복해질까?

사람들이 행복해지기를 원한다면 인생에 대한 기대치를 조종해야 합니다. 행복이란 내가 바라는 소망 대비, 내가 지니고 있는 것이거든요. 내가 가진 것을 급격하게 늘리기 힘들다면, 내가 원하는 것을 줄이는 게 행복으로 가는 지름길입니다. 미디어 사회에서는 이게 어렵죠. 끊임없이 더 많은 것을 원하도록 미디어들이 부추기거든요.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중 하나인 덴마크의 경우, 행복의 비결이 복지 제도랍니다. 삶의 만족도에 가장 크게 기여하는 요소 중 하나가 바로 고용 안정성인데요. 덴마크 정부는 노동자들에게 세계에서 가장 많은 실업 수당을 지급합니다. 실직 전에 받았던 급여의 80퍼센트까지 2년 동안 지급한다고요. 이 제도는 노동자와 기업 둘 다에게 혜택이 큽니다. 일단 직원은 일하기 힘들면 사표를 쉽게 쓰고요. 고용주 역시 직원을 해고하기가 쉽습니다. 해고된 노동자도 실업급여 혜택을 받으니까요. 해고가 쉽기에 신입 직원 채용도 망설이지 않고 합니다. 고용 촉진 효과가 생기지요. 

'직업은 사람들이 일생의 대부분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분명 전반적인 삶의 만족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덴마크 사람들은 대체로 자신이 싫어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지 않는다. 만일 북미도 그렇다면 얼마나 좋을까? 북미 지역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경멸하는 직장에서 혐오하는 동료 및 상사와 함께 일한다. 또한 덴마크 사람들은 직장을 그만두는 것을 망설이지 않는다. 자신이 더 좋아하는 새로운 일자리를 얻기 위해 훈련을 받으면서 기다리거나 스스로 창업을 한다. 사회적인 안전망이 보장되어 있고 과학기술의 혜택으로 창업이 쉬워졌기 때문이다.'  

(269쪽)

실업급여 제도가 잘 실행되면 좋겠어요. 그렇다면 직장내 갑질을 견디며 억지로 회사를 다닐 필요가 없어요. 나라에 그런 제도가 없다면 개인이 할 수 있는 노력은, 저축입니다. 모아둔 돈이 있다면, 더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 모험을 떠날 수도 있거든요. 저축은 자신을 위해 개인적인 실업급여를 모아두는 일입니다. 나라의 제도가 바뀌는 건 시간이 걸립니다. 하지만 적금을 붓는 건, 지금 당장 시작할 수 있어요. 

저자는 책을 쓰면서 미래와 인류에게 기술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 더 낙관적인 관점을 갖게 되었다고 합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나는 어떤 의미에서는 점점 더 젊어지고 있다. 지금 나는 어릴 때보다 비디오게임을 더 많이 하고 레고를 더 많이 가지고 있다. 최근에 다시 배구를 시작했고 몇 년 전에는 어렸을 때 지독하게 싫어했던 카레 맛을 좋아하게 되었다. 

나는 내 지평선이 확장되고 있고 더 많은 시간을 여가 활동에 보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과장된 표현일지 모르지만, 기술이 나를 풍요롭게 만들어주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302쪽)

공감해요. 저도 그래요. 20대에는 내가 좋아하는 시트콤 '싸인펠드'를 보고 녹화하기 위해 저녁 7시면 하숙방으로 무조건 가야 했어요. 지금은 넷플릭스의 스트리밍 기술 덕분에 언제 어디서나 싸인펠드(Seinfeld)를 즐길 수 있어요. 예전에 오락실에 가서 돈을 넣고 게임을 했다면 요즘은 스마트폰에 무료 게임도 많이 있고요. 어렸을 땐, 서점에 몇시간씩 서서 책을 읽었는데, 요즘은 예스 24북클럽 덕분에 소파에 누워서 전자책을 하루에도 몇권씩 읽을 수 있어요. 다 기술의 발전 덕분에 누리게 된 일상이지요.

분노와 좌절을 안겨주는 뉴스가 사람들의 이목을 끕니다. 미디어를 접하다 우울하다면 책을 펼쳐보세요. 이 책은, 인간이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더 나은 존재로 진화해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줍니다.

기술의 발전을 긍정하는 책을 통해 마음의 평화를 얻어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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