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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

행복에도 노력이 필요하다

by 김민식pd 2022. 1. 28.

살면서 깨달은 것 하나. 행운은 운이 좋아야 만나지만, 행복은 노력 끝에 찾아옵니다. 피디로 일하며 배우들을 많이 봤지만, 잘 생겼다고 다 뜨는 건 아니에요. 연기자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피나는 노력이 필요해요. 드라마를 시청할 때, 방금 주인공이 한 대사를 따라해보세요. 막 들은 말도 가물가물합니다. 배우는 남이 써준 대사를 토씨 하나 안 틀리고 암기해서 카메라 앞에서 말하는 사람이에요. 우연히 찾아온 매력이라는 행운을 배우의 행복으로 바꾸려면 노력이 필요합니다. 

<귀찮지만 행복해 볼까> (권남희) 

무라카미 하루키는 소설가가 되려면 타고난 재능이 있어야 한다고 말해요. 하지만 소설가로 꾸준히 경력을 이어가기 위해서도 노력이 뒤따라야 하죠. 권남희 저자는 오래도록 번역일을 해오신 분인데요.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를 번역하다 그의 긍정적인 사고에 감탄한 적이 많대요. 특히 하루키의 이 말은 긍정력 만랩이었다고요.

'신문 문화면에 내 소설이나 인격을 까는 글이 실리면 기분이 좋지 않지만, 그래도 사회면에 성폭행범이나 뭐 그런 범죄자로 실리는 것보다 훨씬 낫잖아요?'

가난한 집에 찾아오는 최고의 행운은 무엇일까요? 자식들 중 하나가 경제적 성공을 거두는 거죠. 무레 요코 씨의 에세이에는 이런 얘기가 나온대요. 

'그녀는 아버지를 몹시 싫어했다. 아버지는 무능했고, 폭력적이고, 없는 살림에 오로지 자기 옷매무새, 취미 생활만 챙기는 이기적인 사람이었다. 어머니는 자식을 위해 참고 살다 무레 요코가 스무 살이 되자 바로 이혼했다. 이혼한 뒤에는 어머니도 일하고, 무레 요코도 아르바이트를 해서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하여 생활은 전보다 훨씬 여유로워졌다. 남동생도 좋은 대학을 나와서 좋은 회사에 취업하여 자리를 잡았다. 게다가 직장에 다니던 무레 요코 씨가 작가로 데뷔하여 뜨기 시작했다. 정말로 고생 끝, 행복 시작!.....인 듯 했으나 어머니, 그동안 못 살았던 한이라도 풀듯이 낭비벽 풀가동. 한 달에 5천만 원, 8천만 원, 믿을 수 없는 단위의 카드 청구서가 휙휙 날아왔다. 급기야 집을 사달라고 졸라서 있는 통장 없는 통장 다 깨고 융자를 받아서 집까지 사주었다. 그 집에 남동생과 둘이 살며 무레 요코 씨에게는 비상 열쇠도 주지 않는 아들바보 어머니. 그제서야 무레 요코는 당신 같은 사람들과 같은 묘지에 묻히고 싶지 않다며 절연을 선언했다.'

(45/225)

저요, 방송일하면서 이런 경우, 정말 많이 봤어요. 딸이 연예인으로 뜨면, 멀쩡하게 일 열심히 하던 아들이 공장 그만두고 가게를 차리고 사장님 행세를 합니다. 부모님께 드린 돈은 다 오빠의 사업자금으로 들어가지요. 없을 땐, 오손도손 서로 의지하며 살던 가족에게 뜻밖의 횡재가 생기면, 그걸로 가정 불화가 생겨납니다. 행운을 행복으로 이어가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해요.  '다른 집은 다 화목한데 우리 집만 콩가루야, 하고 비관하지 마세요. 어느 집이나 문 열고 들어가보면 곪은 곳은 다 있기 마련'이라는 작가님 말씀에 격하게 공감합니다. 

일본책을 번역하는 권남희 작가님은 유럽 여행을 가본 적이 없었대요. 연중무휴로 일을 하고, 경제적으로도 언어적으로도 부담스럽기도 하고요. 날마다 마감에 쫓기며 일하기에 장기+원거리 여행은 언감생심... 그러다 마스마 미리의 <마음이 급해졌어, 아름다운 것을 모두 보고 싶어>를 번역하던 작가님,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해요. 이 책은 싱글인 마스다 미리가 더 늙기 전에 한 곳이라도 더 여행을 다니고 싶다는 일념으로 혼자서 용감하게 패키지투어를 다닌 이야기거든요. 패키티투어의 장단점과 투어를 즐기는 요령, 준비물, 쇼핑 목록 등을 알차게 설명해 놓았다고요. 그래요, 이런 책을 보면 용기가 생기죠. 권작가님도 대학 친구들과 여행 적금을 부어 함께 유럽을 다녀오고요. 이런 글을 남기십니다.

'여행 파트너로서 최고의 덕목은 긍정적 마인드라고 생각한다. 집에 혼자 있을 때야 중2병이 울고 갈 부정적인 인간이더라도, 여행지에서는 자기뿐만 아니라 남의 여행도 망칠 수 있으므로 긍정적 마인드와 희생정신이랄까, 양보하는 정신을 장착해야 한다.'

(211/225)

이건 패키지 투어뿐 아니라 일상에서도 필요한 자세입니다. 나와 함께 사는 사람들을 위해, 그들의 하루를 망치지 말아야 한다는 자세로 긍정적 마인드를 장착하고 살고 싶습니다.    

오늘의 질문은 책의 제목으로 대신합니다.

'귀찮지만, 행복해볼까?'

인생을 살다 일이 잘 풀리지 않으면, 자기 비하와 연민에 빠져듭니다. 어느 순간 불행을 즐기고 있지요. '그래, 어차피 노력을 해도 안 풀리는 인생이라면, 차라리 그냥 대충대충 살지 뭐...' 살면서 망한 적이 많아서 저도 그런 유혹을 자주 받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포기할 순 없죠. 내 인생, 내가 아니면 누가 챙겨주지 않아요. 오늘도 주먹 불끈 쥐어봅니다. 

'귀찮지만, 행복해볼까?' '네, 노력해볼게요!'

귀찮아도, 노력끝에 조금 더 행복해지는 그런 설 연휴를 맞으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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