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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여행예찬/짠돌이 국내여행

양재천에서 걸어서 한강까지

by 김민식pd 2022. 2. 22.

2022년 2월 6일, 일요일 아침에 일어나니 소풍날 아이처럼 설렙니다. 오늘은 걸어서 한강까지 가는 날이거든요. 평소에 양재천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한강까지 자주 가요. 양재천은 탄천과 합류한 후, 한강으로 흘러가는데요. 오늘은 새로운 코스를 발굴하려고요.

며칠 전, 서초동에서 온라인 강의 촬영이 있었어요. 집에서 버스로 20분 거리인데, 걸어가면 30분 거리더군요. 운동 삼아 걸었어요. 원래 가까운 거리는 자전거로 이동하는데요. 헬멧을 쓰면 머리 스타일이 망가져서 강의가 있을 땐 자전거를 타지 않아요. 한참 걷다보니 강남을 세로로 가로지르는 경부 고속도로를 만납니다. 그런데 보니 도로 차단벽 옆으로 운동복 차림의 사람들이 걷고 있는 거예요.

어라? 저기도 산책로가 있나? 계단을 올라 봤어요.

이런 길이 있더라고요. 강의를 마치고, 돌아와 쉬는데요. 자꾸 호기심이 일어요. 그 길은 어디까지 나 있을까? 운동화를 신고 다시 나갑니다.


경부 고속도로 바로 옆에 난 산책로, 서초 길마중길입니다. 양재천을 향해 계속 걸으면 양재역 근처 국립외교원이 나오고요. 횡단보도를 건너 고속도로를 오른쪽으로 끼고 계속 걷다보면 양재초등학교가 나옵니다. 

서울둘레길 표지가 반갑네요. 우면산과 양재 시민의 숲 양방향 갈림길이에요. 양재 시민의 숲쪽으로 계속 걸어가면, 양재천을 만납니다.

낯익은 양재천이 나오자 다시 집으로 돌아갑니다.


'한강에서 청계산까지 녹색길'. 지도를 보니 이 길을 따라 계속 걸으면 한강이 나온다네요? 남들은 고속도로를 차타고 달릴 때, 저는 고속도로 옆 산책로를 걷습니다. 산책을 좋아하는데요. 도심 속 걷기 여행은 신호등과 차도에 자주 막히지요. 길마중길은 고속도로 덕분에 거침없이 쭉 이어집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결심했어요. '주말에는 한강까지 걸어봐야겠다!'


일요일 아침 일찍 집을 나섭니다.

0900 서초 길마중길입니다. 강남역이나 신논현역에서 경부 고속도로 방향으로 걸어가면 진입로를 만날 수 있어요.

진입로마다 지도가 잘 나와있네요. 

공원 곳곳에 미술작품을 배치해 둬서 심심하지는 않아요. 

제가 좋아하는 알폰스 무하의 그림도 있네요. 

강남대로변에 마땅히 걸을 길이 없어 아쉬웠는데요. 근처 근무하는 직장인이라면 점심 시간에 2,30분 걷기에 딱 좋네요.

1000 잠원한강공원 잠원나들목이 나옵니다.

이제 한강의 경치를 즐기며 걷습니다.

1020 서울 웨이브. 새로 생긴 한강의 명소인데요. 이곳 아트 센터에서는 전시도 한다고요. 이날은 전시가 없어 아쉬웠어요.

스타벅스가 있네요. 한강 전망이 좋지만, 저는 커피를 주문하지 않고 그냥 나옵니다. 오늘은 짠돌이 무일푼 여행 하는 날이거든요.

오늘의 질문 : 왜 무일푼 여행인가?


은퇴했다고 하면 다들 '와, 돈 많으신가 보네요.' 합니다. 돈이 많지는 않아도, 저는 빚이 없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저는 돈 한 푼 쓰지 않고 하루를 즐겁게 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어요. 그 자신이 퇴사라는 결정으로 이어졌지요. 저도 스타벅스 좋아해요. 카페 의자에 기대 멋진 리버뷰도 즐기고 싶고요. 하지만 한강시민공원을 걸으며 즐기는 공짜 전망으로도 충분합니다. 헛된 욕망과 불필요한 소비를 부추기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유인으로 살고 싶습니다. '극단적인 절약이 나를 구원하리라!'

이런 정자에서 쉬어가도 한강의 조망은 충분히 즐길 수 있어요.

가계부를 쓰다 보니, 지출을 전혀 하지 않은 날, 지출난에 0이라는 숫자를 쓸 때, 크게 동그라미 하나를 그려넣을 때 성취감이 크더군요. 그래서 일이나 약속이 없는 날, 무지출 데이, 즉 무일푼으로 버티는 날로 삼고 버스비도 아껴 오로지 발품만 팔아서 하루를 즐깁니다. 

돈 한 푼 안쓰고 다닐 수 있는 곳이 하나둘 늘어날 때마다 짠돌이의 삶은 더욱 풍성해질테니까요. 

짠돌이의 무일푼 여행 일지는 앞으로도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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