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자로 24년을 다닌 MBC에서 명퇴를 했습니다. 기나긴 노후, 어떻게 살아야 할까, 고민하며 읽은 책 중 한 권을 소개합니다.
<연금 밖에 없다던 김 부장은 어떻게 노후 걱정이 없어졌을까> (김웅철 / 부키)
개인적으로 저는 연금과 자산에 더해 소득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자산이 있어야 마음이 든든하고요. 연금이 있다면, 월급이 사라지는 두려움을 어느 정도 벌충할 수 있습니다. 다만 중요한 건 소득입니다. 회사 다닐 때처럼 많이 벌지는 못하더라도, 꾸준히 일을 하며 소득을 올리는 게 중요합니다. 수입 없이 평생 모은 돈을 까먹으며 사는 건 마음이 편하지가 않거든요. 게다가 일을 계속 해야 정신적 활력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은퇴자들에게 물었습니다. “50세의 나를 만난다면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습니까?”
1. 은퇴 전에 반드시 ‘치아 치료’를 끝내 두세요.
2. 퇴직하는 날 ‘명함’은 회사 쓰레기통에 버리고 나옵시다.
3. 자신이 좋아하는 취미 한 가지에는 아낌없이 돈을 쓰세요.
4. 집보다 더 편한 나만의 은신처를 꼭 만드세요.
5. '이 나이에 이런 것까지?'라고 생각하면 더 빨리 늙습니다.
6.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의 나이를 곱씹지 마세요.
7. 회사 인맥보다 동네 친구가 ‘평생 현역’에 더 큰 도움이 됩니다.
8. ‘나 홀로 생존법’을 익혀야 둘이서도 잘 살 수 있습니다.
9. 외로울 때, 아플 때 입 밖으로 소리 내어 말하세요.
10. ‘남자로서’ ‘여자로서’의 기쁨을 느끼며 살아가세요.
일본 대학에서 연구원 활동도 하고, 경제신문 기자로 입사해 도쿄 특파원으로 활동한 후, 일본 고령화 문제를 연구해온 저자답게 책에는 일본의 은퇴 선배들이 말해주는 시니어 라이프 인사이트가 가득합니다. 일본의 매체는 톱10을 뽑는 걸 좋아하죠. 그래서 책에도 자주 인용됩니다.
저는 회사 다닐 때, 명함을 들여다보며 그런 생각을 했어요. MBC 드라마 제작본부, PD, 김민식. 여기서 회사 이름 빼고, 부서명 빼고, 직책 빼고, 오로지 김민식이라는 이름 석자로 먹고 사는 방법을 찾아야한다고요. 그게 최고의 노후 대비입니다. 퇴직 후에는 동네 탁구장을 다니며 친구를 사귀었어요. 요즘 저는 고등학생 친구랑도 시합을 하고요, 80대 초보분이랑도 운동을 합니다. 동네 친구, 정말 중요해요. 그리고 '나홀로 생존법'을 익히는 것도 중요하고요. 혼자 요리하고 설거지하고 청소하고 빨래하고 다 할 줄 알아야합니다. 나이 50넘어 아직도 남에게 부탁하면 안 됩니다.
책을 보니 경제 생활에 관련해 노후에 후회하는 10가지가 나옵니다.
1위 저축을 좀 더 많이 해 둘걸.
2위 다양한 분야를 공부해 볼걸.
3위 가고 싶은 곳을 자주 여행할걸.
4위 연금 생활에 맞춰 생활 규모를 줄여 둘걸.
5위 퇴직 후에도 활용할 수 있는 자격증을 따 둘걸.
6위 다양한 분야의 일(직업)에 도전해 볼걸.
7위 개인 연금에 가입해 둘걸.
8위 건강할 때 주변에 불필요한 것(물건)들을 정리해 둘걸.
9위 요리 등 집안일을 좀 더 배워 둘걸.
10위 퇴직 후 여가 생활을 위한 여유 자금을 마련해 둘걸.
일과 인간 관계에 대한 후회막급 톱10도 있어요.
1위 평생 즐길 수 있는 취미를 찾아 둘걸.
2위 부모님과 자주 만나 얘기를 나눌걸.
3위 친구를 많이 사귀어 둘걸.
4위 자녀와 많이 대화할걸.
5위 결혼에 대해 좀 더 신중히 결정할걸.
6위 지역 사람들과 자주 만나 교류해 둘걸.
7위 회사 외에 매일 찾아갈 만한 곳을 만들어 둘걸.
8위 부부간에 자주 대화할걸.
9위 일은 적당히 하고 좀 더 많이 놀걸.
10위 뜨거운 연애를 해 볼걸.
저는 노후대비를 블로그로 했어요. 블로그를 통해 친구도 만나고요. 취미 생활도 하고요, 무엇보다 40대에 블로그 글쓰기로 작가 전업을 준비할 수 있었어요. 은퇴를 앞두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 불안해하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저는요, 퇴직 후 지난 3년이 제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나날이었다고 감히 말씀드릴 수 있어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가족들을 위해 원치 않은 일도 참고 견뎌야 했지만 이제부터 싫어하는 것은 하지 않아도 됩니다. 회사 생활하면서 저 은근히 스트레스가 많았거든요. 이제는 회사 경영진 눈치 보지 않고 나 자신만을 위해 인생을 즐길 수 있습니다.
다만 은퇴 후 노후를 즐기려면, 몇 가지 조건이 따릅니다.
'그 첫 번째가 ‘화려한 과거’를 빨리 잊는 것입니다. 특히 과거 직장에서의 인연, 즉 ‘직연’과 단절해야 합니다. 이전에 다니던 회사에 대한 미련은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데 걸림돌이 될 뿐입니다.
또 은퇴 이후 재취업한 직장에서 받는 임금이 크게 낮아졌다고 낙담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여러분의 능력이 떨어진 게 아니라 그저 평가하는 기준이 바뀌었을 뿐입니다.
다음으로 자신을 위해 돈을 써야 합니다. 더 이상 자녀들에게 돈 쓰지 말길 바랍니다. 고령자들이 자녀나 손주 등 젊은이들을 위해 지출하는 것은 사회 재정 측면에서도 모순이자 낭비입니다. 은퇴 이후에는 자신을 위해 돈을 써야 합니다. 그래야 고령자 서비스 산업이 살아납니다. 나를 위해 돈을 쓰면 그것이 풍요로운 친고령화 사회를 다음 세대에 물려주는 밑거름이 된다는 얘기입니다.
나를 위해 어떻게 돈을 써야 할까요? 자기가 하고 싶은, 좋아하는 일에 쓰길 바랍니다. 내가 하고 싶은 그 일에 10년간 몰두해 보세요. 한 가지 일이나 취미에 10년의 노력을 쏟아부으면 분명 전문가가 될 수 있습니다.'
(39쪽)
이게 제가 요즘 노후 대비 강의를 다니며 하는 이야기의 핵심입니다. 좋아하는 일을 찾아서 새롭게 시작해보세요. 좋아하는 일을 꾸준히 하면 잘하게 되고, 그럼 나이 60, 70에도 새로운 직업을 얻을 수 있습니다.
끝으로 은퇴 후 생활 만족도가 높은 사람들의 특징 5가지를 소개합니다.
'1. 퇴직 전에 노후 생활의 자금 수지를 꼼꼼히 따져 봤다.
2. 50세부터 생활비를 줄여 나갔다.
3. 주택 대출은 퇴직 전에 상환을 끝냈다.
4. 자녀들은 모두 독립시켰다.
5. 소액이지만 퇴직 후에도 근로 소득이 있다.
반대로 만족도가 낮은 사람의 5가지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1. 퇴직금의 상당 부분을 주택 대출금 상환에 사용했다.
2. 50대 생활비 가운데 자녀 교육비 비중이 매우 크다.
3. 평소 생활비가 전체 수입을 크게 웃돈다.
4. 가입 중인 보험 상품의 약관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
5. 평소 주식 투자에 지나치게 열중한다.'
(133쪽)
은퇴, 좋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잘만 준비하면, 내 인생의 황금기가 될 수 있는 게 바로 은퇴 후의 10년입니다. 나이 60에도 꽃길만 걸으시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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