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짠돌이 여행예찬/짠돌이 국내여행

성산 일출봉 걷기 여행

by 김민식pd 2022. 1. 4.

2021 0105 성산 일출봉 걷기 여행

마블의 히어로 중 저는 닥터 스트레인지를 좋아합니다. 시간을 되돌리는 능력을 가진 마법사지요. 제게는 블로그가 타임 스톤입니다. 오래 기억하고 싶은 순간을 블로그에 올립니다. 블로그에 글을 쓰면서, 여행의 추억을 되새기고, 시간이 지나 여행기를 읽으며 다시 추억에 빠집니다. 2020년 12월 31일자로 24년을 다닌 MBC를 퇴사했습니다. 매일 출근하던 사람이 드디어 자유인이 되었으니, 가장 먼저 가고 싶은 곳은? 네팔 안나푸르나 트레킹 코스입니다. 그러나 코로나... ㅠㅠ 때문에 해외는 갈 수 없으니... 국내에서 내가 가장 가고 싶은 곳으로 갑니다. 제주 올레길이요. 

명퇴한 바로 다음주 화요일, 2021년 1월 5일,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에 갑니다. 숙소를 성산 일출봉 근처에 잡고 광치기 해변으로 향합니다. 이곳이 올레길 1코스입니다. 저 멀리 성산 일출봉이 보이지요. 오랜만에 올레길을 걷는 발걸음이 가볍습니다. 

유채꽃이 예쁘게 피었네요. 제주도에 오면, 1월에도 꽃구경을 할 수 있군요. 

일출봉 주변 풍광은 어디서 봐도 참 멋집니다. 전망 카페가 많은데요. 다음에 오면 책을 읽으며 쉬었다 가도 좋을 것 같아요. 일출봉 지나 성산항을 거쳐 오조포구까지 걷습니다. 올레길이어도 좋고 아니어도 좋아요. 그냥 시골길 산책하듯 마냥 걷습니다.

도망치듯 나온 회사라, 미련도 남고, 아쉬움도 있었죠. 그럴 때 혼자 집안에 틀어박혀 지내면 안 됩니다. 퇴사하고 우울증으로 고생하는 선배들을 더러 봤거든요. 드라마 연출을 하다 성적이 좋지 않아 우울할 때, 최고의 처방은 걷기 여행이었습니다. 퇴사 후 아쉬움도 올레길 걷기로 달랩니다.  

MBC에는 밸류업 특강이라는 사내 특강이 있는데요. 외부 연사를 초빙해 세상의 변화에 대해 듣고 배웁니다. 어느날 록담 백영선 님이 '느슨한 연대'를 주제로 강의를 하셨어요. 백영선님은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을 기획하시는 분입니다. 이를테면 그 분이 만든 '낯선 대학'이라는 커뮤니티가 있어요. 먼저 친구 7명을 모으고요. 그들이 각자 친구 7명씩 초대해요. 그렇게 49명의 모임이 만들어지죠. 처음 보는 사람들이 모여, 자신이 좋아하는 취미나,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소개하며 서로 배움을 청합니다. 

향우회, 종친회, 동문회, 전우회 같은 강한 연대를 지닌 모임들의 특징은 과거 지향입니다. 같은 고향이나 학교, 부대 출신... 즉 과거의 기억을 공유하는 이들의 모임입니다. '느슨한 연대'는 이와 달리 미래 지향적이에요. 각자 지향하는 바가 비슷한 사람들과의 연결됩니다. 지나치게 가깝지도, 그렇다고 너무 먼 거리도 아닌 하나의 공감대를 통해 적당한 거리를 유지할 수 있는 관계를 만들어갑니다. 그 안에서 자신이 나아갈 길을 모색하는 거죠.

'연대의 목적은 더 멀리 가기 위함이다. 속도가 유효했던 건 고속 성장 시대에 한해서였다. 그 시대를 넘어 우린 더 멀리 보길 원한다.'

다양한 모임을 소개하던 록담 님은 강의 중에 색다른 장소를 하나 추천해주셨어요.   

플레이스 캠프 제주입니다.

1인 여행자를 위한 프로그램이 있어, 혼자 여행을 가도 한라산 설경 트레킹이나 야간 해안 산책, 요가, 명상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고요. 클럽메드나 PIC 클럽의 솔로여행족 버전이라고 느꼈어요. 클럽메드는 가족이나 연인을 위한 휴양 프로그램을 제공하지요. 이곳에서는 혼자 여행와도 같이 놀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합니다.


백영선 님의 강의를 듣다 가고 싶은 장소 중 하나로 메모해뒀어요. 야놀자에서 검색해보니 2021년 1월 초 싱글룸이 1박에 38000원이었어요. (주말에는 요금이 살짝 올라갑니다.) 명퇴 신청과 동시에 예약했어요.

오늘의 질문입니다.

'은퇴 후, 어떻게 살 것인가?' 

이제 저는 느슨한 연대를 실천하며 살고 싶습니다. 해야 할 업무가 없으니, 읽고 싶은 책을 읽고, 가야할 회사가 없으니, 가고 싶은 여행지로 떠나려고요.  직장이나 학교처럼 강한 연대가 아니라, 나의 취향이 이끄는 곳으로 방랑을 떠나고 싶습니다. 그런 삶의 기록을 블로그에 매일 매일 남기고 싶어요. 매일 출근하듯 블로그에 오렵니다. 이곳에서 만나는 여러분과 느슨한 연대를 맺으며 살고 싶습니다. 

1일 소요 경비

제주 항공권 45900원 (편도)

점심 국수마을 고기국수 7000원

저녁 화선이네 분식 김밥 2000원

마트 1만원 (과일과 간식 등 산행을 대비한 먹거리를 좀 샀어요.) 

숙박 38000원

1일 총경비 = 102,900원

(짠돌이 제주 여행, 다음편에서 이어집니다.)

반응형

'짠돌이 여행예찬 > 짠돌이 국내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겨울 섭지코지 걷기 여행  (14) 2022.01.12
한라산 겨울 산행  (14) 2022.01.06
감포 자전거 여행  (12) 2021.12.29
해운대 - 울산 자전거 여행  (11) 2021.12.22
2020 낙동강 자전거 여행  (12) 2021.1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