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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여행예찬/짠돌이 국내여행

감포 자전거 여행

by 김민식pd 2021. 12. 29.

2020 자전거 전국일주 9월 29일의 기록입니다. 아침에 일어나 식당을 찾아갑니다.

이가복면옥에서 복지리 한 그릇이 6900원입니다. 세상에 복국이 무슨 콩나물 해장국 가격에 나오네요. 이 가격 리얼? 여기는 미포조선소가 있는 방어진입니다. 인근에 공장이 많아 생활물가가 싼가 봐요. 24시간 영업하는 곳이라 아침부터 뜨끈한 복국으로 배를 채우고 자전거를 달립니다.

0740 주전항을 지나갑니다.

동해안 자전거길은 바다를 보며 자전거를 탈 수 있어 참 좋은데요. 가끔은 난감한 경우도 있어요.

이렇게 계단을 만납니다. 

분명 자전거길 표식이 있으니 이 길을 지나가야 하는데 말이지요. 이렇게 계단을 만나면 선택을 해야 합니다. 끌바냐, 멜바냐. 끌바는 끌고가는 바이크, 멜바는 메고 가는 바이크의 줄임말입니다. 산악자전거를 탈 때, 이런 경우가 많아요. 산에서는 타고 갈 수 없는 지형도 있거든요. 계단을 오를 땐 자전거를 어깨에 메고 가고요. 내려갈 땐 끌고 갑니다. 다행히 자전거와 짐이 그렇게 무겁지는 않아요.  

0930 하서 해안 공원입니다. 이런 멋진 곳을 만나면 계단을 오르느라 고생한 것도 금세 잊어요.


정자에 앉아 쉬어갑니다. 동해안을 따라 눈길을 끄는 예쁜 카페가 많지만 쫄바지입은 중년의 자전거 여행자가 들어가면 사람들의 시선을 끌죠. 저는 이렇게 한적한 바닷가 정자에 누워 쉬었다 가는 게 마음 편해요.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이 멋진 풍광을 내 것으로 만듭니다. 이것이 행복이 아니라면, 무엇이 행복일까요.


1987년 대학교 1학년 여름방학에 갔던 자전거 전국일주에서 동해안 7번 국도를 달렸어요. 고갯길이 유난히 많았지요. 오르막을 오를 땐 숨이 턱밑까지 차 당장 멈추고 싶어요. 하지만 참고 페달을 밟아 정상에 오르면 눈앞에 바다가 펼쳐져요. 내리막길 달릴 땐, 스피드가 주는 스릴과 쾌감에 브레이크를 잡기가 싫어져요. 즉, 자전거 여행이란 오르막에서 멈추고 싶은 나태와 싸우고, 내리막에서 제동을 걸기 싫은 탐욕과 싸우는 일입니다. 인생의 행복은 그렇게 나태와 탐욕을 통제한 끝에 찾아오는 보람 같은 것 아닐까요?

자전거를 타고 경주를 오니, 신라의 옛절터를 만납니다.

1120 감은사 터에요. 신문왕 2년인 682년에 지어진 절터라는군요. 

'경주 여긴 안 가봤지?' 시즌 3라니, 언젠가 도전해보고 싶네요. 어려서 경주에서 10년을 살았어요. 불국사니 안압지(지금은 월지로 명칭이 바뀐 연못)는 가봤지만, 여기는 처음이에요. 안 가본 곳이 여전히 많네요. 

1230 감포 해변에 도착했어요.

경주 살 때, 회먹으러 자주 온 곳이에요. 하루종일 바다를 보며 달렸더니 회가 당깁니다. 이럴 때 저는 스마트폰 다이닝코드 앱을 열어 회덮밥을 검색해요.

감포 맛집이라고 뜬 명성 회센터에 왔어요.

회덮밥 13000원을 주문했는데, 함께 나오는 매운탕도 맛있고 회의 양도 많네요. 바닷가 여행 왔을 때, 혼밥 최고 메뉴는 회덮밥이죠. 내일은 포항에 가니 물회를 먹어야겠어요.

1400 감포 은솔펜션에 도착합니다.

1박에 35000원인데요. 저 멀리 바다가 보이는 오션뷰에요. 이 가격에 바다 전망이라니, 황송합니다. ^^ 베란다에 햇볕이 들어 빨래하면 잘 마르겠네요. 

1일 총경비 55000원.

총거리 50킬로를 5시간 동안 달렸어요.

사진 정리하고 기억을 더듬어 글을 쓰며, 다시 전국일주를 즐기는 기분입니다. 역시 여행의 즐거움을 극대화하는 방법은 여행기를 남기는 거예요. 짠돌이 자전거 전국일주는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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