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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

비누는 과연 깨끗할까?

by 김민식pd 2020. 10. 20.

코로나 이후, 새로 생긴 습관이 있어요. 틈만 나면 손을 씻습니다. 회사에서는 30분에 한번씩 씻고요. 밖에서도 지하철에 타거나 내릴 때 화장실에 들러 30초씩 손을 씻습니다. 비누로 거품을 내어 속으로 노래를 흥얼거리며 손을 씻지요. '깊은 산 속 옹달샘 누가 와서 먹나요~' 그러다보니 문득 궁금했어요.

'다 같이 쓰는 공중화장실의 고체 비누는 과연 깨끗할까?'

최근 읽은 책에도 그 질문이 나오네요.

<사소해서 물어보지 못했지만 궁금했던 이야기> (사물궁이 잡학지식 / 아르떼)

손 씻기는 질병 예방에 효과가 있어요. 코로나가 아니라도 손 씻는 습관은 만들면 좋죠. 요즘 액상 비누를 비치하는 곳도 많지만, 아직도 식당이나 건물 화장실에는 그냥 고체 비누가 있는 경우가 많아요. 불특정 다수의 사람이 세균으로 가득한 손으로 비누를 만졌다면 그 비누는 깨끗할까요? 이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비누의 세정 원리부터 이해해야 합니다.

'비누는 세균을 직접 제거해 주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피부에는 기름기가 있어서 먼지나 세균 등이 묻으면 잘 떨어지지 않습니다. 물로 씻는다면 먼지나 세균 중 일부는 제거할 수 있어도 기름기는 쉽게 제거할 수 없습니다. (...)

기름이 물에 잘 씻기지 않는 이유는 친유성기(소수성기)이기 때문입니다. 친유성기는 친수성기에 반대되는 말로 물과 친화력이 낮고 기름과 친화력이 높은 원자단을 말합니다. 세균도 대부분 친유성기이므로 물로만 씻어 내면 잘 씻기지 않아 비누 같은 세정제를 사용해야 합니다. 비누 거품을 내서 손을 문질러 씻으면 세균 등의 이물질을 쉽게 제거할 수 있으며, 이때 단순히 비누와 접촉만 하지 말고 흐르는 물에 30초 정도 빡빡 씻어야 한다는 겁니다.'

(116쪽)

지방산과 염기로 구성된 비누는 세균을 죽이는 작용을 하는 게 아니라, 친유성기 부분이 기름을 둘러싸고 동그랗게 미셀 구조를 형성해 피부로부터 분리되기 쉬운 상태를 만드는 거래요. 비누의 역할은 세균을 죽이는 게 아니라 우리 몸에서 씻어내는 거예요. 그쵸. 세균을 죽인다면, 독해서 우리 피부에도 안 좋을 수 있죠. 어쩌면 손소독제와 비누의 차이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요? 손소독제는 균을 죽이는 역할, 비누는 균을 씻어내는 역할. 손소독제와 비누의 차이가 궁금했는데요. 전자가 창이라면 후자는 방패로군요.

비누가 세균을 죽이는 게 아니라면 여럿이 함께 쓰는 고체 비누는 세균으로 가득할 것이므로 비위생적이지 않을까요? 결론을 말하면 일반적으로 손을 씻을 때 사용하는 비누는 피에이치pH가 높아서 세균이 생존하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비누가 아닌 비누 거품에는 세균이 살 수 있습니다. 거품이 든 비누를 받침대에 올려놓으면 받침대에는 세균이 존재할 수 있어요. 이렇게 오염된 비누를 이용해 거품을 내면 세균이 많아지기도 하고요. 다만 그 상태에서 손을 물로 씻으면 세균이 함께 씻겨 나가므로 별다른 문제는 없답니다.

즉, 다 같이 쓰는 공중화장실 고체 비누는 안전합니다.

앞으로는 더욱 열심히, 액상 비누든 고체 비누든 가리지 않고 열심히 거품을 내어 흐르는 물에 손을 씻어야겠어요.

유튜브 구독자 115만명을 모은 국내 최대 과학 채널 '사물궁이 잡학지식'을 엮은 책입니다. 누적 조회수 1.4억 회라니 어마어마하네요. 일상에서 발견하는 호기심을 과학적으로 설명해주니 사소한 궁금증을 풀어가는 과정에서 유식해지는 기분입니다. 책을 읽다 궁금했어요. 어떻게 이런 과학 유튜브 채널을 만들 생각을 했을까?

'이 콘텐츠가 처음 탄생한 것은 2016년입니다. 미용실에서 머리를 깎고 나서 감겨 줄 때 목에 힘을 줘야 할지 빼야 할지가 궁금해서 여러 미용사에게 자문한 뒤에 글을 썼습니다. 정말 사소하지만 의외로 많은 사람이 평소에 알고 싶어 하는 주제였기에 반응이 좋았습니다. 이때 첫 반응이 좋지 않았더라면 아마 사물궁이는 그대로 끝났을 겁니다. 

사물궁이 시리즈를 여러 매체에 연재하면서 많은 힘든 일이 있었습니다. 결국 불투명한 미래를 글 쓰는 일만으로 지속할 수는 없다고 판단하고, 마지막 도전이라고 생각하며 그동안 써 놨던 글들을 애니메이션 영상으로 만들어서 유튜브에 올렸습니다. 그리고 불과 일 년만에 구독자 백만 명을 모으게 됐습니다. 똑같은 일을 계속해 오다가 방식만 바꿨을 뿐인데 갑자기 많은 관심을 받게 되자 한편으로는 허무했지만 물론 많이 기쁘기도 했습니다. 그간 열심히 노력했던 일이 지금에서야 빛을 발하는 것이라는 생각으로, 우연히 얻은 이 기회에 감사한 마음을 갖고 항상 열심히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5쪽)

대박을 꿈꾸는 사람에게는 3가지가 필요해요. 첫째, 소소한 시도. 둘째, 축적의 시간. 셋째, 감사하는 마음. 일단 사소한 호기심으로 시작하고요. 꾸준히 경험과 콘텐츠를 늘려갑니다. 그러다 반응이 오면 감사하는 마음으로 계속 이어가는 거죠. 여기서 중요한 건 두번째 축적의 시간입니다. 확실하게 보장된 미래가 없는 상태에서 계속 매일 매일 열정을 갈아넣으며 버텨야 하거든요. 이때 중요한 건,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자세입니다. 좋아하지 않는 일을 이렇게 하면 사람 몸과 마음만 피폐해집니다. 

일상에서 발견하는 호기심이 삶의 깨달음으로 이어지는 하루가 되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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