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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

인생, 이게 뭐라고

by 김민식pd 2020. 9. 28.

장강명 작가의 팬인 제가, <책, 이게 뭐라고> 팟캐스트 녹음 갔다가 작가님을 만났을 때 로또 당첨된 기분이었어요. '이러려고 내가 책을 썼구나! 매년 책을 써야겠다! 북팟캐스트를 진행하는 장강명 작가님을 또 만나려면!' 작가님이 팟캐스트 녹음 중, 제가 쓴 글을 낭송해주셨을 때는 죽어 천당에 온 기분이었어요. 아마 책읽고 글쓰는 이의 천국은 그런 곳이 아닐까요?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를 만나, 자신이 쓴 책 이야기를 하는 곳?

<책 이게 뭐라고>  (장강명 / 아르떼)

해당 팟캐스트는 가수 요조와 장강명 작가 두 분이 진행하는데요. 책을 보면 이런 대목이 나옵니다. 

'어느 날 요조가 "오늘도 게스트가 장 작가님만 보고 이야기하더라"고 투덜거렸다. 나는 웃음을 터뜨렸다.

"글쓰는 아저씨들이 다 쑥맥이라서 그래요. 그 정도 쑥맥이니까 글을 쓰겠죠."

요조가 내 설명을 믿는 눈치는 아니었다.

(19쪽)


'이거 내 이야기인가?' 했어요. 저도 그랬거든요. 맞아요. 쑥맥. 그러니까 저녁 약속 잡고 사람 만나는 대신 방에 틀어박혀 블로그로 혼잣말을 하는 거죠. 근데요, 장작가님, 저는 쑥맥이기는 한데, 장강명의 매력에 반해버린 쑥맥이랍니다. 


 

이 책은 글쓰는 소설가가 팟캐스트 진행을 맡으며 말하는 사람으로 변신을 시도한 과정을 담았습니다.
 

1장 말하는 작가의 탄생

2장 책을 읽는 일, 책에 대해 말하는 일

3장 말하기-듣기의 세계에서 만난 작가들

4장 그럼에도 계속 읽고 쓴다는 것

책읽기의 즐거움과 글쓰기의 괴로움을 오가는 작가님의 일상이 오롯이 담겨있어요. 책을 읽다 뜨끔한 대목이 있습니다.

'나는 오히려 '읽고 쓰면 더 좋은 인간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실제로는 편리한 면죄부로 쓰이는 것이 아닐까 의심한다. 힘들게 행동하지 않으면서, 읽고 쓴다는 쉽고 재미있는 일만으로 자신이 좋은 인간이 되고 있다고 믿고 싶은 사람들에게 그들이 그런 허약한 가설에 기대 은근한 우월감을 즐기는 듯 비칠 때에는 좀 딱해 보인다.'

(156쪽)

요즘 제가 하는 고민입니다. 날이 갈수록 사람들의 평균 독서량이 줄고 있어요. 이럴 때는 누가 위험한가. 많이 읽는 사람이 위험해요. 책을 안 읽는 사람은 위험하지 않아요. 그 분들은 책을 안 읽어도 삶에 아무런 불편이 없기 때문에 안 읽거든요. 다만 모두가 책을 읽지 않는 시대에, 혼자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은 자칫 상대적 우월감이나 엘리트의식에 빠질 수 있어요. 책만 읽는다고 무조건 좋은 사람이 되는 건 아니에요. 책에서 말한 가르침을 삶에서 실천해야지요. 글이나 말보다 삶이 우선입니다. 

책장을 넘기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어요. '역시 장강명! 내가 이래서 이 작가를 좋아하지.' 그러다 소설가가 된 계기에 대한 글을 읽었어요. 

'어릴 때 장래희망이 소설가는 아니었다. 중학생 때까지는 과학자였고, 고등학생 때에는 IT 개발자가 되고 싶었다. 그래서 이과를 선택했고, 대학 전공은 결국 점수에 맞춰 골랐다. 대학에 가서는 PC통신에 빠졌는데, 거기서 남들이 소설을 쓰는 걸 보고 '이 정도는 나도 쓰겠다' 싶어서 그렇게 했다.

쓰다 보니 재미있었다. (...)

군대에 있는 동안, 또 복학해서 글을 몇 편 써서 공모전에도 보내고 출판사에도 투고했지만 답이 없었다. 소설가의 벽은 높구나, 낙담하고 차선으로 글 쓰는 직업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기자 시험을 준비했는데 그것도 한 번에 되지는 않았다. 그래서 건설 회사에 갔고, 그 회사에 몇 달 다니다 사표를 내고 한 해 더 기자 시험에 도전했다. 

신입 기자 시절에는 수면 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바빴다. (...) 

기자 5년 차부터 다시 혼자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피곤한 날에는 집에 와서 그냥 곯아떨어졌고, 그렇지 않은 날 밤에 한두 시간씩 원고를 썼다. 수면 시간이 줄어도 상관없었다. 원고가 잘 풀리는 날에는 기분이 통쾌할 정도로 좋았다. 그때 이미 꽤 소설가가 되어 있었다고 생각한다.' 

(286쪽)

네, 이게 제가 장강명을 좋아하는 이유에요. 장강명은 치열합니다. 공대를 나와 건설회사를 다니고, 다시 신문사에 입사했다가 장편소설 공모전에 도전합니다. 좋아하는 일이라면, 끝없이 도전합니다. 인생, 이게 뭐라고. 그냥 대충 살아도 되는데... 그게 안 되는 게 장강명이에요. 

책을 처음 접했을 때, 소설가가 팟캐스트 방송하며 쓴 원고를 모은 책일 거라 생각했어요. 장편 소설을 집필하는 와중에 잠시 쉬어가는 코너로 쓴 책. 아니에요. 읽고 쓰는 사람으로서의 치열한 고민을 담은 책이에요. 어떤 게 좋은 인생인가에 대한 자신만의 답을 담은 책.  

삶을 돌아보는 좋은 책을 써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작가님. 다음 책도 조신하게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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