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 어떻게 보내셨는지? 나는 크리스마스 날, 혼자 스노우보드 타러 갔다. 하루 종일, 열심히 혼자서 보드 타다 왔다. 해외 파견 중인 아내가 아이들을 데려가서 기러기 아빠로 살고 있다.

어려서 왕따 생활을 오래 한 탓인지, 나는 혼자 노는데 달인이다. 나는 주로 혼자서도 가능한 놀이에 꽂혀서 산다. 독서, 영화, 여행, 인라인, 자전거, 스노우보드, 거기다 블로그까지...^^ 

노는데 고수는 혼자 논다. 내 지론이다. 어떤 이는 '영화를 어떻게 혼자 보느냐?' '여행을 무슨 재미로 혼자 다니냐?'고 묻는데, 난 간단하게 대답한다. '진짜 좋아하면 혼자 할 수 있어야 한다.' 혼자서 절대 영화 안 본다는 사람은 진짜 영화광이 아니다. 

어차피 인생은 외로운 거다. 남에게 의존하지 말라. 위기나 시련이 닥치면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 

대학교 1학년 때, 싸이클을 타다 큰 사고가 난 적이 있다. 지금도 내 얼굴을 자세히 보면 열다섯 바늘 정도 흉터가 있는데, 그때 상처다. 내리막에서 속도를 내다가 넘어져서 정신을 잃었는데, 눈을 뜨고 보니 왼쪽 눈이 보이지 않았다. 실명한 줄 알고 겁을 먹었는데, 알고 보니 왼쪽 눈두덩이 붓고 찢어져서 안 보였던 거였다. 

그때 당시, 온 몸이 피투성이가 되어 병원까지 걸어가는데 아무도 도와주는 사람이 없었다. 심지어 응급실이 어딨냐고 물으니까 다들 피가 묻을까봐 멀찌감치 서서 손가락으로만 가리켰다. 그때 깨달았다. '세상에 믿을 사람 하나 없다.'
 
살면서 실패나 고난이 오면 그때를 떠올린다. 정말 죽을만큼 괴로운 일이 생기면 그때를 생각한다. 죽을 만큼 괴로워도 혼자 힘으로 일어나야한다.

시트콤 연출할 때, 시청률이 안나와 조기종영 당한 적이 있다. 그때 연출이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인터넷에서는 초딩도 나를 조롱하고, 신문마다 비평뿐이고, 배우들도 나를 원망하는 것 같았다. 나 때문에 제작사도 어려워지고, 작가도 어려워지고, 스탭들까지 고생하는구나... 사람을 만나기도 두려운 시절이었다. 내가 일을 못해서 겪는 실패인데 누구에게 하소연할 것인가? 그때 정말 외로웠다. 하늘 아래 피디가 가장 외로운 직업이다.

입시나 시험에 실패해서 괴로운 이들 많을 것이다.

미안한 말이지만, 좌절에 빠진 그대를 도울 수 있는 사람은 그대 자신 밖에 없다. 그대 혼자의 힘으로 땅짚고 일어나야 한다. 인생은 어차피 혼자 가는 것이라는 걸 절절히 깨달아야한다. 주위 둘러보지 말고, 그냥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라.

그리고 열심히 놀아라. 혼자서도 즐겁게 놀 줄 알아야한다. 그래야 진정으로 강해질 수 있다. 
혼자 놀기 두려워하면, 사람에게 매달리기 시작하고, 그러면 추해진다.
실패했을 때 혼자 일어나지 못하면, 실패가 두려워지고, 그러면 시도도 못하게 된다.

실패를 두려워말고, 혼자 놀기 두려워말라.
혼자서도 즐겁게 살 줄 알아야, 더불어 살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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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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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피디님팬 2011.12.27 10:5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제 남자친구랑 헤어졌어요
    제대한지 2달됐는데 제대하고 좀 변해서 아 언젠가 헤어지겠구나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얘만큼은 그래도 나한테 먼저 헤어지자고 하지 않겠지, 내가 싫어지진 않겠지 믿었던 것같아요.
    그리고 생색내고 싶지 않지만 군시절까지 다 함께보냈는데..
    후련하기도 하고 어이없고, 바쁘고 피곤했던 그를 이해못해주고 내가 너무 욕심부리고 이기적이였나 후회도되고
    한편으로 새로운 사랑을 또 시작할 생각하니 설레기도 하네요.
    정말 착하고 한 사람만 바라볼 것같은 애였는데, 제가 싫고 무섭다고 하니...
    나는 그냥 사랑받고 관심받고 싶을 뿐이였는데..
    모든게 다 제 탓같아서 참 슬프고 미안해요
    역시 사랑할떄도 완전히 믿으면 안되나봐요 제자신을 위해서...

    • 김민식pd 2011.12.27 22:3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녜요. 완전히 믿어야해요. 지금 속상한건 덜 믿으신 탓이에요. 완전히 믿는다면, 상대가 떠나겠다는 그의 말도 그대로 믿어줘야해요. 아, 나 때문에 힘들었구나. 미안해. 내가 부족했구나. 그렇게 보내주셔야해요. 이번 만남이 잘 안되었으니 다음에는 더 조심해야지... 그렇게 해서는 사람을 만나고 헤어질때마다 상처만 커집니다. 마음을 다 주세요. 그러면 다 준만큼 후회없고, 더 성장하게 됩니다. 겁을 먹을수록 더 안되요. 스키랑, 사랑이랑 그게 같아요. 스키는 산 아래로 몸을 던져야 비로소 멈출수 있어요. 엉덩이를 엉거주춤빼고 있으면 오히려 더 잘 넘어지죠. 겁먹지 마세요. 다음에는 더 잘 되실거에요. 왜? 사람은 사랑하고 상처입은 만큼 더 성장하거든요. 기운내세요, 화이팅!!!

  2. 김효진 2011.12.27 21:3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필기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셨지만 외로운 싸움을 선택한 것은 저이기에 다시 심기일전해서 내년을 준비해야겠지요. 외롭지만 의연하고 당당하게 1년의 준비 기간을 견뎌내겠습니다. 기운을 붇돋워 주는 글 감사합니다. 아자아자!!

    • 김민식pd 2011.12.27 22:3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래요, 아직 우린 젊기에, 괜찮은 미래가 있기에!
      우리 함께 달려봅시다. 나도 1년간 열심히!
      여러분과 함께 다시 공채를 향해 달린다는 기분으로,
      글 열심히 올리고, 공짜 피디 스쿨 수업에 임할게요.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만 찾아오니까요! 화이팅!!!

  3. 와우 2013.09.05 00:1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말이네요 사회초년생인데 와닫네요

  4. 윤상철 2015.11.10 21:0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뭐하시는분입니까?
    36먹고 결혼실패하고 일에만 빠져살다보니 작년까지 못느꼈던 감정들을 그대로 글로 옮겨놓으셨습니다 PD라고 하셨는데 지금 쓰신글을 보여줄수 있는 예능이나 드라마 아니면 다큐다장르에 상관없이 만들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김민식pd 2015.11.11 04:3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저는 책 읽고 글 쓰는 사람입니다. 살면서 힘들 때마다 책을 읽고, 또 글을 씁니다. 읽은 책에서 위로받듯이, 제가 쓴 글에서 스스로 위로받고자 합니다. 이렇게 글로 남겨야 약한 마음이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아직은 부족한 점이 많아 일단 글로 먼저 써봅니다. 제가 쓰는 글은 스스로에 대한 다짐인 경우가 많지요. 글을 쓰면서 내 자신에게 말을 겁니다. 외롭고 힘든 세상, 내가 나 자신의 가장 좋은 친구가 되고자합니다.

  5. 2016.03.12 00:2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6. 토끼죽이기 2018.09.26 23:1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입니다. 저도 평범히지내다 어려운일 당했을 때 친구라고 믿었던 사람들이 내 불행을 속으로 즐기고 위로하면서도 안도하는걸 보면서 인간존재 불신이 들었었죠. 제 어머니가 예뻐서 그에대한 질투가 저한테 오는 야비한 친지들. 할머니건 이모건 큰아빠건 가족도 믿을게 못 돼요. 경쟁상태의 새끼돼지들 같을뿐이예요.

  7. 꼭.. 2020.01.01 18:3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꼭 그렇게 너무 부정적으로 생각마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