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서 국제 우편이 날아왔다. 이민 간 여동생에게 온 건가? 열어보니, 퍼스트 스텝스라는 북한 기아 돕기 단체에서 온 카드다. 

'생일 축하드립니다!
이번 김민식 님의 생일 축하 기념으로 동생 김미리 님께서 퍼스트 스텝스에 $2,000을 후원하여 주셨습니다. 이 혹독한 계절을 북한 어린이들은 어떻게 견뎌나가야할지 염려가 되는 가운데 보내주신 후원금은 큰 희망이 되었습니다. 영양가 높은 메주콩을 구입하는데 감사히 쓰겠습니다.

최근 퍼스트 스텝스 팀은 북한을 방문하여 어린이들의 영양 상태와 그동안 보내진 140톤의 메주콩 도착 및 배급 상황을 확인하고 12월 3일에 돌아왔습니다. - 수잔 리치 드림"

여동생이 봉사자로 일하는 퍼스트 스텝스 (
http://www2.firststepscanada.org/)는 수잔 리치라는 캐나다 여성이 만든 곳이다. 그는 캐나다 정부 소속 한국어 통역사로 북한을 방문한 후, 북한 어린이 돕기 운동을 시작하셨다. 동생을 통해 수잔을 만났을 때, 나는 부끄러웠다. 같은 동포인 우리도 방관하고 있는 북한 어린이 기아 문제, 어떻게 파란 눈의 외국인이 그 일에 발벗고 나서게 된 걸까? "가까이 있는 저희도 못하는 일을, 그 먼 곳에서 하시네요." "제가 봤거든요. 그 아이들이 어떻게 사는지... 그걸 보고나서 아무것도 안 할 수는 없거든요."

그렇구나... 우리는 우리 눈에 보이지 않아 그들의 아픔을 외면할 수 있었구나...

내가 북한 정권을 미워하는 이유는 하나다. 아이들을 굶기는 것... 그 어떤 이유로도 사람을 굶어 죽게 해서는 안되는데, 정권 안보를 위해 경제 파탄을 방관하는 것... 난 그것을 용서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아이들이 굶어 죽어도, 북한에는 쌀 한 톨 줄 수 없다는 보수 진영의 주장을 이해할 수 없다. 보수의 가치를 지키자고 소리치는 사람에게 묻고 싶다. 그 지켜야할 가치에 어린이의 생명은 포함되지 않는가?

북한이 격변기에 들어섰다. 곳간에서 인심난다는데, 조금이라도 금전적으로 여유가 있는 우리가 그들에게 손을 내밀어야 하지 않을까? '자존심만 세우다 굶어 죽든지 말든지!' 이렇게 큰소리 치기에는 3대 세습까지 이어가고 있는 북한 주민들이 너무 가엾다.  

성탄절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아픔까지 헤아리는, 한없이 큰 사랑을 일깨워주신 그 분을 생각하며,
우리의 기쁨이 그들에게 전해지는 그 날까지!

JOY TO THE WORLD!


퍼스트 스텝스에서 보내온 카드에는 북한 어린이가 환하게 웃고 있다.
우리 둘째 민서랑 닮아서 반가운 한편 마음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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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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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채집자 2011.12.26 20:4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예쁜 아이네요ㅠ마지막 문장에서 콧등이 시큰했어요. 정말 뜻깊은 선물을 받으셨네요.. 제 마음까지 덕분에 따뜻해졌어요! 피디님 늦었지만 생신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