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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로 즐기는 세상/짠돌이 육아 일기

직접 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것

by 김민식pd 2020. 5. 26.

학교에서 진로 특강 요청이 오면, '미래형 인재와 창작의 즐거움'이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합니다. 다가올 미래는 인공지능과 로봇이 활약하는 시대입니다. 이제 남이 시킨 일을 하는 건 인공지능이나 로봇을 따라가기 힘들어요. 미래형 인재가 되는 길은 창작의 즐거움을 익히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큰 딸 민지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알투스의 서재'라는 곳에서 글쓰기와 그림을 배웠어요. 어린 시절에 창작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게 해주는 프로그램을 통해 민지는 자신의 손으로 그림책을 완성했어요. 힘들지만 보람찬 시간이었다고 해요. 공교육의 현장에서 아이들과 함께 그림책 창작 프로젝트를 진행하시는 선생님이 있어요.

<그림책 한 권의 힘> (이현아 / 카시오페아)

초등학교 교사인 이현아 선생님은 서점에 갔다가, 문득 수많은 어린이 책들이 어른의 목소리로 쓰였다는 걸 깨닫습니다. 어른들이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아이들을 설득하고, 어른의 시각에서 아이들의 고민에 결론을 내린 책이라는 걸요. 아이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싶다는 마음에 그림책 창작 수업을 시작합니다. 학급 아이들이 직접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려 책을 만듭니다. 아이들의 그림책을 만들어주려고 선생님은 소량 인쇄와 독립출판을 공부해요. 교무실과 행정실의 빈 복합기를 찾아다니며 아이들의 그림을 스캔하고, 포토샵 작업하고, 편집하고, 인쇄까지 해나갑니다. 그 결과 아이들은 어엿한 그림책 작가가 됩니다.  

'그림책 창작 수업 시간에 자기 손으로 끝까지 만들어낸 그림책을 손에 들고 한 아이가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 그림책을 다 완성하고 나서야 깨달았어요."

"뭘 깨달았을까?"

"제 이야기 방식이 틀렸다는 사실이요."

순간, 아이를 쳐다보던 내 눈동자는 미세하게 흔들렸다. 

'아... 어떡하지? 이미 인쇄까지 다 마쳤는데... 뭐가 마음에 들지 않는 걸까? 다시 수정해보자고 말해야 하나?'

마음속으로 걱정하며 잠시 말을 잇지 못하던 나를 쳐다보면서 아이가 다시 입을 뗐다.

"근데 그걸 깨달았다는 것 자체가 제가 조금 더 성장했다는 거잖아요. 그래서 아쉽지 않았어요."

자신이 틀릴 수도 있음을 깨닫는 것, 그것의 다른 이름이 '성장'이라는 사실을 아이는 그림책 창작 과정을 통해 몸소 이해했다. 하나의 과정을 자신의 몸으로 통과해보지 않으면 도달할 수 없는 삶의 진리를 아이는 그림책 창작 수업을 통해 깨우쳤다.' 

(14쪽) 

창작에 어찌 즐거움만 있겠습니까. 좌절도 있고, 시련도 있고, 고난도 있어요. 그걸 하나하나 겪어내면서 성장하고 결국 보람과 즐거움을 느끼는 순간이 오지요. 창작의 즐거움은 직접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어요. 저는 블로그 예찬론자입니다. 직접 만들 수 있는 미디어 중 가장 쉽고 편한 것이 블로그거든요.  

그림책을 공부하는 선생님답게 좋은 그림책을 여러권 소개해주십니다. 더 일찍 이 책을 만났더라면 민서가 어렸을 때 재미난 책을 더 많이 읽어줬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지만... 그래도 블로그가 있어 다행이에요. 다른 독자들에게 이 책을 소개할 수 있으니까요. 아이의 창의성을 어떻게 키울까 고민하는 부모님께 이 책을 권하고 싶습니다.

그림책 수업을 통해 저자가 깨달은 것.

'아이들은 가슴속에 자기만의 언어를 가진 존재구나.'

아이들이 자신의 말과 글로 창작의 즐거움을 누리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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