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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로 즐기는 세상/짠돌이 육아 일기

나의 덕질 친구

by 김민식pd 2020. 2. 27.

민서가 요즘 많이 심심합니다. 코로나 때문에 학교 개학은 밀리고, 예비소집은 취소되고, 학원도 휴강이에요. 매일 집에서 시간을 보냅니다. 이럴 때 뭘하고 놀면 좋을까요?

제 삶의 즐거움은 덕질에서 나옵니다. 민서에게 <스타워즈>를 소개하고, <라이즈 오브 더 스카이워커>를 함께 봤어요. 아이가 눈을 빛내며 영화에 몰입하는 모습은 벅찬 감동을 줬어요. 덕후가 가장 행복한 순간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함께 좋아해주는 어떤 사람을 만났을 때 거든요. 그 기쁨을 아이에게 돌려주고 싶었습니다.

요즘 매일 저녁 보드게임을 합니다. 류미큐브를 할 때 민서는 자신이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의 삽입곡을 유튜브로 틀어요. 문득 궁금하더라고요.

"지금 듣는 노래는 뭐야?"

"스티븐 유니버스."

"어떤 내용이야?"

"음..."

아이가 난감한 표정을 짓습니다. 

"아빠, 이게 정말 심오한 내용이라서 한번에 이해하기 쉽지 않아."

나한테 루미큐브도 번번이 지는 아빠가 어떻게 그 심오한 작의를 이해하겠냐는 뜻이지요. 

"그럼 아빠도 한번 볼까?"

봄방학 기간 동안 매일 저녁 30분씩 에피소드 3편씩 정주행하고 있어요.

 

 

와, <스티븐 유니버스>, 정말 재미있네요. 민서가 왜 빠져드는지 알겠어요.

Netflix에 시즌 1이 올라있고요. 왓챠플레이에는 스티븐 유니버스 시즌 3까지 있어요. IPTV에도 무료 에피소드가 있다는군요.

둘이 앉아 보면서 노래가 나오면 민서는 따라 부르고, 때로 이해가 안 가는 장면은 해설도 해주고 그래요. 2020 봄방학의 테마는 <스티븐 유니버스 마라톤>입니다. 둘이 앉아 오징어도 구워먹고 귤도 까먹으면서봅니다. 

우리 민서의 꿈은 작가입니다. 그런 민서가 요즘 입이 마르도록 칭송하는 작가가 레베카 슈거입니다. 애니메이터 겸 작가 겸 작곡가 겸 감독. 23세에 <어드벤처 타임>이란 애니메이션 작업으로 두각을 나타냈다고요. 민서에게 물어봤어요.

"넌 스티븐 유니버스를 어떻게 알게 된 거야?"

"내가 유튜브에서 카툰 네트워크 영상을 많이 보잖아? <어드벤처 타임>을 보는데 언젠가부터 스티븐 유니버스 클립이 자꾸 뜨길래 봤더니 딱 내 취향이더라고."

 

MBC 신입 조연출로 일하던 1998년, 저는 '에스카플로네'라는 만화영화에 빠졌는데요. SBS에서 방영하는 애니메이션을 보기 위해 일하다가도 집으로 달려가 녹화 버튼을 눌렀지요. 회사 근처에서 자취했거든요. 즉 그 시절에는 내가 좋아하는 영상을 보기 위해 1주일에 한번 방송 시간에 맞춰 가서 몇 달에 걸쳐 시청했는데요. 지금은 그냥 앉은 자리에서 한 시즌을 다 볼 수 있어요. 디지털 기술의 시대란 곧, 덕후의 시대에요.

아이와 함께 덕질하는 아빠, 저의 오랜 꿈이었어요. 그래서 저는 아이가 노는 모습을 늘 관찰합니다. 아이가 좋아하는 걸 물어보고 찾아내고 같이 즐깁니다.

외부 활동이 힘든 요즘, 아이들과 함께 덕질의 세계로 가 보아요~

끝으로 제가 좋아하는 극중 노래 하나 소개하고 물러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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