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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로 즐기는 세상/짠돌이 육아 일기

늙은 아비를 위한 에버랜드

by 김민식pd 2020. 8. 27.

오랜만이네, 에버랜드.

 

 

처음이다. 너랑 T-익스프레스를 타는 건.

무섭다고 한번도 안 타더니, 친구들이랑 같이 오니까 용기를 내는구나.

너랑 오면 늘 드래곤만 탔지. 어린이용 롤러코스터.

레일이 짧아서 2바퀴를 도는 드래곤.

T-익스프레스가 끝나갈 무렵, 너는 물었지.

"아빠, 설마 이것도 2번 도는 거야?"

너의 겁먹은 표정에 아빠가 웃음을 터뜨렸지. 미안...

 

 

너는 친구들이랑 썬더폴즈를 타러간다고 했다.

셋이서 놀다오라고 등을 떠밀었지.

중학생이 되었으니 아빠보다 친구가 더 좋을 때란 걸 안다.

 

 

네 언니가 어렸을 때부터 다녔으니 벌써 20년 가까이 단골이다.

풍광은 크게 달라지지 않지만, 아빠는 매번 올 때마다 재밌단다.

동행이 달라지거든.

세 살난 민지에서, 열 살난 민지, 다시 다섯 살 민서에서, 열 두 살 민서까지.

같은 장소지만, 한 살 한 살 더 먹을 때마다 여기와서 보는 풍광은 바뀌어.

오늘만 해도 민서랑 T-익스프레스를 탄 건 처음이잖아?

 

 


너는 친구들이랑 놀고,

아빠는 인적이 드문 에버랜드를 혼자 걷는다.

 

 


포시즌스 옆 테라스 식당이다.

예전에 여기서 자리를 잡느라고,

한 손에 식판을 들고 한 손에 너를 잡고 한참을 헤맸다.

그때는 빈자리가 드문드문 나듯,

이제는 사람이 드문드문 있다.

일요일 아침, T-익스프레스 대기시간이 10분이라니,

이렇게 한적한 테마파크라니,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된 기분이다.

 

 


옛날에 에버랜드 왔을 땐,

네가 잠시만 보이지않아도 불안했단다.

이제는 친구들과 마음껏 뛰어놀라고 보내준다.

네가 자란 걸까,

내가 자란 걸까?


#6월에 다녀온 에버랜드 후기.

#미국에서 온 민서 친구들이 에버랜드 가고 싶다고 해서, 일일 운전사/인솔교사를 했어요.

#아빠랑 다니면 마냥 어린 아이가 친구랑 함께 가면 더 어른스러워 보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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