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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

아이들이 행복한 나라

by 김민식pd 2020. 5. 25.

한국은 수십 년 사이에 정치 민주화와 경제 기적을 이룬 나라입니다.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성장을 이루었는데 어쩌다 우리는 이 나라를 ‘헬조선’이라 부르게 되었을까요? 그 질문에 답을 해주는 책이 있어요.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 (김누리 / 해냄)

저자는 우리의 민주주의가 아직 일상에서 완전히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광화문에 모여서 목이 터져라 민주주의를 외친 사람이 집에 가서는 완전히 가부장적인 아버지요, 다음 날 학교에 가서는 아이들을 쥐 잡듯이 들볶는 권위주의적 교사요, 혹은 회사에 가서는 갑질을 일삼는 상사라면, 민주주의는 어디서 하지요? 다시 말하면 이 나라에서는 ’광장 민주주의‘와 ’일상 민주주의‘가 괴리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31쪽)

우리의 삶이 지옥으로 변해가는 이유 중 하나가 지나친 학벌주의입니다. 한국의 대통령 중 3명은 상고 출신입니다.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옛날 상고는 지역 수재들이 가는 학교였어요. 머리는 좋지만 가난한 집안의 자녀가 상고에 갔지요. 즉,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대통령까지 할 수 있는 나라가 한국이었어요. 모두가 평등했던 환경에서 학벌이라는 새로운 계급이 나타납니다. 김누리 교수는 한국 사회의 학벌주의를 타파하는 것이 헬조선 탈출의 지름길이라 말합니다. 경쟁 교육에서 탈피해야 하는데요. 서구의 68혁명이 그러했듯 젊은 세대가 주도해서 세상을 바꿔야 한다고요. 

‘역사를 돌아보면, 인류의 역사는 해방의 역사였고, 모든 해방은 자기해방이었습니다. 흑인해방은 흑인이 이룬 것이고, 여성해방은 여성이 거둔 것입니다. 지금 우리의 현실을 보면 어른들이 단합해서 학생들을 노예 상태로 묶어놓고 있는 형국입니다. 저는 학생들이 우리 사회의 ’마지막 노예‘라고 생각합니다. 유럽과는 달리 아직도 해방되지 않은 노예지요. 그래서 어린 학생들을 볼 때마다 미안한 마음을 떨칠 수 없습니다. 이제 한국의 청소년들도 자신의 노예 상태에 대해 정치적 자각을 해야 하고, 자신들을 옥죄고 길들이는 학벌 사회에 저항해야 합니다.’

(162쪽)

서구 사회의 68혁명을 보니, 젊은 세대가 주축이 된 혁명은 세상을 바꿀 수 있습니다. 불행은 당연하지 않아요. 노예의 삶이 당연하다고 여기는 노예는 계속 불행하겠지요.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에서 김누리 교수님의 강연을 보고 우리 사회의 핵심을 찌르는 문제 제기에 책을 주문했습니다.


강연도 좋지만, 책을 통해 깊은 생각을 배울 수 있었어요. 독일 유학을 다녀온 교수님이 프롤로그에 남긴 글이 있어요.

‘막상 독일에서 만난 것은 너무나도 다른 세상이었습니다. 그건 엄청난 충격이었지요. ’내가 바라보던 하늘이 전부가 아니었구나.‘ 제가 우리 사회를 다시 보게 된 것은 아마도 이때부터인 것 같습니다. ’우리의 불행은 당연한 게 아닐지도 몰라‘라고 생각하기 시작한 거지요. 우리가 당연시한 많은 것이 여기서는 잘못된 것, 부조리한 것, 정의롭지 못한 것이라고 여겨지고 있었으니까요.
오랫동안 우리를 고통스럽게 했던 많은 것들이, 그러나 우리가 마치 ‘자연의 이치’인 양 아무런 저항 없이 받아들였던 것들이, 독일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학교에서의 경쟁도, 등수도 없었고, 죽도록 매달리는 대학 입학시험도, 학비도, 서열도 없었습니다.‘

우리의 불행이 당연하지 않다는 깨달음에서, 희망이 보입니다. 

이제는 아이들에게 불행을 강요하는 대신 행복해지는 방법을 가르쳐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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