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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로 즐기는 세상

도덕적으로 완벽한 삶의 예찬

by 김민식pd 2011. 12. 17.
최근 블로그에 남겨진 어린 친구들의 비밀 댓글을 읽으며, 많이 안타까웠다. 원하는 대학에 가지 못해서, 원하는 학과에 가지 못해서, 원하는 직장에 가지 못해서, 다들 힘들어하는데, 뭐라 위로하거나 충고할 말이 없었다.  
 
다른 이들은 청춘들에게 어떤 충고를 건넬까? '책 읽는 청춘에게'라는 책을 뒤졌다. 대학생 저자들이 스무명의 멘토를 찾아가 그들의 청춘에 대해 들어보고 청춘필독서를 추천받는 얘기다. 우석훈, 박원순, 노희경, 홍세화를 비롯한 멘토 중에는 내가 존경하는 최문순 선배가 있었다. 최문순 선배는 MBC 노조위원장 출신 최연소 사장을 역임하고 지금은 강원도지사로 일하고 계시다.

최문순 선배는 20대 청춘들에게 칸트를 권했다. '별이 총총한 하늘 아래 약동하는 자유'라는 책인데, 어렵기로 악명 높은 철학가 칸트의 책들에서 핵심 사상만을 정리한 책이란다. 음... 약간 실망이다. 가뜩이나 바쁘고 힘든 청춘들에게, 골치 아픈 칸트를 권하다니, 너무 한가한 주문 아닌가? 좀더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답을 주셔야 하지 않을까? 그러나 최문순 선배는 이렇게 얘기한다.

"처음 이 책을 읽으면 너무 이상적인 얘기가 아닌가 싶지만 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의외로 많은 것들이 도덕성 결여에서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최문순은 미국 발 금융 위기를 예로 들었다. 능력이 부족해서 금융 위기가 생긴게 아니라 윤리와 도덕이 부족했기 때문에 생긴게 금융위기다. 부도덕한 자들이 끝없이 생기는 욕심을 제어하지 못해, 거품임을 알면서도 사람들을 현혹시킨 것이다. 부도덕한 자들의 탐욕이 지금의 세계 경제 위기를 초래한 것이다.

"칸트는 '인간은 어떠한 이유로든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인간은 오로지 목적이 되어야 한다.'라고 했습니다.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도 이와 같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 모두가 귀중한 존재이기 때문에 사람은 목적 자체로 인정을 받아야 합니다." 

최문순 선배는 지난 몇년간 경제적 이윤을 내세워 인간의 존엄성을 짓밟은 시대의 역행을 고발하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역행했던 것이 바로잡혔으면 합니다. 사람 하나하나가 귀하게 다루어지고 재능이 활짝 꽃피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아, 드디어, 스무살에게 들려줄 이야기를 찾았다.

스무살, 경쟁에서 이기기를 바라지 말고, 자신의 재능을 귀하게 여기시라.

그대가 하는 공부는 돈을 더 버는 수단이 아니라,
인간을 오로지 목적으로 여기기 위한 깨달음임을 알고,
능력보다 도덕을 가꾸기 위해 노력해야한다.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만들기는 어려워도,
부도덕한 사람이 세상을 망가뜨리기는 너무 쉽지 않은가?


ps. 혹시 글의 제목을 보고, 어떤 분을 디스(diss, 비난이나 폄하, 어원은 disrespect)하려고 쓴 글인가? 오해한 사람이 있다면... "어허! 난 그렇게 불충한 자가 아니외다!"   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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