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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로 즐기는 세상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

by 김민식pd 2011. 12. 21.
수능 끝난 고3, 언론사 공채 끝난 대학생 여러분, 
올 겨울, 무엇을 하면 좋을까? 일단 잘 놀고 볼 일이다.
망친 시험 성적 붙들고 있어봤자 의미 없다. 탈락한 원인을 두고 고민해봐야 시간 낭비다.
단 한번의 시험으로 인생을 결정짓는 교육 시스템, 이게 말이 되나?
그날 컨디션이 안좋을 수도 있고, 시험 문제 출제 경향이 예상과 다를 수도 있는데?
1000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는 언론사 공채, 이게 시험이냐? 로또지.
서류 전형이나 작문은 무조건 심사위원의 취향에 따라 당락이 결정된다.
수십년을 준비한 그대의 자질을 종이 2장으로 평가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미션 아닌가?
절대 시험 결과를 두고 자책하지 말라. 그대 잘못 아니고, 시스템 탓이다.

고민하지 말고, 좀 놀자. 그것도 무언가 몰입해서 미친듯이 놀아보자. 젊어서는 노는게 남는거다.

나는 학력고사 끝난 날, 나이트 클럽에 달려갔다. 그래서 춤을 추기 시작했다. 1980년대 후반, 이화여대 앞에 '콜로세움'이라는 나이트가 있었다. 나는 거기 단골이었는데, 친구도 없고, 애인도 없던 나는, 그곳에서 거울 보며 혼자서 춤을 췄다. 

춤에 미쳐 산 덕에 20대가 즐거웠다. 20대 후반, 지금의 아내와 사귈 때 일이다. 난 아내에게 스테이지 위에서 날아다니는 내 멋진 춤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런데 아내는 기겁을 하며 손사래를 쳤다. 나이트 크럽 같은데 가기 싫다고... 그러던 어느날, 내 생일이었다. 강남역에서 만나 저녁을 먹는데, 아내가 물었다. '오늘 선배 생일인데, 저녁 먹고 뭐하고 싶어? 오늘은 선배 좋아하는 걸로 해.' '저기... 나는... 너랑 춤 한번 추는게 소원이다.' '.......' 한참 난감해하던 아내가 말했다. '그래, 오늘은 선배 생일이니까...' 앗싸!!!

저녁 7시 반에 밥먹고 나오자 삼정호텔 뒤 고구령이라는 록카페로 향했다. 택시를 잡아타고 기사님께 "삼정호텔로 가주세요~"했다. 춤추러 가는게 마뜩찮은 아내가 앙탈을 부렸다.
"선배님, 그런 곳에 가기에는 지금 시간이 너무 이르지 않아요?" 
"그런게 어딨어. 땡기면 아무때나 가는거지."
"나, 그런 데 한번도 안 가봤는데... 좀 그렇다..."
"괜찮아. 오빠가 많이 가봤잖아. 넌 그냥 따라오기만 하면 돼."
"우리 꼭 거기로 가야해요? 그냥 다른거 하면 안될까?"
순간 버럭! "자꾸 왜 이러니, 오늘 내 생일이니까 나 하자는 대로 한다며!"
룸미러로 우릴 보는 택시 기사의 눈이 똥그래졌다. 그러더니 나를 나쁜놈 보듯이 흘끔흘끔 흘겨봤다. '저 아저씨, 왜 저러시지???'
나중에 내려서 우리의 대화를 복기해봤다... 내가 행선지를... 음... 그렇구나...ㅠㅠ

이제 나이들어 나이트 클럽은 가지 않는다. 하지만 요즘도 나는 괴로울 때 혼자 춤을 춘다. 연이은 밤샘 촬영으로 졸음이 쏟아질 때, 담배 피우는 10분간 휴식을 준다. 그때 나는 빈 세트장에 가서 이어폰 꽂고 레이디 가가의 'Just Dance'를 들으며 혼자 춤을 춘다. 누가 보면, '저 감독이 시청률이 안 나와서 드디어 미쳤구나' 하겠지만, 나는 그 순간 세상 모든 고민을 잊고, 다시 콜로세움의 날라리 청춘으로 돌아간다. 10분만 미친듯이 춤을 추고 나면, 졸음은 사라지고 다시 활력이 살아난다. 시침 뚝 떼고 다시 촬영장으로 돌아가며 외친다. "휴식 끝! 다음 씬 준비!"       

시험 끝난 그대여, 놀아라.
놀면서 몰입의 즐거움을 배워라. 
그렇게 생긴 활력으로 다시 도전하라.
20대는 삶의 기술을 배우는 시간이다.
내가 봤을 때, 평생을 가는 가장 중요한 삶의 기술은, 잘 노는 노하우다. 
그래야 힘들 때 방전된 밧데리를 급충전할 수 있다. 
몰입의 즐거움, 잘 놀고 볼 일이다.

노세, 노세, 젊어서 놀아, 늙어지면 못 노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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