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독하는 비결? 책에 대한 무한애정이다. 책을 좋아하니, 책을 소개해주는 책도 좋아한다. 독서의 지평을 넓히는 좋은 방법이니까. 책 권하는 책 몇 권 소개한다.

1. 청춘의 독서 - 유시민
내가 유시민이라는 이름 세자를 기억하게 된 것은 대학생때 읽은 '거꾸로 읽는 세계사' 덕분이다. 1988년 당시 시대상황을 생각해보면 정말 놀라운 책이다. 세상을 보는 나의 시선을 한순간에 확 넓혀준 책이다. 젊었을 때 읽은 책을 중년이 되어 다시 읽으면 어떨까? 그에 대한 유시민식 답변이다. 자신의 청춘을 만들어온 책을 다시 읽고, 이 시대의 청춘에게 권한다.


2. 철학이 필요한 시간 - 강신주
내가 강신주에게 주목하게 된 것은 '김어준의 색다른 상담소' 덕분이다. 일상의 소소한 고민을 철학자의 시선으로 풀어주는데 대중적인 화법이 아주 뛰어났다. 아, 저 문제를 저렇게 볼수도 있구나. 무학의 통찰을 자랑하는 김어준 총수와도 달랐고, 어려운 이론만 늘어놓는 여타 철학자와도 달랐다. '철학이 필요한 시간'에서 소개하는 책은 직접 사다 읽기에는 어려운 책들이다. 그러나 저자가 쉽게 풀어놓은 대목으로도 고전의 지혜를 쉽게 접할 수 있다.
 
3. 책을 읽을 자유 - 이현우
나름 책을 좀 읽는다고 자부하지만 로쟈 이현우 선생의 서평집을 볼때면 기가 죽는다. '책장을 갉아먹고 사는 책벌레에게 책이 맛없어질 때보다 더 끔찍한 순간은 없지 않겠는가.' 표지에 나오는 말이다. 책 권하는 독서가들의 책을 읽을 때 주의할 점. 이 분들은 다 책읽는 프로들이다. 너무 기죽지 말라. 우리가 그 많은 책을 다 봐야할 의무 따위는 없다. 그냥 핵심만 뽑아 쉽게 풀어쓴 당의정 엑기스만 즐겨도 된다. 야
구공 수백번씩 안 던져본 사람도 프로야구 즐길 수 있다. 프로 독서가의 독서법, 관전만해도 된다. 직접 수백권을 다 읽을 필요는 없다.

4. 책은 도끼다 - 박웅현
고려대 신문방송학과를 나와 제일기획에서 광고인으로 일한 저자의 약력에서 알 수 있듯, 이 책은 창의성을 고민하는 사람에게 '인문학은 아이디어의 보고'라고 가르친다. 우리 시대가 겪고 있는 모든 위기의 해법은 인문학에서 찾을 수 있다. 마찬가지로 창작의 괴로움에서 그대를 구원할 수 있는 것 역시 인문학이다. 

그외에도 책 속에서 답을 구하는 책들은 많다. 
딸을 위한 응원의 메시지를 책에서 찾는 공지영의 산문집,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에서, 
경영에서 필요한 통찰의 힘을 인문학에서 찾는 책.
'인문의 숲에서 경영을 만나다' -정진홍-까지,
 
그대가 어떤 문제에 부딪히든 답은 책 속에 있다.

나 역시 연출로 살며 답이 보이지 않을 때는 책에서 답을 구한다.
'철학이 필요한 시간'에 나오는 맹자의 '진인사대천명'.
시청률에 목매는 방송 PD들에게 꼭 필요한 말씀이다.
'최선을 다한 후, 하늘의 천명을 기다린다.'
그렇다. 사람의 도리는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진정 최선을 다했다면, 하늘이 내리는 운명을 겸허하게 받아들일 줄도 알아야 한다.

드라마를 밤새어 찍는 것은 나의 도리이고, 시청률이 부진할 수도 있는 것이 사람의 운명이다.
이건 대중을 상대로 하는 연출자가 가져야할 자세인데, 어찌보면 세상사가 다 그렇지 않은가?
1000대 1의 경쟁을 뚫어야하는 MBC 신입사원 공채 지망생들에게도 들려주고 싶은 얘기다. 
1000명 중 999명에게 닥치는 운명이라면, 겸허하게 받아들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시라.

더 많은 이들에게 기회를 나눠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 뿐이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내게는 이것이 최선이다. 
피디 지망생을 위한 추천도서를 찾아보고 책 속에서 답을 구하는 것...

그대들은 그대들의 최선을 다해달라.
그런 다음 우리는 천명을 기다려야하지 않겠는가.   
  

 
       


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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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정유진 2011.11.16 09:2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젯밤 기자 2000번 넘었단 소식에 좌절찍었는데, 이 아침 위로받네요. ㅎㅎ 수업마치고 오늘은 열람실대신 자료실에 가야겠어요.

  2. MYMBC 2011.11.16 09:4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침에 이 곳에 와서 위로를 받고 가네요. 어제 원서 접수를 하고 나서 이번에 드라마PD는 1명 뽑는다는 소식을 듣고 한숨만 나올 뿐 마음이 편치 않더라구요. 예능은 3이나 뽑는다는데 왜! 이러면서요^^; 늘 좋은 말씀 담아주셔서 PD님과 같은 꿈을 꾸는 저같은 사람에겐 작은 위로와 희망을 얻고 갑니다. 감사해요~

  3. 쏘옹지이! 2011.11.16 23:2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언제나 힘내라고 다독여 주시고, 위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김피디님!! :D

  4. 민정 2011.11.17 00:5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청춘의 독서, 올해 초 불안한 마음에 극에 달할때 읽었던 책이예요. 유시민씨, 생각보다 낭만적인 분이라는 생각했었는데 역시나 여기에도 있네요^^

    • 김민식pd 2011.11.17 19:2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생각보다... 라는 말이 와닿아요. 진중권도 그렇고 유시민도 그렇고, 차갑다는 오해가 많은것 같아요. 사람에 대한 애정이 뜨거운 분들인데.^^

  5. 민정 2011.11.22 17:1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국회의원 시절 그를 취재했던 <한겨레> 김의겸 기자는 유시민을 가리켜 비등점이 낮은 사람이라고 묘사했다. 남들은 100도에 끓는데, 80도만 돼도 부글거린다는 뜻이다.

    그를 오래 알아온 도서출판 돌베개의 한철희 대표는, 살면서 주어진 시대적 상황을 한복판에서 돌파하다보니 정치계에 입문했고 냉혹한 공격이 일상인 환경에서 더욱 날선 캐릭터로 보이게 된 경우라고 말했다.

    유시민에게 귀기울이며 나는 드라이아이스를 생각했다. 냉랭하지만 손을 대면 불꽃처럼 뜨겁고, 녹아 흐르느니 연기가 될 사람.

    //피디님 댓글을 읽다가 문득 예전에 씨네 21에서 김혜리가 만난 사람의 유시민씨 인터뷰 한 부분이 생각나서 긁어왔습니다ㅎㅎ 청춘의 독서...다시 읽어봐야겠는데요^^

  6. 현경 2011.11.26 21:4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감독님 리얼리스트가 되려고 노력하지만 가슴속에 불가능한 꿈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청춘 현경이라고 합니다. 항상 블로그 구경만 하다 첨으로 글을 씁니다. ㅋㅋㅋ 제가 레포트로 책도둑이라는 책을 읽게 되었는데, 혹시 보셨는지요? 안보셨다면 책을 좋아하시는 감독님께서 좋아하실 것 같아 추천해 드리려구요 ㅋㅋㅋ 주제넘게도 말이죠..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