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MBC 신입 사원 공채를 맞아, 특별 보충 수업 시작~

예능 PD의 자질과 품성에 대하여 태그매치 종합편...

1. 잘 웃기는 사람 vs. 잘 웃는 사람
'예능 피디는 사람을 잘 웃겨야하나요?' 방송 특강에 갔더니 누군가 던진 질문이다. 사람을 잘 웃기는 예능 피디가 많은건 사실이다. 하지만 반드시 잘 웃기는 사람만이 예능 피디가 된다는 보장은 없다. 왜? 우리는 코미디언이 아니라 피디니까. 개그 콘서트 피디의 역할은 하나다. 코미디언들이 짜온 개그를 보고 웃기는지, 안 웃기는지 판단해주는게 그의 일이다. 우리가 웃길 필요는 없다. 

예능 피디는 잘 웃기는 사람보다 잘 웃는 사람이어야한다. 송창의 선배나 김영희 피디님은 늘 촬영장이나 회의실에서 자지러질듯이 웃는다. 피디의 웃음 소리가 방송에 나갈때도 많다. 하지만 NG는 아니다. 피디가 잘 웃으면, 작가도 MC도 더 힘이 난다. 결국 예능 피디란 웃음에 대한 애정이 있는 사람이다.  

2. 머리 좋은 사람 vs. 체력 좋은 사람
'남자셋 여자셋'을 만든 송창의 선배님은 늘, '대본은 머리로 쓰는 게 아니라 엉덩이로 쓰는거다.'라고 말하셨다. 반짝이는 아이디어? 필요하다. 하지만 일일 시트콤을 3년씩 한다는 건, 1년에 200편씩 시트콤을 만드는 일이다. 반짝이는 아이디어 열 개, 백 개가 아니라 수천개가 필요한 직업이다.

결국 피디는,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내놓기보다, 작가들에게 더 재미난 아이디어를 내놓으라고 채근하는 사람이다. 밤12시가 되어 졸린다고 포기하면 답이 없다. 시트콤은 대본이 재미없으면, 촬영도 재미없고, 결국 편집해도 재미없다. 버라이어티 편집 역시 마찬가지다. 수많은 카메라에 담긴 다수의 출연자의 표정을 패스트로 뒤지고, 슬로우로 다시 보고, 자막으로 연결하고... 오랜 밤샘 편집으로 다듬어야한다. 체력이 관건이다. 그렇다고 무식하게 힘센 사람을 원하는게 아니다. 근력보다 지구력이다. 그리고 지구력은 열정에서 나온다. 열정을 가진 이만이 밤샘 편집을 견뎌낸다.

3. 준비가 완벽한 사람 vs. 임기응변에 강한 사람
드라마는 통제된 환경에서 촬영이 이루어진다. 주어진 대본과 전문 연기자와 함께 세트에서 하는 촬영... 모든 것이 연출의 통제 하에 있다. 하지만 버라이어티 연출은 다르다. 일밤에서 '러브하우스'를 연출 할때, 내가 아무리 준비를 해가도 항상 현장에서는 예상외의 사건이 터졌다. 독거 노인 할머니를 위해 새로 지은 집을 '짠!'하고 공개했는데, 할머니의 표정이 떨떠름하다... 현장의 모든 스탭은 패닉한다. 엠씨도 패닉한다. 다들 피디인 내 얼굴만 본다. 어떡하지? 다시 장막을 올리고, 할머니에게 '와!'하고 좋아하는 연기를 부탁하나? 아니면 뒤에 안방을 공개했을때 화장대를 보고 '어머나, 세상에!'하며 좋아하는 모습을 가져오나? 다시 촬영할까? 편집으로 극복할까? 매순간 예능 연출은 결정을 내려야한다. 

(집을 통채로 감싼 저 장막, 새로 설치하는데 30분이다...)

매주 새로운 미션이나 새로운 장소를 찾아 떠나는 버라이어티 쇼가 대세다. 매주 새로운 환경에서 촬영을 해야한다. 언제나 돌발 변수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예능 피디 면접에서 지원자를 당혹스럽게하는 질문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 있다. 피디는 항상 유연한 사고력을 가져야한다.

4. 선비 vs. 딴따라 
예능 피디가 되겠다는 건 스스로 딴따라가 되겠다고 선언하는 거다. 코미디는 흔히 부정적인 표현으로 쓰인다. '그 친구 완전 코미디야.' '걔는 인생이 개그라니까.' 이건 비난이다. '그 사람 인생, 완전 드라마야!' '한편의 다큐라니까. 감동적이지.'는 칭찬이다. 

15년전 예능 피디가 되었을 때, 교양이나 드라마 피디는 선비나 예술가인데 비해 나는 딴따라라는 생각이 있었다. 뭐, 어때? 난 딴따라가 좋은데. 그런데 시대가 바뀌었다. 요즘은 예능이 대세다. 딴따라? 맞다. 하지만 허세 충만 선비보다는 유쾌한 딴따라가 낫다. 그리고 무엇보다 방송사에 가장 돈을 많이 벌어다주는 장르가 예능이다. 무한도전을 보라. 주말 재방에 케이블 3방, 4방까지... MBC 최고의 효자 프로그램이다.

잘 키운 딴따라 하나, 열 선비 먹여살린다. 
여러분도 자부심을 갖고 예능에 지원하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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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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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윤PD 2011.11.10 19:4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글 감사합니다. 절치부심해서 자소서에 엑기스만 모아모아 어렵기로 소문난 첫 관문을 들어가야겠네요.
    그런데 진짜로 위에서 말씀하신 러브하우스 상황이 진짜였다면 PD님의 선택은 어땠을 지 궁금하네요. ㅎ
    저라면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 다시 가자고 우겼기겠지만... 30분이나 걸린다니..
    그냥 할머니 눈을 가려서 게릴라콘서트 형식으로 해야하면 되려나...
    아웅 진짜 백명의 시선이 내 입에 꽂힌다면.... 침을 질질 흘리면서 바보같은 표정을 지을지도...

    • 김민식pd 2011.11.12 07:1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네, 저도 가끔 촬영도중 아주 난감한 상황이 생기면, 그냥 해맑게 웃고 있습니다. '난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 지금 저 멀리서 누가 날 부르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