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소개서 재미나게 쓰는 법' 2편이다.

재미난 자기소개서? 첫문장으로 낚아야 한다.

재미난 소설과 드라마는 다 첫 문장, 첫 장면으로 대중을 유혹한다. 올 상반기 베스트셀러, 소설 '7년의 밤'은 이렇게 시작한다. "나는 내 아버지의 사형집행인이었다." 요즘 최고 인기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의 첫 장면은 세종을 시해하려는 주인공 장혁의 현란한 암살 시도로 시작한다. 아니 장혁은 분명히 드라마 주인공일텐데, 왜 역사상 최고 성군인 세종을 시해하려는거지? 

재주있는 이야기꾼은 첫 문장을 세게 질러 상대를 유혹하고, 그 이후 뒷수습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간다. 물론 초반에 세게 지르고 뒷감당이 안되면 말짱 도루묵이다. 수습을 어떻게 하느냐가 진짜 재능이다. 하지만 뒷수습하기 어려울까봐 슬금슬금 평이한 얘기로 시작하면 아예 눈길조차 끌 수 없다. 일단 저질러라. 그리고 최선을 다해 수습해라.

나의 자기소개서 첫 문장은 이랬다. "나는 어려서 늘 왕따였다." 따돌림 당한게 무슨 자랑이야? 자랑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눈길은 끈다. 자기소개서란 기본적으로 자랑질이다. 난 반대로 자학으로 시작했다. 못생긴 외모 때문에 왕따였노라, 그래서 책이 어린 시절 최고의 친구였노라고 썼다. 혼자서 영어책을 읽다 영어를 공부했다고, 독학한 영어로 통역대학원도 갔다는 자랑질도 끼워넣는다. 마지막에는, 내게 PD의 기회를 주면, 그동안 읽은 수많은책을 녹여내어, 시청자들에게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드리겠노라 썼다.

(우리집 거실에는 TV가 없다. 그 자리에 서가가 있다. 책과 더불어 사는 삶, 나의 꿈이다.)

나의 경쟁력은 나의 치열한 독서 습관이다. 하지만, '독서가 취미라 매년 책 200권을 읽습니다.' 라고 쓰면 재미없다. '뿌리깊은 나무'도 그냥 성군 세종의 삶을 재조명해서는 재미가 없었을 것이다. '공주의 남자'의 소재인 수양대군과 김종서의 반목만 해도 숱하게 사극에 나온 이야기다. 그러나, 아비의 원수를 갚기 위해 세종을 암살하겠다고 결심하는 주인공이 있고, 수양대군의 딸과 김종서의 아들이 사랑에 빠지는 설정이 있다면 흔한 이야기는 새롭고 더욱 재미난 이야기로 거듭날 수 있다.  

면접이나 자기소개서는 자기고백이 아니다. 스토리텔링이자 마케팅이다. 더 재미나게 이야기하라. 더 매력적인 상품으로 포장하라. 

드라마 시청자가, '1회는 재미없는데, 2회부터 재밌어지겠지?'하고 기다리지는 않는다. 재미없으면 바로 채널 돌아간다. 자소서 역시 마찬가지다. 첫 문장으로 낚아라.

자기소개서 쓰는 법에 대해서는, 예전에 쓴 글도 참고하시길~
2011/08/01 - [공짜 PD 스쿨] - 자기소개서 재미있게 쓰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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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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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Crystal 2011.11.02 11:5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와 진짜책장에책이빼곡히있네요^*

  2. 김효진 2011.11.02 19:3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자기소개서에 저도 제목을 많이 다는 편인데요. 한 눈에 들어올만큼 임팩트있는 문장 하나 만들기가 정말 힘든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런 문장을 만들 수 있다면 자소서의 반을 완성한 것이나 마찬가지겠지요?*^^*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글이었습니다.

  3. 손빵 2011.11.03 07:1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유용한 지식 잘 얻어갑니다
    저 책장보다가 제 책장 보니 잠시 부끄러워 지네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4. 110호 2011.11.15 21:2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늘도 역시 잘보고가요 ㅠㅠㅠㅜㅜ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