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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 PD 스쿨

자신만의 길을 만드는 법

by 김민식pd 2011. 11. 12.
'!느낌표'를 연출할 때, 다니엘 헤니와 필리핀 출장을 간 적이 있다. 촬영을 위해 마닐라에서 다시  비행기를 타고 들어가는 시골 섬마을에 갔다. 도착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니 다니엘이 사라져 스탭들이 난리가 났다. 필리핀의 시골은 영어도 안 통하고, 갈만한 곳도 없는데 어디 갔지? 1시간 후, 그는 땀에 흠뻑 젖은 차림으로 돌아왔다. 

다니엘 헤니는 어디를 가든 새벽에 일어나 2시간씩 달리기를 한단다. "이렇게 난생 처음 온 곳에서 그러다 길 잃으면 어쩌려구?" "길을 따라 직진으로만 계속 달리고, 한 시간이 되면 다시 반대로 돌아오면 됩니다." 그의 대답에 나는 무릎을 쳤다. '그렇구나, 길을 모를때는 한 방향으로만 달리면 되는구나.'

직업상 잘생긴 남자 배우들과 일을 많이 하지만, 그들의 잘난 외모는 별로 부러워하지 않는다. 그건 그냥 타고 난 거니까. (흥! 핏! 쳇!) 그런데, 다니엘을 만나고 나니 몸 좋은건 부러워해야겠더라. 그건 노력의 결과니까, 칭송받아 마땅하지 않은가. 


블로그에 글을 쓰며, 내가 어린 친구들에게 너무 많은 것을 주문하나? 하고 반성할 때가 있다. 피디를 꿈꾼다면, 책을 100권을 읽어라, 배낭여행을 다녀라. 연애를 하라. 영어를 공부하라... 가뜩이나 경쟁에 찌든 이들을 힘든 삶으로 몰고 있나? '이 모든 것을 다 하면 피디가 되나요?' 글쎄... 난 피디가 되기 위해 이 모든 걸 한게 아니다. 난 그냥 좋아서 책을 읽고, 좋아서 여행을 다니고, 좋아서 연애를 하고, 좋아서 영어를 공부했다. 그러다 좋아서 피디가 되고 싶었을 뿐이다. 그런 내 자기소개서를 읽고, 좋아하는 일에 저렇게 최선을 다한다면 피디도 잘하겠지, 하고 선배들이 기회를 준 것 뿐이다.

다니엘 헤니도 마찬가지다. 그는 연기자가 되고 싶어 몸을 만든게 아니다. 그냥 운동이 좋아서 열심히 했을 뿐이다. 그러다 우연히 만난 피디가, '저렇게 성실하게 운동하는 친구라면, 연기를 시켜도 성실하게 잘 하겠구나,' 믿어준 것 뿐이다. 
   
당신의 꿈이 무엇이든, 매일 매일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해라. 무엇이든 하루도 거르지 않고 꾸준히 할 수 있다면, 길은 절로 만들어진다.   

당신이 걸어온 길이 무엇이냐고 누군가 물어온다면, 제자리에 서서 손가락으로 방향만 가르키지 마라. 당신이 걸어온 발자취를 보여주라. 하루 한 걸음씩 또박또박 걸어온 발자욱이 향하는 곳, 그곳에 당신의 꿈이 있다고 말해줘라.  

자신의 목표를 분명히 밝히는 사람에게, 세상은 길을 양보하는 습성이 있다.

자신만의 길을 만드는 법, 간단하다. 부지런히 걷는 것이다. 도대체 길이 어디인지 모를때, 주저앉지 마라. 한 방향으로만 쭈욱 걸을 수 있다면... 그대의 발자욱 위로 그대가 가는 길이 보일 것이다. 

(MBC 신입사원 공채 자기소개서를 쓰느라, 다들 고민이 많은것 같다. 그런 분들을 위해 쓴 글이다.
자기소개서를 보면, 다들 입사하면 이런저런 프로를 연출하고 싶다고만 쓴다.
중요한건 그런 방송을 만들기 위해 그대가 이제껏 해온 노력이다. 
그대가 가리키는 방향은 길이 아니다. 그대가 걸어온 발자취를 보여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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