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북바이북에서 '2018 독서일기'라는 제목의 강연을 했습니다. 그날 질의 응답 시간 중에 '남편이 직장 생활하면서 슬럼프에 빠져 힘들어하고 있어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라고 물으신 분에게 책을 권했어요. <일하는 마음> (제현주 / 어크로스)
어떻게 하면 일을 더 잘 할 수 있을까요? 다른 분의 경우는 모르겠지만, 저의 경우, 일이 잘 풀리지 않으면 일을 멈추고 잠시 생각해봅니다. 어떻게 하면 더 잘 할 수 있을까? 답이 떠오르지 않으면 책을 찾아보기도 하고요. 그래도 답이 안 나오면 그냥 나가서 걷거나 자전거를 타며 좋은 풍경을 보고 바람을 쐽니다. 머리가 안 풀리는 건, 몸이 굳어서 그런 탓일 수도 있어요.
"대개 배움의 열쇠는 애쓰는 것이 아니라 멈추어 명료하게 생각하는 데 있다. 즉, 당신이 늘 하던 방식대로 행하는 것을 멈추는 것이 배움의 비결이라고 할 수 있다." (...)
"결과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 실패의 보증수표" (...)
결과가 아니라 그것에 이르는 '방법'에 오롯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위의 책 39쪽)
목차만 봐도 깨달음이 오는 느낌입니다.
1. 다시, 일을 보다
2. 어느 쪽이든 선택하기
3. 단단한 몸에서 단단한 마음으로
4. 아주 개인적인 동기부여
5. 좋은 일을 하는 좋은 사람
6. '우리'를 떠올릴 수 있어서 가능한 것들
다양한 인생 경로를 탐험한 모험가 답게 제현주 작가는 선승의 화두같은 글을 씁니다. 정확하게 핵심을 찌르는 충고가 많아요. 저자는 스키를 즐겨 탄답니다.
나는 내가 갈 수 있는 데까지 가보고 싶다. 매일 스키를 탈수록, 어제보다는 몰라도 작년보다는 오늘 스키를 더 잘 타게 되었다고 느낀다. 실은 꼭 그렇지 않아도 괜찮다. 매일 아침 슬로프의 첫 런에서 부족한 점을 발견하고, 그날의 마지막 런까지 조금씩 고쳐나간다. 산은 아름답고, 공기는 맑다. 나만 알고 있어도 충분한, 자기완결적 우주가 여기에 있다.
(106쪽)
한 가지 취미에 빠져본 사람이 일에도 빠지고 사랑에도 빠집니다. 건성건성 발끝만 담그기만 해서는 몰라요. 머리끝까지 푹 빠져봐야 해요. 20대에 영어 공부에 푹 빠지고 느꼈어요. '남들은 힘들다는 영어 공부가 왜 나는 이토록 즐거울까?' 초반에 힘든 고비를 넘긴 덕분이지요. 영어가 아니면 먹고 살기 힘들다는 간절함 덕에 힘든 암송 공부를 견뎠고, 어느 단계를 넘어가니 즐겁더라고요. 영어책을 외우는 모습을 보며 주위에서 그랬어요. '넌 왜 그렇게 영어를 힘들게 공부해?' 공부에는 그런 시기가 필요해요. 일도 비슷합니다.
CBS <김현정의 뉴스쇼>를 진행하는 김현정 PD는 "필요 이상을 쏟아 붓는 시기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2017년 여름 롤링다이스에서 기획했던 '여성의 일 새로고침' 연속 강연에서 한 청중이 "저는 미래 걱정까지 가기도 전에 당장 일을 잘 못해서 문제입니다. 어떻게 하면 일을 잘할 수 있을까요?"라고 물었다. 김현정 PD는 처음 시사 프로그램을 진행했을 때를 회고했다. 10분 짜리 인터뷰를 위해 밤을 꼬박 새워가며 준비했다고 한다. 그런 시기를 지나고 보니 어느 순간 웬만한 주제는 한 번씩 파고든 적이 있는 것이더라고 했다. 그렇게 자신도 모르게 내공이 쌓였고, 이제는 밤을 새워 준비하지 않아도 비슷한 수준의 인터뷰를 할 수 있게 되었다고. "제가 (앞서) 100만원 받는다고 100만 원어치만 일하지 말라고 그랬잖아요. 작은 일을 크게 해보세요. 어느 순간 내공이 쌓여서 큰일을 하는 데도 고생은 작은 날이 올 겁니다."
(171쪽)
요즘 블로그에 많은 공을 들이며 삽니다. 블로그 글감을 구하기 위해 매일 새로운 책을 찾아 읽고, 매년 새로운 여행지를 찾아 다니고, 매번 새로운 경험에 도전합니다. 퇴직 후 전업작가를 꿈꾸는 저로서는, 이게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평생을 책을 읽고 깨달았어요. 세상에는 정말 좋은 책들이 많고, 좋은 저자들이 많다는 걸. 감히 그들의 영역에 발을 들여놓기 위해서라면 나도 최선을 다해야 할 것 같아요.
직장에서 일을 하며 어려운 상황을 맞닥뜨릴 때가 많습니다. 둘 중 하나에요. 일에 '재미'가 없거나, '의미'가 없거나. 그냥 돈 벌기 위해 인생을 소모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 힘이 들어요. 일을 왜 하는가. 저는 3가지를 추구합니다. 첫째 좋아하는 일을 찾고, 둘째 그 일을 열심히 해서 잘 하도록 노력하고, 셋째, 좋아하고 잘 하는 일로 세상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 '좋은 일을 하는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 저의 목표입니다.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일을 하는 것은 아니고, 더구나 특정한 누군가에게 좋은 사람이 될 필요는 없겠지만, 일을 잘한다는 것이 궁극적으로 더 좋은 사람이 되게끔 이끌어주지 않는다면, 굳이 일을 잘하려고 애쓸 필요가 있을까. 물론 '좋은 사람'이 된다는 게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사람마다 다른 방식으로 답할 수 있을 것이다.
(183쪽)
<일하는 마음>, 일을 더 잘하고 싶은 이들에게 권해주고 싶은 책이에요.
일을 보는 성숙한 관점부터
나를 성장시키는 현명한 태도까지
더 유능하고 가치 있게 일하기 위한 일의 철학
여러분의 '일하는 마음'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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