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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

놀아야 사피엔스다

by 김민식pd 2018. 3. 19.

한때 온라인 매체에 독서 칼럼을 연재하던 저는 늘 부끄러웠어요. 같은 지면에 이정모 관장님의 글이 실린 날은 더욱 그랬지요. '아, 나는 멀었구나...' 부족하다고 느낀 저는 칼럼 연재를 쉬면서, 매일 블로그에 글을 쓰며 다시 공부를 합니다. 공부는 늘 어려운데, 제게 좌절을 안겨주신 분께서도 엄살을 부리십니다.

이정모 관장님의 <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

이정모 관장님의 생산력은 정말 놀랍습니다. 여러 매체에 동시에 연재하면서도, 완성도나 밀도가 떨어지는 법이 없습니다. 이 분은, 필자들 기죽이려고 태어나신 분이 아닐까요? 이 분이 놀라운 건.... 글을 참 쉽게 쓴다는 겁니다. 과학이라는 어려운 소재를 가지고 참 쉽게 읽히도록 씁니다. 글쓰기가 쉬워지는 비결은 무엇일까요? 사명감도 그중 하나 아닐까요? 책 표지에 이렇게 나와있습니다.


'세상에 쉬운 게 어디 있겠습니까. 영어도 어렵고, 역사도 어렵습니다. 그런데 과학은 더 어렵습니다. 과학이 발달할수록 넓어지고 깊어지기 때문에 과학자라고 해서 다 알지도 못합니다. 이런 고백을 하는 이유는 과학을 포기하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과학의 기초 근력을 조금씩 기르다 보면 조금 더 어려운 개념들을 이해하게 될 것입니다.'


글쓰는 과학자로서 소명이 느껴지는 글입니다. 독자에게 과학을 쉽게 알리겠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글을 쓰는 게 느껴집니다. 

"앞으로 인공지능이 다 한다는데 그러면 인간은 무엇을 해야 하나요?" 책에 나온 김상욱 물리학 교수님의 말씀을 빌자면, "일은 인공지능에게 시키고 우리는 놀자"가 답입니다.


'이제 힘들고 복잡한 일은 인공지능과 로봇에게 맡기고 우리는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일, 바로 '놀이'에 매진할 일이다. 그렇다면 '놀이'의 핵심 요소는 뭘까? 왜 노는 게 그리도 즐거울까? 바로 '실패'가 있기 때문이다.'

(위의 책 48쪽)


과학자가 말하는 과학하는 즐거움은 실패에 있답니다. 계산이든 사고든 관찰이든 실험이든 과학자의 일상은 실패의 연속이라는 거지요. 실패에 좌절하지 않는 이유? 원래 과학은 실패니까요. 그래서 과학을 즐겁게 할 수 있다는 거지요. '꾸준한 실패와 우연한 성공의 즐거움' 이게 과학하는 자세요, 인생을 사는 자세가 아닐까요?


'놀면서 사회를 배우고, 스스로 규칙을 만들며, 위험을 감수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호모 사피엔스의 결정적 장점이다. 호모 사피엔스는 모든 동물 가운데 유년기가 가장 길다. 부모는 자식들을 오랫동안 돌봐야 하며 자식들은 성장하기 전까지 한참을 놀았다. 이에 반해, 네안데르탈인은 가능한 한 빨리 자라서 연장자의 자리를 채워야 했다. 그들은 유년기가 훨씬 짧았다. 유년기는 놀면서 배우고 사회성과 창의력을 개발하는 시기다. 네안데르탈인은 호모 사피엔스에 비해 인지능력이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21세기의 현대인은 성인으로 독립하기까지 지난 세기보다 훨씬 더 긴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유년기는 극히 짧아지고 있다. 놀면서 스스로 터득하고 위험을 감수하는 기회가 사라지고 있다. 네안데르탈인의 길을 걷고 있는 셈이다.' 

(위의 책 195)

한겨레 육아 칼럼을 쓰면서, 아이들에게 놀 시간과 자유를 줘야한다고 말하는데요, 이것이 호모 사피엔스의 장점이라니, 캬아아! 과학자의 말씀인지라 더욱 와닿습니다. 어려서는 잘 놀아야하고, 청춘의 시절엔 연애를 많이 하라고 권하는데요. 연애를 즐겨야할 이유가 책에도 나옵니다.

'종을 가리지 않고 모든 수컷은 암컷을 꼬시기 위해 이런저런 노력을 한다. 그러나 거의 대부분은 부질없는 짓이다. 지구에 살고 있는 수컷 가운데 죽기 전에 암컷 곁에 한번이라도 가본 개체는 전체 수컷 가운데 4%에 불과하다. 나머지 96%의 수컷은 평생 짝짓기 한 번 못해보고 생을 마감한다. 여기에 비하면 인간 남성은 정말로 복 받은 존재다.'

(위의 책, 221쪽)


모시고 사는 마님께, 더욱 충성을 바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 어려운 짝짓기를 제게 허락해주신 분이니까요. 과학책을 읽는 일이 이토록 재미날 줄이야! 세태 풍자와 과학 칼럼을 한 권으로 마스터하는 길이 여기에 있군요. 낄낄거리고 웃다 어느 순간, 박식해지는 기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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