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고 좋으면, 작가를 쫓아다닙니다.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라는 책을 읽고, 내부고발자라는 저자의 입장에 격하게 공감했고요. 그 책을 쓴 시간강사가 결국 대학 사회를 나와, 대리운전을 하며 산다는 이야기를 접했을 때, 저자의 선택에 응원을 보냈습니다. 그렇게 나온 김민섭 작가의 <대리사회>를 읽고 무척 반가웠습니다. 지금도 가끔 김민섭 작가의 페이스북을 보면서 근황을 살핍니다. 언젠가부터 김민섭 작가의 타임라인에 어느 소설가에 대한 이야기가 많아졌어요. 특이한 작가가 한명 있다고 하기에, 추천의 글을 읽고 소설을 사서 읽었습니다.


소설을 보면, 맨 앞에 김민섭 작가의 추천사가 나옵니다.


'김동식 작가의 글을 처음 읽은 건 2016년 어느 봄날이었다. 온라인 커뮤니티 '오늘의 유머'의 공포게시판에서 '복날은 간다'라는, 무언가 장난스럽기도 하고 (죄송하지만) 조잡한 필명을 가진 이용자가 올린 글을 읽었다. 아마도 그의 첫 작품인 <푸르스마, 푸르스마나스>였을 것이다. 그의 글은 묘한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재미있는 글을 읽었다'고 생각하고, 곧 그를 잊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 같은 게시판에서 이전보다 더욱 재미있는 글을 읽었고, 필명을 보니 '복날'이었다.

누구든 타인의 감탄을 자아낼 만한 글 한두 편쯤은 쓸 수 있다. 기발한 서사는 운으로든 실력으로든, 아니면 실수로든 적당한 우연과 필연이 섞여 어느 순간 탄생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러한 글이 열 편이 되고 스무 편이 된다면, 그에 더해 글이 더욱 좋아진다면, 거기서부터는 이야기가 달라지는 것이다. 김동식 작가는 계속해서 글을 썼다. 보통 2~3일에 단편 하나를 완성했고, 어느 날은 아침에 한 편, 저녁에 한 편을 올리기도 했다. 그의 열다섯 번째쯤 되는 단편 <회색 인간>을 읽으면서 나는 '재미있는 (글이 아니라) 작가가 탄생했구나'하고 깨달았다.'


1년 반 동안, 340편의 단편소설을 썼다는 얘기에, '이게 말이 돼?' 했어요. 저도 매일 글을 쓰긴 하지만, 이건 일기고요. 매일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낸다는 게 가능할까요? 3권의 김동식 작품집 중 제 1권인 <회색 인간>을 교보문고에서 산 후, 나머지 2권은 YES24에서 전자책으로 샀습니다. 지난 달 해외 출장을 다녀왔는데요. 크레마 (전자책 리더기)에 넣어가려고요. 비행기 기다리며, 혹은 숙소에서 조금씩 야금야금 아껴먹듯 읽었어요. 남은 분량이 점점 줄어드는게 아까울 지경이었어요.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환상특급>같은 드라마 연작 시리즈로 만들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중학교를 다니다 중퇴하고 서울에 올라와 주물 공장을 다닌 김동식 작가. 낮에는 뜨거운 주물 국자로 틀에 납을 붓는 일을 하고, 밤에는 인터넷 게시판에 올릴 글을 썼어요. 돈 한 푼 안 되는 일이지만 매일 매일 꾸준히 쓰지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공장에서 일할 때 나는 사회에서 빠져도 아무런 차이가 없는 부품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글을 쓰면 내가 주도적이 되고 기계에서 사람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엑스트라가 아닌 주인공이 된 것 같다. 바라는 것도 별로 없다. 내 글을 읽고 사람들이 재밌어하면 좋겠다."

(기사 원문) 

http://m.news.naver.com/read.nhn?mode=LSD&sid1=103&oid=009&aid=0004111481


이게 인터넷 글쓰기의 효용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그랬거든요. 지난 몇 년 동안, 송출실에 앉아 뉴스를 강제시청하면 저들의 노예가 된 것 같은데, 새벽에 일어나 책을 읽고 글을 쓰면 자유인이 된 것 같았어요. 심지어 그렇게 쓴 글이 다른 이들에게 도움이 되고 위안이 된다고 하면 얼마나 감사한지요... 

김동식 소설집, 강추입니다. 맛보기로 아래 브런치에 올라온 단편을 읽어보셔도 좋아요. 재미난 이야기를 읽으면서, 인생을 사는 방법에 대해 잠시 생각해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https://brunch.co.kr/magazine/bokn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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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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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보리보리 2018.03.20 06:5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없어져도 모를 대체가능한 부품 같다 하셨지만
    아무도 안하면 세상이 멈춰요. 고마운 존재~
    저도 유튜브 100일에 도전중에요
    완주할수 있도록 응원 부탁드려요~

  2. 섭섭이짱 2018.03.20 07:5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저는 이책 출판사 대표님 블로그에 신간소식을 보고 바로 구매했는데요. 작가에 대해 알게 되면서 대단분이라는걸 느꼈죠. 특히 작가는 무엇인가, 글쓰기는 무엇인지에 대해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죠.

    저도 이책 강추합니다.

    ———————————————————
    <저저와의 대담>
    https://youtu.be/lx56l7LltVk

  3. cyanluna 2018.03.20 08:3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작가와 책소개 감사합니다. 바로 읽어볼께요ㅎㅎ

  4. 2018.03.20 10:2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5. 정지영 2018.03.20 10:2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몇주전 저 신문에서 보고 바로 캡쳐 했어요.
    이렇게도 글 쓸 수 있구나, 이게 가능하구나.
    이분은 임계점 넘어 폭발했다 싶었어요.
    고마운 분과 재미난 책들이 많아 사는게 즐겁습니다. 오늘도 좋은 글 감사합니다.^^

  6. 아리아리짱 2018.03.20 20:2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pd님 아리아리!
    또 새로운 작가님의 세계로 초대 감사합니다!

  7. SORA 2018.03.21 21:2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책은 읽어도 읽어도 끝이 없고 안읽은 책이 더 많이 보여 점점 왜소해져 가는 느낌이네요.
    글쓰기 근육 키우기ing... ^^

  8. 진화쟁이 2019.12.18 22:2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책을 읽으며 이 작가님 뭐지? 창의력이란 뜻이 이런 거겠지라는 생각이 젤 먼저 들었어요.
    어쩜 이리 독특하면서도 재미도 꿀재미면서, 짧은 단편이야기 속에 강력한 메세지까지.
    천재작가인것 같습니다. 팬이 되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