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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

남다르게 살고 싶나요?

by 김민식pd 2018. 3. 12.

우리는 다들 남다른 삶을 살고 싶지만, 그게 쉽지는 않습니다. 용기가 나지 않거든요. 미래에 어떤 일이 닥칠지 모르니까. 용기가 나지 않을 땐 점의 힘을 빌립니다. 많은 것이 불확실하던 과거엔 점을 많이 봤지요. 런던 대영박물관에 가보면, 점성술을 빌던 과거의 유물이 많고요, 타이페이 고궁박물관에 가보면 거북 등껍질로 점을 친 흔적을 찾아볼 수 있어요.


저의 경우, 스물 다섯살 때 첫 직장을 그만두고 공부를 하려고 했는데요. 이때 점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당시 어머니는 제 여동생이 언제 시집가는지 궁금해서 데리고 점을 보러 갔어요. 나오는 길에 지나가는 말로 물어봅니다. "참, 얘한테 오빠가 하나 있는데요." 사주를 짚어본 역술인이 그럽니다. "응, 아들은 걱정하지 마. 지금 공부한다고 주먹 불끈 쥐고 있는데, 잘 될 거야." 어머니는 김이 팍 샙니다. "아니요, 아들은 지금 대학 졸업하고 직장 다니는데요?" 점쟁이가 고개를 갸우뚱하지요. "그럴 리가? 공부하고 있다고 나오는데?" 


그 다음주 주말에 제가 고향에 내려가 아버지 앞에 무릎을 꿇습니다. "아버지, 직장이 적성에 안 맞아서, 매일 저녁마다 학원다니며 공부하고 있는데요, 사표를 내고 본격적으로 대학원 시험을 준비하고 싶습니다." 아버지는 길길이 뛰셨지만, 어머니는 내심 반기셨어요. 제가 진로를 바꿀 수 있었던 건, 어머니의 지원 덕이 크고요, 궁극적으로는 그 용한 역술인 덕분이지요. 저의 사주팔자를 보면 이렇게 나옵니다. 


"하고 싶은 일은 다 하고 사는 팔자다. 꾸준함이 있으면 뜻하는 바를 이룬다."


저의 팔자를 믿고 무슨 일이든 겁없이 덤빕니다. 잘 안 되는 건, 아직 꾸준하지 않았다는 뜻이려니 하고, 다시 도전하지요. 


예전에 공부하러 다닌 남산강 학원에서 박장금 선생님을 만났는데요. 남산강학원에서 동의보감과 명리를 파고들어 '감이당의 주술사'로 불리는 분입니다. 그 분이 <다르게 살고 싶다>라는 책을 냈어요.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하는 당신에게 - 사주명리로 삶의 지도 그리기'라는 부제를 단 책입니다. 저자가 직장 생활 7년차쯤 되었을 때, 반복되는 업무 속에서 지쳐갑니다. 그래서 '인문 강좌-삶의 가치 재발견, 직장인을 위한 미학교실'이라는 수업을 듣는데요. 그때 수업중 나온 이야기가 마음을 흔듭니다.


'위대한 예술가는 그들이 남긴 작품 때문이 아니라 그 작품에 이르기 까지의 과정 때문에 위대한 거예요. 그들 역시 우리와 똑같이 고민하고 실패하고 절망하지만, 중요한 건 그다음이에요. 그 순간에 그들이 어떻게 삶을 긍정하는지, 어떻게 장애물을 뛰어넘는지를 배워야 해요.'  


(위의 책 21쪽)  

드라마 피디로 살면서, '다음 작품 언제 하세요?'라는 질문을 자주 듣습니다. 지난 7년간 연출 안하고 살았으니 어쩌면 PD로서는 실패한 인생이라고 볼 수 있지요. 좋은 작품을 만들고도 인생에서 실패하는 사람도 있고요. 또 이름을 날리지 못한 예술가 중에도 좋은 인생을 사는 사람이 있습니다. 진짜 예술은 인생이라 생각합니다.


라디오 프로 <잠 못 드는 이유, 강다솜입니다>에서 인생상담 코너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고시랑고시랑 솜디랑 떠드는 재미가 있는데요. 공력이 부족함을 느낍니다. 야매상담도 아무나 하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남산강에서 고미숙 선생님과 박장금 선생님에게 사주명리학을 배우고 싶어요. 다르게 살 수 있는 길이 거기에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이제까지 내가 살아온 방식과 전혀 다른 길을 찾을 수도 있어요. 사주명리를 배우고 제대로된 상담을 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책을 읽고 불끈 드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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