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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

독서로 인생을 바꾸는 법

by 김민식pd 2011. 10. 7.


1년에 100권을 읽자. 왜? 책 속에 길이 있으니까.
나는 왜 1년에 책 100권을 읽는가? 책 속에 드라마 PD가 되는 길이 있었으니까. 

추천도서 목록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독서의 동기부여라 생각한다. 여러분께, 내가 그동안 독서로 인생을 바꾼 경험담을 들려드릴까 한다. 독서로 인생을 바꾼다니, 자기 계발서 얘긴가 싶겠지만, 그렇진 않다. 말 그대로 책을 읽어 인생을 바꾼 이야기다.

어느 공대생이, 책을 읽다, 드라마 PD가 된 거짓말같은 이야기, 지금부터 시작~

1980년대 후반 대학을 다닐 때, 난 늘 미래가 불안했다. 특히 앨빈 토플러의 '미래 충격'을 읽고 더 그랬다.


토플러의 책을 읽고 느낀 점은, 내가 주로 살아가게 될 21세기는 20세기와는 다른 세상이라는 것이었다. 당시 공대생이었던 나를 뒤흔든 토플러 3부작. '미래 충격' '제3의 물결' '권력이동'. 산업혁명이 20세기를 바꾸었다면 정보 혁명은 21세기를 뒤흔들 것이다. 

 

지난 세상을 기준으로 앞날을 계산하는 건 바보짓이다. 당시 나는 공대를 다니고 있었다. 이유는? 1970년대와 80년대가 공업 중심 시대였고, 엔지니어가 가장 안정적인 직업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토플러의 책을 읽고 느낀 건, 과거의 기준이 미래에는 먹히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내가 살아갈 21세기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 될 것인데, 적성에도 맞지 않는 공부를 하며 끙끙거릴 이유가 어딨는가? 공학 전공을 버리고, 새로운 미래를 찾아 나서기로 했다. 그럼 무엇을 해야 할까? 답은 또 책 속에 있었다. 

존 나이스비트의 '메가트렌드'를 읽었다. '메가트렌드'는 글로벌 경제의 부상과 그 중요성을 역설한 책이다. 1980년대 말은 아직 세계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이었다. 토마스 프리드만의 역작, '렉서스와 올리브 나무'가 나온건 21세기 초다. 토플러와 나이스비트의 조언을 종합해보니, 21세기는 정보화 시대이자 국제화 시대가 될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변화 무쌍한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서는 영어 사용 능력과 국제 감각이 필요했다.

마이클 포터의 '국가 경쟁 우위론'을 읽고, 내가 남과 다른 경쟁 우위는 무엇일까를 고민하게 되었다. 그래, 영어다. 영어를 남보다 더 잘하도록 해보자. 요즘에야 영어가 필수 스펙이지만 1980년대 후반 당시에는 그렇지 않았다. 대학만 졸업해도 다 취업이 되던 시절이었으니까. 하지만 나는 언젠가 글로벌 시대가 오면 영어가 필요하리라는 믿음 하에 독학에 매진했다. 왜? 당시에는 유학이나 어학연수는 커녕 해외 여행 자유화도 되기 전이었으니까.

그럼 대학 졸업을 앞두고 내가 선택한 직장은? 바로 무역상사였다. 마침 1992년 유럽 배낭 여행을 통해 해외 여행의 꿈도 커졌다. 그래, 무역상사맨으로 세계를 주름잡으며 한국의 수출 역군이 되는거야!

인생이 책처럼 쉽게 풀리면 얼마나 좋을까? 현실은 전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분명히 미래 트렌드를 읽었다고 자부했건만, 현실은 제대로 읽지 못했다. 당시 나는 7군데 무역회사에 원서를 넣었다가 7군데 전부 1차 서류 탈락을 당했다. 당연하지, 무역 학과 전공자를 뽑는데 공대생이 응시했으니... 그것도 영어 공부만 하느라 전공 학점은 2.8이었으니...

당시 최고의 무역회사였던 삼성 물산을 찾아갔다. 삼성 물산은 그 해 공채가 없었고 특채만 했다. 삼성본관에 있는 그룹 인력개발본부를 찾아가 그 특채의 기준이 뭐냐고 물어봤다. "관련 전공 성적 우수자나 외국어 특기자입니다." 전공은 아니지만, 독학한 영어는 최고 수준이라고 우기며 나를 특채해 달라고 졸랐다. 담당자의 답변. "삼성은 구멍가게가 아닙니다. 그렇게 원칙 없이 사람을 뽑지 않습니다." 삼성 본관을 나서며 하늘을 우러보며 장탄식했다. "삼성이 천하의 인재를 잃는구나." (이건 삼국지에 나오는 방통의 대사다.^^ 난 누가 나를 거절하면, 절대 좌절하지 않는다. 그 사람의 운이 그 뿐이라며 안타까워할 뿐이다. 그렇게 사는 게 정신 건강에는 좋더라.)  

효성물산에 서류 접수했을 때의 수모는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자기소개서에 독학으로 영어 공부한 내용을 쓰고, 토익 성적서를 첨부했다. 그런데 접수하던 여직원이 자기소개서에 붙어 있던 토익 성적서를 떼어, 내가 보는 앞에서 휴지통에 버렸다. "아니, 그걸 왜 버리시죠?" "지정된 서류 외에는 접수 받지 않습니다."

믿거나 말거나, 그 시절에는 입사 전형에서 토익이 제출 서류가 아니었다. 그런 시절이었다. 결국 나는 당시 토익으로 입사 시험을 보는 몇 안되는 회사 중 하나에 지원했다. 한국 3M이라는 미국계 기업이었다. 필기 시험이 토익이었으니 당연히 응시자 전체에서 토익 성적 1등으로 입사했다.

인생이란 이렇게 아이러니하다. 한국 제품을 해외에 내다 파는 수출 역군이 되겠다고 영어를 공부했는데, 받아주는 회사가 없어, 결국 미국 제품을 한국에 수입해서 파는 회사의 국내 영업 사원이 된 거다. 

그게 인생이다.
내가 가고 싶어하는 곳에서 나를 받아 주지 않으면,
나를 받아 주는 곳에서 최선을 다하며 살 수 밖에... 

그래도 나는 책에 감사한다.
세계화 시대, 정보화 시대가 온다는 것을 남보다 빨리 알았기에
영어를 남보다 열심히 공부할 수 있었다.
그때 익힌 영어는 인생의 위기마다 도움이 되었다.

그럼 어쩌다 PD가 되었냐고? 난 늘 책을 1년에 100권 정도 읽는다. 영업 사원을 하면서도 책을 읽었다. 그러다보니 또 다른 인생의 전기가 찾아왔다. 

그 이야기는 다음 시간에~^^
 
(여기서 언급한 책들은 20년 넘은 책들이다. 지금 읽는건 권하지 않는다. 이 책들에서 예측한 미래는 이미 다 일어난 과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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