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에서 근무하는 죄로 올 한 해, 참 많은 청탁을 받았다. 왜? '나는 가수다'의 인기 때문에... 한때는 정말 일주일에 서너통씩 전화를 받았다. 낯선 번호가 떠서 "여보세요?"하고 받으면, 다짜고짜, "잘 지내냐?"한다. "누구신지...?" "우리 동창회에서 봤잖아?" "아, 예..." "야, 동창끼리 무슨 존댓말이냐, 임마." "아..." "요즘도 MBC 잘 다니냐?" "뭐, 회사야 그냥..."
(난 첫 직업이 영업사원이었던 관계로 사람들에게 말을 잘 낮추지 못한다. 상대가 말 놓으라고 하면 어중간하게 말 꼬리를 흐린다.) "요즘 '나가수' 재밌더라. 네 빽으로 방청권 5장 얻을 수 있냐?"
이런 경우, 정말 난감하다. 사람들은 MBC 직원이면 다 방청권 구하기가 쉬울 것이라 생각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MBC 직원만 1500명이다. 이들이 매주 친구 한 사람씩만 데려가도 나가수 객석은 넘칠 것이다. 그래서 제작진에서는 사내 방청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청탁을 피하는 법? 간단하다. 나도 안하면 된다. "어쩌냐? 나가수, 나도 한번도 못봤는데?" "뭐?" 사실이다. 명색이 MBC PD, 그것도 예능국에서 10년을 근무한 나도, 나가수 방청은 아직 한번도 못해봤다. 그럼 게임 오버 아닌가?
청탁을 피하는 나만의 요령이다. "감독님, 술 한 잔 하시죠?" "어쩌죠, 나 술 안하는데." "언제 공치러 가실까요?" "골프, 접었습니다." "그럼, 감독님은 뭐 좋아하세요?" "아침에 동네 산책하는 거?"
참 쪼잔해 보이지만, 이건 나만의 생존전략이다. 돈 안드는 걸 즐기고 살면, 세상에 약점 잡힐 일이 없다. 물론 가끔 주위에서 걱정해주긴 한다. "제작사랑 술자리도 자주 해야 일도 들어오고 그러는거 아냐?" 상관없다. 술 마시는 실력 보고 연출을 고르는 제작사라면, 내 쪽에서 사양이다. "물이 너무 맑으면, 고기가 없어."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난 저 말 별로 안좋아한다. 물이 맑으면 고기가 없다고? 물이 흐리면 고기가 죽는다. '나는 꼼수다' 장자연 사건 편을 들어보시라. 그릇된 술접대 문화, 적나라하게 나온다. '나꼼수' 참 재미있는데, 듣다보면 웃어야 할 지, 화내야 할 지 애매할 때가 참 많다. 아직 모르시면, 꼭 한번 들어보시라.
사람들은 내게 묻는다. "아니 그럼, 무슨 재미로 삽니까?" 난감하다. 꼭 술먹고 담배피워야 재미인가? 책 읽고, 영화 보고, 여행 다니는 건 재미가 아닌가? 내가 좋아하는 걸, 세상의 기준에 맞추고 싶은 생각은 없다. 난 그냥 내가 하고 싶은 걸 할 뿐이다.
요즘 법인카드를 받아 백화점에서 수천만원씩 긁고 다닌 어떤 분의 모습을 보며, 내 삶을 반성하고 있다. 아, 다른 사람을 위한 선물로만 수천만원씩 쓰는, 저런 대인배도 있는데...... 언론사 기자 생활하실때부터 대범한 풍모를 보이신 그 분의 모습에 새삼 부끄러울 뿐이다. 난 너무 소인배로 사는구나.
(내용이 궁금하시면, 기사 참조. http://www.sisaseoul.com/news/articleView.html?idxno=46773)
어쩌랴? 내 그릇이 이 정도 밖에 안되는 것을!
그냥 난 공짜나 즐기며 살아야겠다.
나같이 쥐뿔도 없는 사람이 쉴드 칠 수 있는 요령은, 겨우 이 정도다.
"어? 나 그거 할 줄 모르는데?"
여러분도 써먹어보시라.
세상 살기 참~ 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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