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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여행예찬/짠돌이 국내여행

서울 동네길 여행 1. 동작 충효길

by 김민식pd 2011. 9. 19.


인생을 즐기는 법, 그 첫번째는 '작은 일에 감사하라'. 남이 가진 더 큰 것을 바라지말고, 내가 가진 작은 것을 즐기는 데서 시작한다. 없으면 없는 대로 살면 된다.

여행도 마찬가지. 산티아고 걷기여행을 가려면 한 달 씩 시간을 내야하는 데, 그럴 수 없는 바쁜 직장인을 위해 제주도 올레길이 있다. 올레길이 뜨더니 요즘 지리산 둘레길, 강화도 나들길, 전남 보성 소릿길, 남해 바래길이 덩달아 뜨고 있다. 굳이 해외여행 갈 것 있나? 우리 옆에 있는 저 아름다운 강산을 보고 즐기는 길, 멋진 여행 아닌가?

그런데, 난 오늘, 비행기 표를 끊거나, 2박 3일씩 시간을 낼 필요도 없는 여행을 안내해드릴까한다. 마음만 먹으면 훌쩍 전철 타고 떠나는 서울 동네길 여행. 길 떠날 준비 되셨는지?

나는 걷기 여행을 좋아한다. 연출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체력이다. 그것도 근력보다는 지구력이다. 헬스클럽에서 몸을 만드는 것보다, 3~4시간을 꾸준히 걸으며 밤샘 촬영에 대비한 기본 체력을 다지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걷는 것은 조용히 혼자 생각할 시간을 만들어주어, 드라마를 기획하거나 대본 아이디어를 고민하기에도 참 좋다. 요즘은 매일 하나씩 블로그에 새 글을 올리는데, 사실 이게 만만한 일은 아니다. 그런데 보통 글의 아이디어는 아침 산책 중에 나온다. 사실 이 글도 어제 서울대공원 산림욕장을 걷다 생각한 거다.  

서울 동네길 여행, 그 첫번째는, 동작 충효길.

서울 동네길 여행은, 여러분이 전철로, 버스로 오가는 그 곳에 사실은 훌륭한 걷기 여행 코스가 숨어있다는 것을 발견하는 일이다. 오늘은 나의 출근길을 소개한다. 나는 사당동에서 여의도로 출근하는데 보통 9호선 동작역을 이용한다. 어느날 달리는 전철에서 한강 경치를 즐기다 동작역 옆으로 난 숲 속 나무 계단을 봤다. '음? 저 길은 어디로 통할까?'

길의 시작은 9호선과 4호선의 환승역인 동작역이다. 동작역 3번 출구로 나와 육교를 내려가면 왼쪽에 나무 계단이 있다.     



첫 시작이 좀 가팔라보이지만 겁먹지말고 오르자. 가파른 계단이 있다는 건 그만큼 긴 내리막이 있다는 뜻이니까.


계단을 오르다 문득 뒤돌아보면, 4호선 철로와 그 너머 한강이 보인다. 내가 살던 일상을 등지고 선계로 오르는 느낌이다. Stairway to heaven?

동작 충효길 제2코스는 길찾기가 쉬워서 좋다. 그냥 현충원 담장을 끼고 쭉 걸어가면 된다. 예전에는 흉한 벽돌담이었는데, 요즘은 새로 공사를 해서 현충원 안의 숲을 함께 관망할 수 있다. 걷다가 힘들면, 현충원 안으로 들어가는 샛문을 들어서면 된다. 현충원을 걸으며, 먼저 떠나신 이들의 넋을 기리며, 죽음과 삶을 돌아보라. 내가 가진 삶의 순간 순간이 소중해진다.

시간과 체력이 허락한다면, 담장을 끼고 계속 걸어 서달산 정상까지 오르기 바란다. 정상이라고해야 언덕 정도다.



서달산 정상의 정자에서 내려다보는 서울 전경. 저 멀리 여의도 63빌딩과 한강이 보인다.



서달산 정상 아래에는 피톤치드 삼림욕을 할 수 있는 소나무 숲이 있는데, 잘 찾아보시기 바란다. 서울 시내 동네길은 어디나 푯말이 잘 되어 있어 길을 찾기가 쉽다. 무엇보다 산책로 내 인구밀도가 높아 모르는 길은 물어 찾아가기도 좋고.  


처음 블로그에 올렸을 때는 '현충원 둘레길'로 올렸는데, 동작 충효길이라고 새로 코스가 개발되었다. 아래 지도를 올리니 참고하시길~



앞으로 서울 시내 여기 저기 숨어있는 소중한 동네길을 소개해드리겠다. 순례길이나 올레길을 못 간다면, 동네길이라도 즐겨야지. 뮤지컬 시카고에 나오는 노래 가사처럼.

You can live the life you like, or you can like the life you live.

좋아하는 인생을 살거나, 살고 있는 인생을 좋아하거나.


없으면 없는 대로 즐겨보자, 공짜로 즐기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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