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242 배움은 어리석을수록 좋다 (우치다 타츠루 / 박재현 / 샘터)

 

'절망의 시대를 건너는 법'이라는 책에서 우치다 타츠루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문학을 가르치는 교수로 살다 은퇴 한 후, 무도관을 열어 몸을 수련하는 법을 가르치는 스승님. 그 분이 말하는 '공부론'을 만났습니다. 책에서는 '수업'이라고 표현하지만, '공부'로 해석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스승은 '잠자코 시키는 대로 하라'는 말만 합니다. 그러면 제자는 똑같은 일을 주야장천 반복하기도 하고, 혹은 아직 앞선 과제를 채 끝내지도 못한 시점에서 "자, 다음은 이거"라며 새로운 과제를 부여받기도 하지요. 

처벌도 없지만, 보상도 없습니다. 비평도 심사도 평가도 없습니다. 그것이 수업이지요.'

-해낸 후에야 알 수 있는 수업의 의미-

노력이라는 것을 일종의 상거래쯤으로 여기는 사람은 이 같은 시스템을 좀처럼 이해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들은 이렇게 생각합니다. '노력하게 만드는 이상, 노력한 이후에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사전에 보여달라. 그러면 노력하는 데 훨씬 인센티브가 될 것'이라고 말이지요. (...)

그런데 수업이라는 것은 그런 게 아닙니다. 수업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란, 수업하기 전에는 의미를 알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니까요.'

 

(18~19쪽)

(제 경우엔 '수업'을 '공부'로 바꿔읽으니 더 잘 읽히는군요.)

영어 책 한 권을 외워보라고 권하지만, 사실 책 한 권을 외우는 것은 분명 힘든 일입니다. 특히 바쁜 직장인이나 학생의 경우,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지요. 눈으로 읽고 넘기거나, 학원 수업에 나가 1시간 앉아 있는 것보다는 확실히 더 힘든 공부입니다. 이렇게 힘들게 공부한다고 과연 효과가 있을까?

보지 않고 믿는 이는 행복하다는 말씀도 있는데요. 공부에 대해 동기부여가 잘 되는 사람은, 곧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인 것 같습니다. 공부가 가져다줄 결과보다 과정에서 의미를 찾는 사람일지 몰라요. 

우치다 선생님이 대학에서 교편을 잡을 때, 수험생 면접을 자주 봤답니다. 자기소개서에 특기인 스포츠 종목을 적는데 그중에는 대학 동아리에 없는 종목도 있답니다. 그때마다 학생에게 물었대요. "우리 학교에 들어오면 이 종목 동아리를 만들면 어떻겠냐?"고. 시험 목적으로 묻는게 아니라 진심으로 그래 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답니다. 수십 명에게 질문을 던졌는데 웃는 얼굴로 "네!"라고 대답한 학생은 한 명 뿐이었답니다. 나머지는 쓴웃음을 지으며 '대학에 들어가면 그렇게 힘든 운동은 더이상 하고 싶지 않다'고 대답했답니다. 지금까지 가혹한 훈련을 견뎌온 건 대학 입학을 위해서고, 대학에 들어가면 운동말고 다른 걸 하고 싶다는 거지요. 계속하고 싶지도 않고, 즐겁지도 않은 운동을 지금까지는 왜 했단 말인가... 우치다 선생은 안타까워합니다. 

제게는 영어책을 외우며 영어를 공부하는 과정이 진심 즐거웠어요. 요즘은 일본어나 중국어도 공부하는데요, 드라마 피디로 사는데 있어 외국어가 크게 필요하진 않아요. 책을 외우며 외국어를 공부하는 것이 즐거운데, 굳이 그만둬야 할 이유를 모르기 때문에 계속합니다. 이런 얘기를 하면 '저 사람, 정신이 좀 이상한가?' 하실 수도 있겠지만... ^^

명색이 예능 피디였어요. 세상에서 재미난 건 다 해보는 편인데요. 그중 외국어 공부만큼 재미난 것도 드물어요. 외국어로 문화를 즐기고, 여행을 가서 현지인과 소통하는 것, 그 짜릿한 즐거움은 오로지 외국어 공부를 통해서만 느낄 수 있거든요.

힘든 암송공부이지만, 오늘도 화이팅입니다!

 

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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